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9월 29일 CBDC 자문위 회의자료 단독 입수
사용처·용도 따라 결제 자동 차단…금융결제 통제권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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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상용화를 추진하면서 2030년까지 연간 국고금의 4분의 1을 예금토큰으로 집행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결제 단계에서 사용 목적과 거래 가능 여부를 사전에 통제하는 기능도 포함돼 금융거래 통제권 확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공동취재단 |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상용화를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 국민의 디지털화폐 이용을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2030년까지 연간 국고금의 4분의 1을 예금토큰으로 집행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특히 결제 단계에서 사용 목적과 거래 가능 여부를 사전에 통제하는 기능도 포함돼 있어 디지털화폐를 통한 국가의 금융거래 통제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디지털화폐 자문위원회의 운영도 도마에 올랐다. 위원들의 이해충돌 검증 절차가 명확히 공개되지 않은 데다 사이버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를 전문분야로 명시한 위원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회의에서는 한국은행 측의 사업 설명에 상당한 시간이 할애되면서 외부 전문가들의 실질적인 자문이 충분히 이뤄졌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22일 <더팩트>가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단독 입수한 한국은행의 '프로젝트 한강 추진 현황' 비공개 발표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9월 29일 열린 디지털화폐 자문위원회 첫 회의에서 디지털화폐 시스템의 정식 도입과 예금토큰 상용화를 위한 단계별 추진 계획을 제시했다.
총 13쪽 분량의 해당 자료에는 일반 국민 참여 실거래 확대를 비롯해 개인 간 송금 도입, 국고금 집행의 디지털화, 결제 단계에서의 사전 통제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담겼다. 특히 정부 재정 집행에 디지털화폐를 본격 활용하고 거래 조건에 따라 결제 자체를 자동 차단하는 시스템까지 구축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은은 프로젝트 한강의 2단계 목표를 '디지털화폐 시스템의 정식 도입 및 예금토큰 상용화 기반 마련'으로 명시했다. 특히 2030년까지 연간 국고금 728조원의 4분의 1을 예금토큰으로 집행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단순 계산하면 약 182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는 기존 은행 계좌와 카드 중심의 재정 집행 체계 일부를 프로그래밍 가능한 디지털화폐 기반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국고금 집행 확대 목표 자체는 앞서 정부 경제성장전략에 포함됐지만, 한은이 자문위원회에서 구체적인 거래 통제 방식과 국민 참여 확대 계획을 함께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 결제 단계서 거래 자동 차단…디지털화폐 '통제 기능' 논란
가장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은 디지털화폐에 내장된 프로그래밍 기능이다. 한은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화폐 기반 지급 시스템은 거래가 이뤄진 이후 적정성을 확인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결제 이전에 사용 조건을 검증하고 조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거래 자체를 차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관공서 업무추진비다. 한은은 기존 법인카드 결제와 사후 검증 방식을 공무원 전자지갑을 통한 예금토큰 결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규정에 어긋나는 사용은 결제 단계에서 자동으로 차단된다. 자료에는 이를 '규칙 기반 사전 통제'라고 명시했다.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보조금에도 유사한 방식이 적용된다. 적격 충전기의 구매·설치 여부가 확인돼야 현금화할 수 있는 예금토큰이 자동 지급되는 구조다. 기존에는 보조금을 먼저 집행한 뒤 적정성을 확인했다면 앞으로는 사전 검증을 거쳐 지급 여부가 결정되는 방식이다.
