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600개·품목 교체 30분…스마트팩토리 구축
美·中 뺀 전 세계 물량 맡아…신라면 해외 비중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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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에 들어선 농심 녹산 수출전문공장 전경. 지상 6층, 높이 30.9m 규모로 지난달 29일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부산=유연석 기자 |
[더팩트ㅣ부산=유연석 기자] "K-라면의 새로운 심장." 전윤열 농심 녹산공장장이 '녹산 수출전문공장'을 소개하며 꺼낸 말이다. 심장이 뛰어야 온몸에 피가 돌듯 이곳이 가동돼야 세계 식탁에 K-라면이 닿는다는 의미다.
지난 5일 찾은 이 '심장'은 사람의 맥박보다 빠르게 뛰었다. 반죽이 롤러를 빠져나와 얇은 면대로 펴지더니 꼬불꼬불한 면발로 뽑혀 나왔다. 스팀으로 찌고 길이에 맞게 자른 뒤 기름에 튀겨내 식힌 면은 스프와 함께 포장 단계로 쉼 없이 이어졌다. 사람 심장이 1분에 60~100번 뛰는 사이, 180m 라인에서는 라면 600개가 쏟아져 나왔다.
◆ 분당 600개 고속라인…품목 교체 120→30분
농심은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세운 이 공장을 지난달 29일부터 본격 가동했다. 이로써 농심은 국내외 10개 생산기지를 합쳐 연간 최대 60억개 규모의 글로벌 라면 공급 체계를 갖추게 됐다.
녹산 수출전문공장은 다품목 유연 생산과 초고속 생산에 초점을 맞췄다. 연면적 4만8178㎡(약 1만4574평), 아파트 11층 높이(30.9m)에 달하는 지상 6층 건물에 고속 면 라인 3개와 스프 라인 4개가 들어섰다. 연간 생산량은 5억개, 생산 인력은 135명이다.
현재 신라면과 너구리, 짜파게티, 육개장 사발면 등 22개 품목을 생산한다. 전 공장장은 "수출 국가가 바뀔 때 거치는 잡 체인지(품목 교체) 시간을 과거 2시간에서 30분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당일 생산 품목을 입력하면 라인에 해당 제품의 레시피가 뜨고 설비가 자동으로 세팅된다. 그는 "배합수를 미리 준비하는 여유 탱크와 설비를 분해하지 않고 자동 세척하는 CIP 시스템을 신공장 설계 때부터 도입해 공정 간 대기 시간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고속 라인은 분당 600개를 생산한다. 전 공장장은 "기존 일반 라인(분당 200~300개)의 2배 수준이고, 구미공장 고속 라인(분당 500개)보다도 20% 빠르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교체 시간 단축이 더해져 생산 효율성은 17.6% 향상됐다. 라인은 향후 최대 8개까지 늘릴 수 있게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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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심 녹산 수출전문공장 고속 라인에서 라면이 생산되고 있다. 이 라인의 생산 속도는 분당 600개로, 기존 일반 라인(분당 200~300개)의 2배 이상이다. 녹산 수출전문공장은 이 같은 고속 라인 3개로 연간 5억개의 라면을 만든다. /농심 |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도 대거 도입됐다. 설비 모터의 발열과 떨림을 감지해 라인 정지를 예방하는 예지보전 시스템과 포장지 핀홀, 이물질, 소비기한 인쇄 오류를 걸러내는 AI 검사 시스템이 촘촘히 적용됐다. 공정 내 스프 등 자재 공급에는 센서 기반으로 장애물을 회피하는 자율주행 무인이송로봇(AMR)이 투입됐다. 전 공장장은 "AI 시스템은 인원 감축 목적이 아니며 작업자의 전문성을 높여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친환경 설비도 갖췄다. 외벽과 옥상에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 패널을 설치하고,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을 구축했다. 지난해 8월 녹색기업으로 지정됐고 녹색건축물과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도 추진 중이다. ISO 9001(품질경영), FSSC 22000(식품안전) 인증도 획득했다.
◆ 美·中 뺀 전 세계 물량 맡는다…신라면 해외 비중 71%
입지 조건도 수출에 최적화됐다. 부산 신항과 4km 거리에 위치해 전 세계 150개국 해상 수출 노선과 직결된다. 전 공장장은 북극항로를 활용하면 물류비는 32~35%, 운송 기간은 40%가량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입지와 설비를 갖추는 데 투입된 사업비는 2043억원이다. 전 공장장은 손익분기점 도달까지 15~20년가량 걸릴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면 이 기간은 훨씬 짧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녹산 수출전문공장의 주요 수출국은 일본, 호주, 대만, 인도 순이다. 미국과 중국 물량은 각각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고, 나머지 국가로 가는 제품은 부산과 녹산 공장이 맡는다. 할랄 제품은 기존 부산공장에서 계속 생산한다. 다른 제품과 설비를 섞어 쓸 수 없어 전용 라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녹산 수출전문공장도 할랄 인증과 지속가능한 팜유 협의체(RSPO) 인증 취득을 추진·검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농심의 전체 해외 매출 비중은 40.2%다. 툼바, 로제 등을 포함한 신라면 브랜드는 상반기 매출 9134억원 중 해외가 6513억원으로 71%를 차지했다. 호주 최대 유통 체인 울워스 시드니 매장에서는 신라면이 아시안 코너를 벗어나 메인 라면 매대로 자리를 옮겼다. 지 부문장은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잘 팔리는 제품을 메인 매대로 배치해 준 것"이라며 "돈을 주고 매대를 산 게 아니라 현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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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부산 강서구 농심 녹산 수출전문공장에서 열린 브리핑 후 질의응답에서 지송하 농심 글로벌마케팅부문장(왼쪽)과 전윤열 녹산공장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부산=유연석 기자 |
농심은 비국물 라면과 매운맛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넓힐 계획이다. 일본 3대 편의점 전 매장에 입점하고 올해 9월까지 해외 누적 판매량 1억4700만개를 넘긴 '신라면 툼바'에 이어 토마토·크림에 고추장을 더한 '신라면 로제'를 내년 1분기부터 글로벌 시장에 본격 판매한다.
K-라면의 글로벌 흥행에는 K-컬처 인기가 마중물 역할을 했다. 다만 미디어 노출에 따른 호기심으로 시작된 소비인 만큼 일각에서는 일시적 유행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 부문장은 "K-컬처 영향으로 탄력을 받는 것은 첫 번째 구매이고, 두 번째와 세 번째 반복 구매를 이끄는 힘은 결국 맛과 품질"이라고 강조했다.
조용철 농심 대표이사는 "녹산 수출전문공장은 전 세계 소비자들의 다변화된 니즈에 맞춘 제품을 신속하고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농심 글로벌 사업의 핵심 심장부가 될 것"이라며 "독보적인 스마트팩토리 기술력과 글로벌 전략 제품을 앞세워 2030년 해외 매출 비중 60% 이상, 전사 매출 7조3000억원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ccbb@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