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이나래 기자] 교사 부족에 항의하던 학생들의 시위가 한 달 만에 프랑스의 대표적인 문화 명소 루브르 박물관의 문까지 막았다. 교육환경 개선 요구가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악화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과 결합한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약탈과 방화가 잇따르자 당국은 파리 중심가 등에 제한적인 야간 통행금지 조치를 내렸다.
19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당국은 이날 밤부터 파리를 비롯한 일부 도시에서 지역별 통행·집회 제한에 들어갔다. 같은 날 루브르에서는 학생들이 출입구를 봉쇄해 정상적인 개관이 이뤄지지 않았다.
◆ 9월 하순, 파리 교외 학교에서 시작된 항의
르몽드는 이번 학생 시위의 출발점을 지난 9월 21일 파리 남동부 교외 크레테유의 생텍쥐페리 고등학교로 짚었다. 충원되지 않은 교사 자리에 대한 항의가 주변 학교로 번졌고, 교직원 부족과 낙후된 시설, 과밀학급 등이 공동 요구로 떠올랐다. 9월 28일에는 전국 180개 학교가 시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프랑스 내무부는 집계했다.
시위는 10월 들어 빠르게 확대됐다. 프랑스 교육부에 따르면 10월 1일 파업이나 시위의 영향을 받은 고등학교는 1020곳을 넘었고, 이 가운데 222곳에서는 봉쇄가 벌어졌다. 일부 현장에서 시설 파손과 경찰 충돌이 발생하면서 교육 문제에 대한 항의에 치안 논란이 겹치기 시작했다.

◆ 10월 초·중순, 학생 요구에 교사·노동계 가세
학생 대표들은 10월 2일 교육장관과 만났지만 구체적인 조치를 얻지 못했다며 시위 지속을 예고했다. 교원 노조들도 학생들의 요구를 지지하고 공동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10월 6일 전국 시위에 이어 8일에도 파리와 마르세유, 리옹 등에서 대규모 학생 행진이 이어졌다. 교육 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함께 경찰 대응에 대한 반발도 커졌다.
◆ 10월 17일, 생활비 항의 집회와 결합…일부 지역 폭력 격화
결정적인 분기점은 17일이었다. 학생과 노동조합, 일부 ‘노란 조끼’ 운동 참여자들이 함께 거리로 나서면서 교육 문제는 고물가와 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항의로 확대됐다. AFP는 이날 전국에서 약 50만 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평화적인 행진과 별개로 일부 지역에서는 복면을 쓴 무리가 상점과 공공건물에 침입하고 차량에 불을 질렀다. 약탈과 방화가 이어지면서 시위 참가자뿐 아니라 상인과 주민들의 피해도 커졌다.
◆ 10월 18일, 마크롱 대국민 연설…정부 대응도 도마에
마크롱 대통령은 18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폭력과 약탈을 규탄했다. 시위의 요구와 범죄 행위를 구분해야 한다는 과제와 함께 당국이 대규모 폭력을 제대로 예측하고 대응했는지를 둘러싼 책임론도 불거졌다.
피해 규모는 집계가 진행되면서 늘어났다. AFP는 19일 보도에서 상점 최소 3000곳이 피해를 봤으며 손실은 수억 유로에 이른다고 전했다. 법무장관에 따르면 주말 이후 경찰 구금 인원은 2513명을 넘었다. 치안 인력 부상자는 약 1000명으로 보도됐다. 이는 주말 약 2400명이 체포됐다는 앞선 집계와 시점·집계 범위가 다른 수치다.

◆ 10월 19일 오전, 루브르 출입구 봉쇄…관광객 발길 돌려
19일에는 문화예술 교육기관 에콜 뒤 루브르 학생들이 고등학생 시위에 연대하고 교육·문화 분야 지원 확대를 요구하며 박물관 출입구를 막았다. 루브르는 예정된 시간에 문을 열지 못했고 관광객들은 관람 일정을 바꾸거나 발길을 돌려야 했다.
르몽드는 일부 관광객이 학생들의 요구에 공감하면서도 출입 봉쇄에 항의했다고 전했다. 확인된 상황은 출입구 봉쇄에 따른 개관 차질로, 박물관 전시실 내부 점거와는 구분된다.
◆ 19일 밤∼20일 새벽, 부분 통금…추가 집회 예고
파리 당국은 19일 오후 8시부터 일부 구역의 집회·시위를 금지하고, 오후 11시부터 레퓌블리크 광장과 레알 지구 일대에 통행금지를 적용했다. 종료 시점은 20일 오전 6시로 정했다. 릴 등 북부 도시와 니스에서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야간 이동을 제한했다. 전국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통금은 아니다.
한국시간 20일 오전 9시 40분은 파리 현지시간 같은 날 오전 2시 40분으로, 발표된 일정상 파리 해당 구역의 통금이 진행되는 시간이다.
로랑 누네즈 내무장관은 사의를 표명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반려하고 정보 수집과 사전 예측의 문제점을 밝힐 것을 주문했다. 정부의 질서 회복 방침에도 시위 주최 측은 다음 토요일인 24일 추가 행동을 예고했다. 프랑스 정부는 폭력과 약탈을 차단하면서 교육과 생활비 문제에 대한 해법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nara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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