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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돈 줬는데 장부는 0원…적자 닥터로빈, 귀뚜라미는 왜 품었을까
입력: 2026.10.20 00:00 / 수정: 2026.10.20 00:00

3년간 매출 역성장, 수익성도 적자
최진민 귀뚜라미 회장 배우자가 대표
인수 반년 만에 영업권 전액 손상차손


보일러 제조를 주력으로 하는 귀뚜라미그룹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닥터로빈이 최근 3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며 브랜드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 /더팩트DB
보일러 제조를 주력으로 하는 귀뚜라미그룹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닥터로빈'이 최근 3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며 브랜드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 | 손원태 기자] 귀뚜라미그룹 지주사 귀뚜라미홀딩스가 이탈리안 레스토랑 '닥터로빈'을 웃돈을 주고 인수했다. 하지만 인수 당시 얹어준 5억5000만원 상당의 영업권은 반년 만에 전액 손상 처리돼 장부상 가치가 '0원'으로 전락했다.

닥터로빈은 귀뚜라미그룹 창업주인 최진민 회장의 배우자 김미혜 귀뚜라미복지재단 이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외식 법인이다. 최근 3년간 매출이 줄고 2024년 이후 20억원대 영업손실을 지속하고 있다.

◆ 최근 3년간 매출 감소…영업손실 20억원대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닥터로빈의 연간 매출은 2023년 165억원, 2024년 144억원, 2025년 126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023년 6억원에서 2024년 21억원, 2025년 21억원으로 늘어났으며, 지난해 순손실 역시 20억원을 웃돌았다.

닥터로빈은 지난 2005년 설립된 이탈리안 외식 브랜드다. 'MSG·버터·설탕·프라이 제로(Zero)'를 슬로건으로 내세웠고, 이듬해 서울 강서구 귀뚜라미그룹 사옥에 1호점을 냈다. 본점 소재지도 귀뚜라미그룹 사옥에 두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찾아보기 드문 편이었다. 귀뚜라미그룹은 이 같은 외식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 오너 일가가 직접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최진민 회장의 배우자 김미혜 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막내딸 최문경 씨도 경영에 관여한 것으로 확인된다. 최 씨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한 언론 인터뷰에 닥터로빈 상무로 나와 배달전문 매장 출점과 단호박 수프 가정간편식(HMR) 출시 계획을 피력하기도 했다. 다만 최 씨가 현재까지 경영 일선에 참여하고 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닥터로빈은 2005년 태생한 브랜드로 웰니스를 지향한다. 사업 초기에는 20대 여대생을 주축으로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에는 외식 시장 자체가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기면서 실적이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닥터로빈 홈페이지
닥터로빈은 2005년 태생한 브랜드로 웰니스를 지향한다. 사업 초기에는 20대 여대생을 주축으로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에는 외식 시장 자체가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기면서 실적이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닥터로빈 홈페이지

◆ 외식시장 경쟁 속 누적 결손금 33억원

닥터로빈은 사업 초기 단호박 수프 등으로 20대 여성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으나, 2020년대 들어 패밀리 레스토랑의 대대적인 매장 개편과 1만~2만원대 파스타를 앞세운 로드숍 골목 식당이 급증하면서 경쟁 강도가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로드숍 레스토랑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일부 유명 매장으로만 몰렸다"며 "최근에는 1만~2만원대 파스타를 선보이는 골목 레스토랑들이 인기를 끌고 있고, 외식산업 전반에서 가성비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홈페이지 기준 닥터로빈의 파스타는 대부분 2만원대 초중반에서 후반 가격대다. 현재 운영 중인 매장은 12곳으로,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에 등록된 2024년 기준 매장 수(12곳)와 같다. 그간 전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해 왔으며, 최근 가맹점 1곳을 열었다.

외형 성장이 정체되고 실적 부진이 누적됨에 따라 결손금 규모도 불고 있다. 2024년 말 약 13억원이던 닥터로빈의 미처리결손금(누적 적자)은 2025년 말 33억원으로 불어났다.

귀뚜라미홀딩스는 지난해 6월 38억8000만원을 투입해 닥터로빈의 지분을 취득했다. 당시 영업권 5억5000만원을 얹어 인수에 나섰으나, 반년도 안 돼 영업권은 전액 손상 처리됐다. /닥터로빈SNS
귀뚜라미홀딩스는 지난해 6월 38억8000만원을 투입해 닥터로빈의 지분을 취득했다. 당시 영업권 5억5000만원을 얹어 인수에 나섰으나, 반년도 안 돼 영업권은 전액 손상 처리됐다. /닥터로빈SNS

◆ 지주사 편입 후 부채 축소…판관비 10% 감축

귀뚜라미홀딩스는 지난해 6월 38억8000만원을 들여 닥터로빈 지분 51.22%를 확보하고 종속기업으로 편입했다. 인수가액은 취득 지분에 해당하는 순자산 공정가치 33억3400만원에 영업권 5억5000만원을 더한 금액이다. 그러나 이 영업권은 인수 반년 만에 전액 손상 처리되며 장부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닥터로빈은 지난해 유상증자와 자기주식 처분을 통해 약 38억원을 확보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이에 따라 차입금은 18억원에서 8억원으로 줄었고, 부채총계는 34억원에서 21억8000만원으로 감소했다.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2024년 9억원에서 지난해 28억7000만원으로 늘어난 반면, 영업활동과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각각 5억1000만원, 9억6000만원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닥터로빈의 지난해 판매비와관리비(판관비)는 60억8000만원으로 전년보다 10.2% 감소했다. 판관비 중 가장 큰 항목인 급여는 29억9000만원에서 27억4000만원으로 8.4% 줄었다. 매출원가에 잡힌 급여까지 합치면 53억1000만원에서 47억2000만원으로 11.0% 감소했다. 지급임차료는 20억1000만원에서 17억2000만원으로 14.1% 줄었다.

한편 귀뚜라미홀딩스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2102억원으로 전년보다 3.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59억원으로 7.5%, 순이익은 299억원으로 69.4% 줄었다. 지주사에 편입된 닥터로빈은 편입 이후 지난해 하반기에만 9억6000만원의 순손실을 내며 연결 실적에 부담을 더했다.

이와 관련해 귀뚜라미 측에 닥터로빈 향후 사업 방향 등을 문의했으나 별도의 답변을 듣지 못했다.

tellm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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