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코인 이전 이력만 있어도 보유잔액 매월 보고 추진…127만명 정보 수집 우려
기본법 지연 속 과세·규제 강화에 업계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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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이 해외 가상자산 이전거래 이력이 있는 이용자의 국내 보유잔액까지 매월 보고받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CBDC 결제 사전 차단 기능까지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금융거래 감시·통제 권한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사진공동취재단 |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한국은행이 해외 가상자산 이전거래 이력이 있는 이용자의 국내 가상자산 보유잔액까지 매월 보고받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과도한 금융정보 수집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과거 단 한 차례라도 해외 이전거래를 했다면 국내 거래소에 보유한 가상자산 잔액까지 정기적인 보고 대상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사업을 통해 결제 단계에서 거래를 사전에 차단하는 기능을 추진 중인 사실도 확인되면서 개인의 금융거래에 대한 감시·통제 권한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정부와 여당이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의 추가 유예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등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은 지연되는 반면 과세와 규제 강화 논의만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29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이 확보한 '가상자산 이전업자 대상 외환전산망 보고업무 편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국경 간 가상자산 이전거래를 통한 불법 외환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거래정보와 이용자별 보유잔액을 정기적으로 보고받는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오는 12월 3일 시행되는 개정 외국환거래법에 따른 것으로, 가상자산을 이용한 불법 외환거래와 자금 유출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이다. 정부는 거래소 등 가상자산 이전업자가 국경 간 이전 내역을 한국은행에 보고하도록 하고 관련 정보를 국세청과 관세청, 금융감독원,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관계기관과 공유해 불법 외환거래 조사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문제는 보고 대상과 정보 수집 범위다. 한국은행이 지난 2일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에 전달한 편람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는 당일 완료된 가상자산 유출·유입 내역을 다음 날 오전 11시까지 한국은행에 보고해야 한다. 보고 항목에는 송금인과 수취인의 인적사항, 거래 내역,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포함된다.
여기에 가상자산 보유자의 개인정보와 보유잔액 등을 담은 월별 잔액보고서 제출 의무도 담겼다. 단순히 해외로 이전한 가상자산의 규모와 거래 내역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이용자가 국내 거래소에 얼마나 많은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지까지 정기적으로 파악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한국은행은 초안에서 2024년 7월 19일 이후 국경 간 가상자산 이전거래 이력이 단 한 차례라도 있는 이용자를 보고 대상에 포함하도록 했다. 잔액 보고에는 휴면계정과 상장폐지 가상자산, 스테이킹 자산까지 포함된다.
이에 따라 과거 해외 거래소로 가상자산을 이전한 이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현재 국내 거래소에 보유한 자산정보까지 매월 보고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수영 의원실에 따르면 2024년 7월 19일부터 올해 9월 30일까지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국경 간 이전거래 이력이 있는 이용자는 총 127만2878명에 달한다. 다만 해당 수치는 해외 이전거래 이력이 있는 이용자 규모로, 실제 최종 보고 대상 인원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 해외 이전 한 번 했다고 국내 코인 잔액까지?…127만명 정보 수집 우려
가장 큰 쟁점은 불법 외환거래 감시라는 정책 목적에 비해 개인정보 수집 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것 아니냐는 점이다.
국경 간 가상자산 이전거래를 통한 불법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거래 내역을 확인할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과거 거래 이력이 있는 이용자의 국내 보유잔액까지 지속적으로 수집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월별 잔액보고서에는 해외 이전거래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은 국내 보유자산도 포함될 수 있다. 해외 이전거래가 종료된 이후에도 해당 이용자의 자산 현황을 정기적으로 파악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는 셈이다.
휴면계정과 상장폐지 가상자산, 스테이킹 자산까지 보고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도 논란이다. 실제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자산까지 수집해야 하는 필요성과 비례성을 두고 의문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수집된 정보가 한국은행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국세청과 관세청, 금융감독원, FIU 등 관계기관과 공유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보 접근 권한과 활용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불법 외환거래 조사라는 본래 목적을 넘어 다른 행정 목적으로 정보가 활용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은행은 논란이 된 보고 기준이 확정된 방안이 아닌 초안으로, 가상자산 사업자 및 유관기관과 협의를 통해 조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외국환거래법 시행 시점인 올해 12월 이후부터 거래 이력이 있는 사업자를 보고 대상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다시 진행 중"이라며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부담을 완화하면서도 법 개정 취지와 모니터링 실효성 간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방향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다음 달 중 최종 보고 양식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실제 보고 대상과 월별 잔액보고서에 포함될 정보의 구체적인 범위도 향후 협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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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내년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해 추가적인 점검을 거쳐 시행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사진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상자산과세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조승래 재경위원장과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네번째부터). /국회=배정한 기자 |
◆ CBDC는 결제 단계서 거래 차단…금융거래 통제 권한 논란
한국은행의 금융거래 정보 수집 논란은 최근 추진 중인 디지털화폐 사업과도 맞닿아 있다.
앞서 <더팩트>는 지난 22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한국은행의 '프로젝트 한강 추진 현황' 비공개 자료를 단독 입수해 디지털화폐 상용화 계획과 결제 사전 통제 기능을 보도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2030년까지 연간 국고금 728조원의 4분의 1인 약 182조원을 예금토큰으로 집행할 계획이다. 특히 결제 이전에 사용 목적과 거래 조건을 확인하고 규정에 어긋나면 거래를 자동 차단하는 기능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관공서 업무추진비를 예금토큰으로 결제할 경우 규정에 맞지 않는 사용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보조금 역시 정해진 조건을 충족해야 지급 또는 현금화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한은은 이러한 기능이 보조금 부정수급을 방지하고 재정 집행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거래 가능 여부를 사전에 결정하는 만큼 통제 권한의 범위와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제시된 기능은 특정 목적의 공공재정 집행에 적용되는 것으로, 일반 국민의 모든 금융거래를 통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김상훈 의원은 "결제 단계에서 거래를 차단하는 기능은 보조금 관리에 유용할 수 있지만, 적용 범위와 기준을 누가 정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금융거래를 통제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기본법은 지지부진한데 과세·규제 강화…업계 불만 고조
가상자산 거래정보 수집과 디지털화폐 결제 통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와 여당은 지난 28일 당정협의를 열고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의 추가 유예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여당 간사인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세를 세 차례 유예했기 때문에 이제 과세하자는 분도 있고 몇 가지 질문들에 대해 보완하자는 의견도 있다"며 추가 점검 방침을 밝혔다.
가상자산 과세는 당초 2022년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세 차례 유예됐다. 현행법상 내년 1월부터 연간 250만원을 초과하는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에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이날 당정협의에서는 해외 거래소와의 과세 형평성과 손실 이월공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지연 문제 등이 논의됐다. 오 의원은 기본법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제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산업 육성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은 지연되는 반면 과세와 거래정보 보고 등 규제 강화만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특히 한은이 해외 가상자산 이전거래 이력이 있는 이용자의 국내 보유잔액까지 정기적으로 보고받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개인정보 수집 범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언제 제정될지 기약도 없는데 과세와 규제 강화만 속도를 내고 있다"며 "산업 육성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은 뒷전인 채 개인의 거래내역과 보유자산까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은 과도한 금융감시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수영 의원은 "한 번이라도 해외 이전거래를 이용했다고 가상자산 이용자의 모든 정보를 들여다보는 것은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행위"라며 "가상자산 과세에 더해 과도하게 개인정보와 자산, 거래내역을 수집할 경우 관련 시장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