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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김승유 회장 야심작 '하나고', 첫 학기 성적표는?
입력: 2010.07.15 15:35 / 수정: 2010.07.15 15:35


[황진희기자]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모든 정성을 기울여 탄생시킨 하나고등학교. 김 회장의 회심의 역작이라고 불리는 하나고는 개교 전부터 높은 관심과 염려를 동시에 받아왔다. 이를 반증하듯 3월 개교 이래 ‘1년 1,200만원 등록금’, ‘귀족학교’, ‘서울시 특혜’ 등 숱하게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그만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하나고가 개교 후 첫 방학을 맞이했다. 명품학교의 대명사 ‘이튼스쿨’과 비견되는 하나고에 한 학기 성적표는 어떨까? 여름방학을 앞두고 있는 하나고의 속살을 들여다봤다.

◆ 새 건물 냄새는 여전, 분위기는 화기애애

비가 막 그친 서울 은평구 진관동의 하나고. 개교 후 벌써 한 학기가 지났지만 주변은 아직도 여전히 공사로 주변이 분주하다. 횡단보도도 그려져 있지 않은 학교 앞 건널목을 건너려는 순간, 학생들을 실은 버스 십 여대가 하나고 앞에 정차했다. 이어 초록색 반팔 체육복을 입은 아이들이 버스에서 쭈루룩 내려온다.

개교 후 첫 방학을 하루 앞둔 14일, 하나고 학생들은 경기도 원당 하나금융연수원에서 체육대회를 하고 돌아왔다. 다음날이면 방학을 맞을 생각에 들떠서일까? 더운 날씨에 비까지 내려 더 고됐을 체육대회를 마쳤는데도 아이들은 신나는 표정으로 서로 장난을 치며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들과 함께 학교 안으로 들어가보니 새집에서나 느낄 수 있는 생경한 시멘트, 페인트 냄새가 여전히 느껴졌다. 이리저리 학교 안을 둘러보며 호기심을 가지려는 찰나, 왁자지껄 떠들며 장난을 치던 아이들은 외부인인 기자를 발견하고는 바로 정중히 인사를 했다. 깍듯이 인사를 하는 아이들은 한두명이 아니었다. 학교를 둘러보는 내내 마주치는 학생들은 목례로 인사를 했다. 또 교무실 위치를 물어보는 질문에도 친절하게 안내를 해줬다.

하나고에 재학 중인 이 모군은 “학교에 계신 선생님들 뿐 아니라 행정직원분들, 멘토선생님, 1인2기 선생님과 모든 어른들에게 인사를 한다”며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것에 대해 선생님들께서도 늘 강조하시지만 학생들도 당연한 문화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하나고에는 신생학교가 갖는 낯선 문화가 엄연히 존재했다.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교시스템 때문인지 학교와 집이 고루 섞여진 가족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입시위주적 교과방식으로 진행되는 다른 학교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문화였다.

이런 문화의 중심에는 김진성 교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교내를 둘러보는 와중에도 수차례나 마주칠 만큼 그는 활발하게 교내를 휘젓고(?) 다녔다. 하얀 셔츠의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부친 모습으로 마주치는 학생들과 격의 없게 대화하고 행동했다. 학생들 또한 교장선생님을 어려워하지 않고 먼저 다가가 이야기를 하거나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이 모군은 “저녁 7시부터 음악발표회가 진행될 예정인데, 교장선생님께서 일일이 돌아다니시면서 학생들을 챙기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최고급 학교 시설···‘역시 귀족학교!’

하나고 교내를 둘러보면서 시종일관 ‘와~’하는 탄성을 멈출 수가 없었다. 체육관과 아직도 공사 중인 콘서트홀을 제외하고는 전 교과동이 하나로 연결돼 있었다. 건물 내부는 웬만한 대학교를 능가할 정도로 깔끔하고 호화로웠다. 가히 1년에 1,200만원의 등록금을 납부하는 ‘귀족학교’라 불릴 만 했다.

가장 먼저 교실을 둘러봤다.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교실은 대학 강의실과 같은 모양새로 만들어졌다. 일반 고등학교가 배정된 교실에서 모든 수업을 받는 것과는 달리, 수학·영어 등의 과목이 ‘A,B,C,D,E’ 다섯 개 수준별 학습으로 나눠져 있어 학생들이 일일이 강의실을 찾아 다녀야 했다. 수준별 교과학습으로 나눠진 만큼 한 수업에 대략 15명 정도의 학생들이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학생들이 직접 실험을 진행하는 생물실, 화학실, 가사실 등은 수준급 연구실처럼 꾸며졌다. 또 면학실과 집중면학실은 학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잘 만들어졌다. 김 모군은 “기숙사나 면학실은 취침시간이면 문이 닫혀 시험기간에는 집중면학실을 이용한다”면서 “시험기간에 집중면학실 사용은 경쟁률이 치열해 자리 얻기가 하늘에 별따기다”라고 동기들의 학구열을 말해줬다.

