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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원전 수주 뒤 계약 파열음…'공사비 갈등' 넘어 위험 분담 과제로
입력: 2026.11.06 11:36 / 수정: 2026.11.06 11:36

한수원 '총액확정'·시공사 '물량정산' 맞서
"민간에 위험 전가 한계…사업 초기부터 분담 장치 마련해야"


한수원은 약 26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을 두고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진행해 온 시공계약 협상을 종료했다. /한수원
한수원은 약 26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을 두고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진행해 온 시공계약 협상을 종료했다. /한수원

[더팩트|이중삼 기자]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계약 협상이 약 15개월 만에 결렬된 배경에는 추가 공사비를 누가 부담하느냐를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공사비 총액을 사전에 확정하려 했지만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실제 공사 물량에 따른 정산을 요구하면서 양측이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6일 공개한 '체코 원전의 시공계약 협상 결렬은 계약조건 문제' 브리프에 따르면 한수원은 약 26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을 두고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진행해 온 시공계약 협상을 종료했다.

한수원은 체코 측과 본계약을 맺은 뒤 약 15개월간 실무회의 78회·이견조정위원회 11회·최고경영자 면담 2회를 거쳤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수원은 공사비 10% 증액을 제시했지만 시공사 측의 추가 공사비 요구는 1조원을 넘었다고 했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공사비 산정 방식이다. 한수원이 요구한 '총액확정 방식'은 계약 당시 정한 금액으로 공사를 마무리하는 구조다. 공사 과정에서 시공 물량이 늘어나더라도 추가 비용은 원칙적으로 시공사가 부담해야 한다.

반면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실제 시공 물량을 기준으로 공사비를 정산하는 '물량정산 방식'을 주장했다. 설계 변경이나 공사 물량 증가에 따른 비용을 시공사가 모두 떠안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수원은 지난해 6월 체코 측과 설계·조달·시공(EPC) 본계약을 체결한 원도급사다. 체코 발주처와 약속한 계약금액 안에서 사업을 수행해야 하는 만큼 추가 공사비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입장이다.

보고서는 이번 사태를 개별 기업 간 갈등을 넘어 해외 원전 수출 구조의 문제로 봤다. 원전은 완공까지 통상 10년 이상 걸리는 대형 사업이다. 특히 체코에 처음 건설하는 한국형 수출 원전 APR1000은 공사 과정에서 설계가 변경되거나 예상하지 못한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에서 대형 원전 시공 경험을 갖춘 건설사도 현대건설·삼성물산·대우건설 등 일부에 그친다. 시공사를 교체하더라도 비슷한 계약조건을 둘러싼 갈등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원전 수출을 장기적인 시장 확대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당장의 사업 수익보다 해외 시장에서 쌓는 시공 실적과 신뢰가 향후 수주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전은 사고 발생 시 피해가 막대한 만큼 발주국이 입찰가격뿐만 아니라 계약 상대방의 기술력과 신뢰도를 중요하게 평가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시장점유율 확대가 목표라면 초기 사업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장기적인 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로 볼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전략이 민간 건설사에 일방적으로 비용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추진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공기업이 해외 원전 수출을 확대하더라도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기업의 수익성과 위험 부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편 한수원은 기존 컨소시엄과의 협상을 종료한 뒤 시공사 재선정 절차에 착수할 방침이다. 국가계약법에 따른 경쟁입찰을 통해 내년 4월 입찰공고를 내고 7월 새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의 재입찰 참여도 가능하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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