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당(경기)= 김가연·오세희 인턴기자] "용하야, 이젠 안녕"
故 박용하의 마지막을 지킨 사람은 소지섭이었다. 두 사람은 연예계에서 손꼽히는 절친. 소지섭은 박용하의 비보를 듣는 순간부터 그가 땅에 묻힐 때까지 한시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늘 박용하와 함께 했다.
그가 박용하와 함께한 마지막 시간은 총 53시간. 지난 달 30일 비보를 접한 이후부터 2일 안장식을 치를 때까지, 장례식이 진행된 2박 3일 동안 소지섭은 한시도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소지섭이 장례식장에 모습을 처음 보였을 때는 지난 달 30일 오전 10시. 빈소가 마련되기도 전이었다. 소지섭은 연예계 동료 중에는 제일 먼저 박용하를 찾았다. 그는 장례식장 입구에 들어서기도 전부터 오열을 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빈소에 들어 선 그는 가까이에서 친구의 마지막을 지켰다. 많은 조문객들이 밤 늦도록 오고 갔을 때도, 그는 장례식장을 나오지 않았다. 동이 틀 때까지 유가족을 위로하며 고인과의 추억을 되씹었다.

입관식이 있었던 지난 1일에도 소지섭은 유가족 옆자리를 지켰다. 전날에 비해 눈에 띄게 수척해진 얼굴이었다. 망연자실한 표정에 힘겹게 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마음 고생이 심한 상태라는 것을 짐작케 했다.
소지섭은 애써 슬픔을 억누르는 듯 했으나 입관식이 진행되자 눈물을 쏟았다. 소지섭의 울음 소리에 주위 사람들도 눈물을 질 정도.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어떤 말을 했을 때보다도 더한 슬픔이 느껴졌다.

고인이 세상을 떠난 마지막 날인 2일. 이 날도 어김없이 소지섭은 박용하 곁에 있었다. 발인식이 끝난 후 장례식장을 나선 그의 손에는 고인의 영정사진이 들려 있었다. 운구 차량으로 발걸음을 하나씩 옮길 때마다 소지섭은 더 크게 통곡했다.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눈덩이가 부어 오를 때까지 눈물을 흘렸다.
화장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짓던 그는 결국 또 다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소지섭은 고개를 떨군 채 손으로 연신 박용하의 영정 사진을 매만졌다. 행여 빗방울이라도 튕겼을 때는 장갑으로 깨끗이 닦아 냈다.

오후 1시께 진행된 안장식에서는 다소 진정된 모습이었다. 오열하는 대신 친구가 가는 길을 조용히 지켜봤다. 그는 유가족으로부터 위패와 유골함을 차례대로 전달받았고 손으로 쓰다듬은 뒤 단상에 올렸다. 위패, 영정사진, 유골함은 소지섭의 손을 마지막으로 거쳐갔다.
그는 고인에게 절을 하며 마지막 인사를 건넬 때 또 다시 눈물을 터트렸다. 박용하를 향해 절을 하던 소지섭은 끝내 고개를 들지 못했고, 그의 어깨는 흔들렸다. 고인의 유해가 담긴 유골함이 땅에 묻힐 때는 믿어지지 않는 듯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소지섭은 6월 30일부터 7월 2일까지, 총 53시간 동안 박용하의 곁을 묵묵히 지켰다. 눈물로 고인을 보낸 그는 박용하의 영면을 기리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소지섭의 우정 덕에 박용하는 마지막 걷는 길이 외롭지 않을 수 있었다.


<글=김가연·오세희 인턴기자. 사진=김용덕·송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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