수업이 주로 이뤄지는 교과동을 지나 기숙사동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교내에 세븐일레븐 편의점과 하나은행ATM기가 마련돼 있었던 것. 학창시절의 즐거움으로 빼놓을 수 없는 매점을 세븐일레븐이 대신하고 있다. 또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아이들이 급히 돈이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는 ATM기가 바로 그 옆에 있었다. 최고의 교육환경을 구축한 하나고가 최고급의 매점과 은행까지도 구축해 놓고 있었다.

4인 1실로 꾸며진 기숙사는 책상과 침대, 서랍장과 샤워실, 화장실이 완벽하게 마련돼 있었다. 김 모군은 “집 밖에 나와서 생활한다는 생각에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것이 전혀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좋다”고 말했다. 기숙사 복도에 마련된 4개의 대형 냉장고에는 부모님들이 보내주신 한약과 각종 요깃거리가 담겨있었다. 김 모군은 “CCTV가 달려 있어 다른 친구의 음식을 몰래 먹는 아이들은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세끼를 챙겨먹는 식당은 200명 정도가 동시에 식사할 수 있다. 마침 방학 전 생일파티를 한 모양인지 식당에는 알록달록한 풍선들로 장식돼 있었다. 김 모군은 “학교 급식은 동원F&C에서 맡았다”며 “학생들이 대부분 집밥 보다 맛있다고 평가할 만큼 만족도가 높다. 다른 학교 학생들이 보면 부러워할 정도”라며 좋아했다.

◆ 과외는 절대 안돼?···‘할 사람은 하지!’

국내 최고 명문 고등학교라고 불릴 만큼 명성이 자자한 하나고의 교육열은 어떨까? 이 모군은 “전국에서 난다긴다하는 친구들이 다 모인만큼 좋은 성적을 받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중학교에서 전교 1등을 도맡아 하던 친구는 8등급의 성적표를 받고 한동안 불안해하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털어놨다.

최 모군은 “만약 일반계 고등학교나 외고에 갔다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에 괜히 이 학교에 온 것은 아닐까 고민하기도 했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만큼 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기가 어렵다는 고민이었다.

하나고 안에는 TV가 없다. 그렇다면 DMB등을 통해 몰래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는 안테나 수신이 좋지 않아 DMB도 켜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월드컵 당시 체육관에서 축구경기를 보여줬는데 첫 경기에는 거의 모든 학생들이 경기를 관람했지만 두 번째, 세 번째 경기에는 학생들이 절반도 경기를 보지 않을 만큼 학생들의 학구열이 높다고 한다.

최 모군은 “가끔 게임도 하고 싶고 TV도 보고 싶지만 한번 보면 그만큼 친구들에게 밀렸다는 생각 때문에 후회로 땅을 친다”며 “외박을 나갔을 때는 슬쩍보는 TV광고 조차 재밌다”고 농담을 했다.

1,200만원의 비싼 등록금 때문에 개교 초기 논란이 됐던 하나고는 당시 “과외나 학원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하나고에서는 절대 들어갈 수 없다. 사교육 비용이 모두 포함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항변했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한달에 한번 외박을 나가기 때문에 과외 받을 시간은 없지만 그래도 과외를 받는 친구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굳이 과외가 아니더라도 인터넷 강의 등을 수강하는 친구들이 꽤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 “내일이면 방학인데 방학이라고 하더라도 집에 가면 엄청난 과외활동이 기다리고 있다”고 걱정을 털어놓았다.

◆ 사회적배려대상자 학생들도 공부하는덴 문제 없어···

하나고 개교 당시 비싼 등록금과 더불어 논란이 됐던 것은 바로 입시전형. 하나금융그룹에서 연간 30억원을 후원하는 만큼 입시 전형에는 ‘하나금융임직원자녀 전형’이 포함돼있었다. 한편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을 통해 입학한 학생들이 연간 1,200만원의 비싼 등록금을 감당할 수 있느냐 하는 것도 논란이었다.

학생들은 당시 논란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 “하나금융임직원자녀 전형을 통해 하나금융그룹 고위 직원의 자녀가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학생들 간의 위화감이나 갈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박 모양은 “하나금융임직원자녀 전형이나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을 통해 들어온 친구들이 누군지는 서로 알고 있지만 내색하지는 않는다”면서 “이 전형을 통해 들어온 친구나 성적에 있어서는 전혀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 모군은 “사실 친구들이 서로 편을 가르거나 의식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성적경쟁 때문”이라면서 “내 공부에 몰두하다보니 다른 친구들에게 관심을 쏟지 못한다”고 말했다.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을 통해 입학한 학생들이 등록금을 납부하는데도 문제는 없다고 한다. 하나고에서 이들 학생들에 대해 틈틈이 지원을 해주고 있기 때문. 등록금 외에도 ‘1인2기 수업’에 필요한 고가의 악기나 수업 도구에 대해서도 학교차원에서 지원하고 있었다.

