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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자산운용 ETF 아성 흔들…13조 격차 좁힌 배경은
입력: 2026.10.21 00:00 / 수정: 2026.10.21 00:00

15일 KODEX 200, 8개월 만에 TIGER S&P500에 순자산 1위 내줘
일각에선 기관 비중·퇴직연금 경쟁력 우려도


오랜 기간 단일 종목 기준 국내 ETF 순자산 순위 1위 자리를 지키던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이 지난 15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S&P500에 1위를 한 차례 내주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팩트DB, 삼성자산운용
오랜 기간 단일 종목 기준 국내 ETF 순자산 순위 1위 자리를 지키던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이 지난 15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S&P500'에 1위를 한 차례 내주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팩트DB, 삼성자산운용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삼성자산운용 독주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단일 종목 기준 오랜 기간 정상을 뺏기지 않던 국내 1호 ETF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이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S&P500'에 한 차례 1위를 내주는 등 접전 양상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21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S&P500' ETF의 순자산은 21조144억원을 기록하며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 ETF(20조6848억원)를 제치고 ETF 순자산 순위 1위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가 단일 종목 순자산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은 지난 2월 5일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이후 코스피의 일시적 반등으로 20일 기준 KODEX 200이 다시 정상 자리를 탈환하긴 했으나, 두 종목의 순자산 차이가 1조원 안팎으로 줄어들면서 앞서 수십조원 단위의 압도적 우위를 보이던 삼성자산운용의 시장 지배력이 약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KODEX 200과 TIGER 미국S&P500의 순자산 차이는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약 13조3000억원에 달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자본시장 내 대형 상품의 자산 격차가 단기간에 좁혀진 것을 두고 일시적인 증시 변동 탓도 있으나, 이미 예견된 구조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단일 종목 ETF 순위 역전극은 우선 두 상품이 기반을 두고 있는 추종 지수와 자산 성격의 차이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내 자본시장의 중심축이 한국 증시에서 미국 증시로 이동하는 현상이 지속됐고, 최근 코스피의 장기 침체와 미국 증시 호조가 맞물리면서 두 ETF의 향방도 엇갈렸다는 평가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은 국내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코스피 200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ETF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우량기업 200개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한국 증시의 흐름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상품이며, 서학개미(해외 주식 투자자) 열풍이 증시에 불었을 때도 압도적인 격차로 순자산 1위를 유지했던 상품이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S&P500은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글로벌 우량기업 500개 종목의 주가를 추종하는 해외 주식형 ETF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글로벌 테크 기업과 대형주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국내 증시 변동성을 피해 글로벌 시장의 장기 우상향에 투자하려는 서학개미들의 자금이 대거 유입된 상품이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ETF 1위 각축전을 KODEX 200의 순자산 규모 변동 배경을 중심으로 진단하고 있다. 국내 지수형 상품에 치우친 대형 기관 자금 특성과 장기 유동성 유입 통로의 차이 등이 주요 요인 등으로 거론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ODEX 200은 개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국내 연기금, 자산운용사, 은행 등 대형 기관들이 한국 증시 비중을 조절할 때 흔히 활용하는 포트폴리오 조정용으로도 주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가 최근 불확실성에 허덕이자 큰 손들이 주식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고, 덩치가 큰 KODEX 200 등 국내 지수형 ETF 라인업을 이 기간에 대규모로 매도했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퇴직연금 계좌 특성상 매달 기계적으로 유입되는 대규모 장기 적립식 자금이 국내 증시 대신 미국 간판 지수형 상품으로만 쏠리고 있는 점도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세제 혜택 조건상 연금 계좌에서는 국내 레버리지나 인버스 투자가 제한되는 대신 안정적인 해외 지수형 ETF로 장기 자금이 지속 유입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시가 부진하면서 해외 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순자산이 급격히 늘어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삼성자산운용도 미국 S&P500을 추종하는 ETF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개인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미국 증시로 향하는 초기 국면에서 마케팅 선점효과와 해외 주식형 브랜딩 경쟁에서 한발 늦었다는 시선도 이어진다.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 경로가 국내 주식형에서 해외 지수형 위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장기 적립식 연금 유동성을 모은 속도의 차이가 이번 순위 변동의 단초가 됐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증시가 상대적으로 하락하다보니 발생한 결과"라면서도 "단일 종목 1위 자리를 두고 시소게임이 벌어지는 단기적 현상보다 구조적인 자금 유입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 시장 트렌드 변화에 따른 상품 비중과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일 수 있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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