한은은 이러한 기능이 보조금 부정수급을 방지하고 재정 집행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금융거래의 적정성을 사후에 판단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거래 자체를 사전에 허용하거나 차단하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는 점에서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제시된 통제 기능은 보조금과 공공 업무추진비 등 특정 목적의 재정 집행에 적용되는 것이지만, 향후 활용 범위가 확대될 경우 디지털화폐의 사용처와 거래 조건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특히 프로그램에 입력된 규칙에 따라 결제 가능 여부가 자동 결정되는 구조에서는 잘못된 조건 설정이나 시스템 오류가 발생할 경우 정상적인 거래까지 제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기술적으로 거래를 사전에 제한할 수 있다는 사실과 해당 권한을 실제로 어디까지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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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은행이 추진 중인 디지털화폐 사업과 관련해 결제 사전 통제 기능이 국민의 금융거래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박헌우 기자 |
◆ 국민 참여 50만명 확대…2029년까지 실거래 지속
국민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화폐 실거래 역시 대폭 확대된다. 한은은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진행한 1차 실거래에서 7개 은행과 약 8만1000명의 참가자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사용 가능한 매장은 약 1만2000곳이었으며 결제와 예금토큰 전환 등을 포함한 거래는 약 11만5000건에 달했다.
한은은 이를 토대로 후속 실거래의 참가은행을 기존 7곳에서 9곳으로 확대하고 최대 참여 인원을 10만명에서 50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사용처 역시 편의점과 대형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식당·카페 등 소상공인 가맹점까지 확대한다.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개인 간 송금도 도입된다. 송금 한도는 1회 100만원, 하루 500만원으로 제시됐다. 지문과 안면인식 등 생체인증 기능도 추가된다.
주목할 부분은 실거래 기간이다. 한은은 3개월 동안 진행했던 1차 실험과 달리 후속 실거래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기간 동안 중단 없이 지속할 방침이다. 지정 기간이 한 차례 연장될 경우 2029년 3월까지 실거래가 이어질 수 있다.
일시적인 기술 검증을 넘어 사실상 상용화를 염두에 둔 장기간의 실거래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은은 기관용 디지털화폐와 시중은행이 발행하는 예금토큰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반 국민이 중앙은행에 직접 계좌를 개설해 사용하는 범용 CBDC와는 구조적으로 구분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국민이 실제로 예금토큰을 이용해 결제하고 송금하는 체계가 확대되는 만큼 디지털화폐 기반 지급결제 시스템의 안전성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에 대한 검증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용자 확대와 사용처 다변화, 개인 간 송금 기능 도입으로 거래정보의 처리 범위가 넓어지는 상황에서 개인정보 접근 권한과 정보 보관·활용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자문위원 11명 명단 확인…이해충돌 검증·보안 전문성 도마
디지털화폐 추진 과정의 외부 검증 체계 역시 논란이다. 한은은 지난 9월 29일 디지털화폐 자문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첫 회의를 개최했지만, 위원 선정 과정과 이해충돌 검증 절차를 둘러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민의 금융거래와 국가 재정 집행을 담당할 디지털화폐 시스템의 안전성을 검증해야 할 자문기구에 사이버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를 전문분야로 명시한 위원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더팩트>가 확보한 한국은행의 국회 제출자료에 따르면 디지털화폐 자문위원회는 금융·경제 전문가 7명, 법·제도 전문가 2명, 사업·기술 전문가 2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됐다.
금융·경제 분야에는 김영식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신관호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신성환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함준호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이종렬 자본시장연구원, 여은정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법·제도 분야에는 이정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류경은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참여했다. 사업·기술 분야에는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와 김종승 엑스클립톤 관계자가 위촉됐다.
위원 상당수가 금융정책과 통화경제, 법률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이지만 정작 디지털화폐 시스템의 핵심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사이버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를 전문분야로 명시한 위원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화폐는 기존 지급결제 시스템과 달리 분산원장과 스마트계약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만큼 해킹과 시스템 장애, 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한 검증이 필수적이다. 특히 한은이 국민 참여 인원을 최대 50만명으로 확대하고 국고금 집행까지 디지털화폐 기반으로 전환하려는 상황에서 보안 분야의 전문적인 검증 체계가 충분히 갖춰졌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해충돌 방지 체계 역시 불투명하다. 김상훈 의원실은 한은에 자문위원 본인이나 소속기관이 최근 3년간 한국은행, 프로젝트 한강 참가은행, 사업 수행업체 등과 체결한 연구용역·자문·강연 계약 내역을 요구했다. 아울러 위촉 과정에서 이해충돌 여부를 확인한 절차와 관련 서약서 징구 여부도 질의했다.