다만 개개인이 지불해야하는 세탁비용, 신문구독 등에 관한 부분에 있어서는 지원이 되지 않고 있었다.

◆ 한 학기에 자퇴자가 5명?

개교 후 첫 방학을 하나고는 한 학기 동안 다섯 명의 자퇴학생이 나왔다. 그 중 한명은 입학 초기에 학교를 그만 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남학생은 하나고에서 공부를 하다가 과학영재고 편입을 결정하고 자퇴를 했다. 김 모군은 “과학영재고 편입을 위해 자퇴한 친구는 수학을 좋아해 수학에만 전념하고 싶어했다”면서 “그 친구가 다른 학교 편입을 위해 자퇴할 당시 다른 친구들도 일부 동요했었다”고 말했다.

나머지 세명의 자퇴학생들은 모두 여학생이다. 자퇴 이유는 성적하락에 대한 불안감과 기숙사 생활에 미적응. 하나고는 “학부모들과 정기적인 간담회를 갖고 있는데 일부 학부모들이 1인2기 실천 등에 따른 학습 시간 감소와 월 1회로 제한된 외박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면서 “이러한 사유가 학생들의 자퇴로 이어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전인교육 실시는 1학년에 집중되기 때문에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학습시간은 자연 증가하며 과외금지(공교육 중심 정책)를 위한 월 1회 제한된 외박은 이미 공지한 후 학생들을 선발했기 때문에 변경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 하나고 5개월, 여전히 기대와 우려가 교차

자퇴를 결정하는 학생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하나고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이제 막 1기 신입생을 받은 신생 하나고에 쏟아지는 우려의 눈길도 무시할 수 없다.

대치동의 한 입시학원은 “하나고 대비반에 관심을 보이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민사고, 전주 상산고 입시 열기에 비해서는 미약한 수준이다. 하나고는 내신만 잘 받으면 들어가는 데 따로 공부할 것이 뭐가 있냐”라며 “이는 아직 대입시험을 치르지 않은 하나고의 실력이 정식으로 평가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녀의 자사고 입학을 준비하는 학부모들은 하나고 입시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여러 가지 불안요소를 손꼽고 있다. 첫째는 하나고의 교육방식이다. 전인교육도 좋고 창의성 교육도 좋지만 아직 입시위주로 진행되는 우리나라에서는 무리수라는 지적이다.

하나고는 현재 오후 4시에 수업을 파하면 두 시간 동안 1인 2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월요일과 수요일은 음악, 화요일과 목요일은 체육을 한다. 1인2기 프로그램을 마치면 저녁식사 후 8시부터 12시까지 자기주도 학습이 이어진다. 자기주도 학습이란 말 그대로 학생들이 자신의 부족한 과목이나 시험공부를 하는 것. 학부모들이 지적하는 불안요소가 바로 이것이다.

지난달 24일 열린 학부모 간담회에서 대다수의 학부모들은 이 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한 학부모는 “다른 아이들은 방과 후 밤 늦게 까지 학원을 돌아다니며 입시 공부를 하는데 이러다 명문대 진학에 실패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하나고는 이에 대해 “1인2기 프로그램은 1학년에 집중되기 때문에 학년이 올라가면 이 수업시간이 줄어들 것”이라며 타협점을 찾았다.

학부모들이 지적하는 두 번째 불안요소는 아직 신생학교인 하나고를 졸업했을 때 출신학교 인맥들의 영향력이 적을 것이라는 점이다. 학부모들은 아직도 우리나라 사회는 학연에 의해 영향력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들어 인맥구축에 불리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하나고가 서울시 특혜비리 논란에 휩싸였을 때도 하나금융그룹의 김승유 회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이명박 대통령이 모두 고대출신이라는 점이 가장 문제가 됐었다.

이 모양은 “1기 졸업생인 만큼 사회에 영향력 있는 선배들이 없다는 점이 불안하다”며 “그래도 학생들은 하나고를 거쳐 고려대를 졸업하면 나중에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지원 시 혜택이 있지 않겠느냐 이야기도 나누곤 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 김승유 회장의 야심작 하나고의 한학기 성적표는 ‘기대 반 우려 반’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입시 관계자는 “아직 하나고의 졸업생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성적표를 논하는 것은 조금 이르지만 서울시와 하나금융이 연간 수십억의 지원을 쏟아 붓고 있는 만큼 앞으로 입시 명문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고 엄청난 돈이 뒷받침이 되는 만큼 그 효과가 당연히, 빼어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결과는 두고 볼 일이다.

jini849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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