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엔 대한항공 입찰 불참에 매각 유찰…대선 국면 정치적 영향도
정부 '신중론 침묵' 속 노조·방산업계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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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둘러싼 지배구조 논란이 14년 만에 다시 부상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KAI 지분을 확대하며 경영 참여 의지를 드러내면서다. 사진은 경남 사천에 위치한 KAI본사 전경. /KAI |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둘러싼 지배구조 논란이 14년 만에 다시 부상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KAI 지분을 확대하며 경영 참여 의지를 드러내면서다. 2012년 정부가 추진한 KAI 지분 매각은 최종 입찰에서 현대중공업만 참여하면서 무산됐다. 당시에는 정부 보유 지분을 누구에게 매각할지가 핵심이었다면, 현재는 정부가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한화의 경영권 확대를 어디까지 허용할지가 쟁점이다.
2012년 이명박 정부는 KAI 지분 매각을 추진했지만, 최종 입찰에서 대한항공이 불참하고 현대중공업만 참여하면서 유효경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유찰됐다. 대한항공은 "KAI를 적정가격에 인수해 항공우주산업을 한국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만)실사결과 주가 수준이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해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시 본입찰 직전은 대선철이었는데, 여야 대선후보(문재인·박근혜)들은 모두 KAI 민영화에 부정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 정치적 판단도 고려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후 KAI 지분은 수출입은행(수은)이 보유하게 됐으며, 현재 수은은 지분 26.4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재 상황은 과거와 다르다. 정부가 최대 지분을 유지한 가운데, 한화가 KAI 지분을 15.89%까지 확보하고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지분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것은 아니지만 한화가 지분 확대를 통해 KAI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화는 항공엔진·전자 분야와 KAI의 항공기 개발·생산 역량을 결합하면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KAI 노조는 특정 방산기업으로의 영향력 집중이 독립경영을 훼손하고, 방산사업 수주와 공급망의 공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 노조 역시 KAI 노조와 공동 대응에 나서며 방산 수직계열화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월 한화의 KAI 지분 취득을 승인하면서 현재 지분율만으로 실질적인 지배관계가 형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향후 한화의 지분 확대 등으로 지배력에 변화가 생길 경우 추가 심사 가능성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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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
한화의 인수와 관련해 키를 쥐고 있는 정부는 여전히 신중론을 펼치며 침묵하고 있다. 지난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은 한화의 KAI 경영권 확대와 관련해 "현 시점에서는 의견을 낼 단계가 아니다"라며 민영화 방향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했다. 다만 국가안보와 국익을 중심으로 공급망 리스크, 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은도 KAI 민영화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최근 '우주·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컨설팅 용역'을 발주하면서 민영화 가능성을 둘러싼 의구심은 이어지고 있다. 18억원 규모의 이번 용역에는 국내 주요 우주·항공기업과 산업 생태계 분석, 글로벌 앵커기업 육성 방안, 단계별 이행 로드맵 및 재원 조달 방안 등이 포함됐다. 이후 업계에서는 이를 KAI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과 연결 짓고 있다. 수은은 특정 기업이나 KAI 매각을 염두에 둔 용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가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는 사이 KAI 내부와 방산업계의 불확실성은 커지는 모습이다. KAI 노조는 지난 14일부터 총 3회 청와대 앞 상경 연속 집회에 나선다. 14일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약 800명이 참석했다. 노조는 정부와 관계기관에 독립경영 보장 및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 청와대 상경투쟁을 기점으로 한화의 KAI 인수시도에 대한 대응을 더욱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KAI 노조가 전 조합원 규모의 상경투쟁에 나선 것은 2012년 인수 추진 당시 이후 14년 만이다.
LIG D&A 노조도 이들의 공동 대응에 참여하면서 우려가 개별 기업의 노사 갈등을 넘어 방산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과거 KAI 매각이 입찰 경쟁 부족으로 무산됐다면, 이번에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 참여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불안이 커지며 KAI의 지배구조 향방을 둘러싼 논란도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