그러나 한은은 구체적인 계약 내역이나 검증 절차를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디지털화폐 자문위원회는 기관용 디지털화폐 정책 및 법·제도 정비 방안 등에 관한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문기구"라며 "의사결정 기구와는 그 성격 및 역할에 차이가 있다"고 답변했다.
자문위원회가 최종 의사결정 권한을 갖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운 셈이다. 하지만 외부 전문가의 의견이 정책 방향과 제도 설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문기구라는 이유만으로 이해충돌 검증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특히 자문위원 중에는 금융당국 고위직 출신과 민간 금융·기술업계 관계자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이 디지털화폐 정책에 대한 자문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소속기관이나 관련 사업과의 이해관계가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점검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까지 특정 위원의 실제 이해충돌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자문위원회의 운영 규정도 명확하지 않다. 한은이 제출한 답변서에 따르면 위원회는 내부 규정에 근거해 설치됐지만 위원 정수와 위원장, 회의 소집 요건 등은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다. 위원 임기와 교체·해촉 기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위원 위촉 역시 디지털화폐실장이 결정하는 구조다. 한은은 지난 6월 이후 후보 검토를 진행했으며 첫 회의가 열린 9월 29일 위원들을 위촉했다고 밝혔다.
외부 전문가들의 독립적인 검증 기능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는 구조인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자문위원회 첫 회의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한은은 디지털화폐 상용화 계획을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 반면, 정작 외부 전문가들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은 프로젝트 한강을 통해 지급결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금융시장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하면 중앙은행 화폐와 은행 예금, 국채 등 토큰화된 자산을 공통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고 결제와 청산 절차를 통합해 금융거래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디지털화폐가 실제 금융 인프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적 효율성 못지않게 제도적 통제 장치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결제 조건을 사전에 설정하고 거래를 자동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은 보조금 관리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지만, 그 권한이 확대되거나 남용될 경우 금융거래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디지털화폐 시스템에 축적되는 거래정보를 누가 열람할 수 있는지, 이용 목적을 벗어난 정보 활용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 시스템 오류로 결제가 제한될 경우 어떤 구제 절차가 마련되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검증도 필요하다.
한은이 범용 CBDC와 예금토큰의 차이를 강조하더라도 국민의 지급결제와 정부 재정 집행에 프로그래밍 가능한 디지털화폐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제도적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디지털화폐 상용화가 국민의 금융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외부 전문가들의 충분한 검증과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정작 이를 위해 구성된 자문위원회에서는 한은의 사업 설명에 상당한 시간이 할애되면서 실질적인 자문이 충분히 이뤄졌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달 29일 첫 회의에 참석한 한 자문위원은 "발표 시간이 좀 길었다"며 "위원들이 말씀하실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문위원회의 본래 취지인 전문가 의견 수렴보다 한은의 정책 추진 계획을 설명하는 데 무게가 실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상훈 의원은 "한국은행은 범용 CBDC가 아니라고 선을 긋지만, 정부는 국민의 결제·송금에 더해 2030년까지 연간 국고금의 4분의 1, 약 182조원을 프로그래밍 가능한 화폐로 집행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며 "결제 단계에서 거래를 차단하는 기능은 보조금 관리에 유용할 수 있지만, 적용 범위와 기준을 누가 정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금융거래를 통제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그런데 이를 검증할 자문위원회에는 보안 전문가조차 없다. 상용화 속도보다 통제 권한의 한계와 거래정보 보호, 오류 시 구제 절차부터 제도로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