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범용 CBDC 추진 일축…자체 보고서선 국민 실거래 성과 강조
32만 반대에도 사업 확대…신설 자문위엔 보안 전문가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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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일반 국민 대상 범용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 한은 자체 보고서에서 국민 대상 디지털화폐 실거래를 세계 최초 사례로 평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국정감사에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범용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절대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한국은행 자체 보고서에서는 국민이 디지털화폐 기반 지급서비스를 실제 이용한 세계 최초 사례라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결제정보가 한국은행이 참여하는 분산원장에 기록되고 사용처와 사용기한을 제한하는 기능까지 갖춘 가운데 최근 신설한 디지털화폐 자문위원회에도 보안 전문가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사업의 안전성과 추진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15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한은의 '1차 실거래 파일럿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프로젝트 한강을 "분산원장 기반의 디지털화폐 시스템에서 민간 디지털통화인 예금 토큰을 발행하고 일반 국민이 이를 실제로 사용해본 세계 최초의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는 신 총재가 지난 12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범용 CBDC 추진 가능성을 일축한 발언과 대비된다.
당시 신 총재는 "국민이 우려하는 일반 국민 대상 범용 CBDC는 추진하지 않는다"며 "2023년 이후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범용 CBDC를 절대로 추진하지 않겠다는 점을 확실히 밝힌다"며 "프로젝트 한강은 기관용 디지털화폐를 중심으로 지금의 2단계 금융통화제도를 활용하는 것으로 중국 같은 범용 CBDC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범용 CBDC와 프로젝트 한강의 예금토큰은 발행 구조가 다르다. 범용 CBDC는 중앙은행이 일반 국민에게 직접 발행하는 반면 프로젝트 한강은 한은이 기관용 디지털화폐를 발행하고 참가은행이 이를 기반으로 예금토큰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다만 국민이 실제 결제서비스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발행 구조의 차이만으로 개인정보 보호와 소비 통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 "개인정보 못 본다"지만…결제정보는 한은 참여 원장에 기록
프로젝트 한강은 한국은행이 2023년 10월부터 추진해 온 디지털화폐 실증사업이다. 이용자는 참가은행 애플리케이션에서 전자지갑을 개설하고 예금을 토큰으로 전환해 QR코드로 결제할 수 있다.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예금토큰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용자와 사용처의 전자지갑 주소, 거래금액, 거래시간 등은 한은과 참가은행이 공동 운영하는 분산원장에 기록된다. 해당 정보는 한은과 참가은행이 조회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신 총재는 국정감사에서 "개인정보와 예금원장은 개별 시중은행이 분산 관리하기 때문에 한은이 개인정보를 들여다볼 것이라는 감시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은 역시 이용자의 신원정보는 각 참가은행이 별도로 암호화해 보관하기 때문에 특정 고객을 직접 식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신원정보와 거래정보가 분리돼 있더라도 결제 흐름을 보여주는 정보가 중앙은행이 참여하는 원장에 남는다는 점에서 개인정보 보호의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된다.
화폐의 사용처와 사용기한을 제한할 수 있는 기능도 논란거리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스마트계약을 활용하면 특정 업종에서만 사용하거나 일정 기간에만 유효한 디지털 바우처를 생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정부 보조금의 부정 사용을 방지하고 정산 절차를 간소화하는 데 활용할 수 있지만, 지급수단에 사용 조건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통제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은은 정부를 포함한 제3자가 일반 예금토큰의 사용처나 사용기한을 임의로 제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관련 기능의 활용 범위와 통제 권한을 명확히 규율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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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1차 실거래 파일럿 결과보고서'에는 프로젝트 한강을 일반 국민이 예금토큰을 실제 사용한 세계 최초 사례로 평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상훈 의원실 |
◆ 32만명 반대에도 사업 확대…자문위엔 보안 전문가 부재 논란
실제 이용 성과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1차 실거래에서 개설된 전자지갑은 총 8만1000개였지만 예금토큰 전환액은 약 16억4000만원에 그쳤다. 전자지갑 1개당 평균 전환액은 약 2만원 수준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예금 토큰의 물품 및 서비스 구매는 활발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정식 도입 시 이용 의향을 묻는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51.8%가 다른 지급수단보다 혜택이 큰 경우에만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한은은 이번 실거래가 기술적 기능 검증을 목적으로 진행된 만큼 전자지갑 개수나 전환액을 사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민적 반대 여론도 적지 않다.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8월까지 국회에 회부된 CBDC 도입 반대 국민동의청원은 총 6건으로, 동의 인원은 31만9626명에 달한다.
청원인들은 결제내역의 국가 노출 가능성과 화폐 사용 조건 설정, 현금 사용의 자유 침해 등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한은은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에서 이러한 반대 움직임을 "프로젝트 한강에 대한 오해로 인한 혼란과 국민 불안"이라고 표현했다.
그럼에도 프로젝트 한강 2단계는 연장 시 2029년 3월까지 최대 50만명을 대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정부도 2030년까지 국고금의 4분의 1을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폐로 집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런 가운데 한은이 새롭게 구성한 디지털화폐 자문위원회에 사이버보안과 자금세탁방지 분야 전문가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한은은 지난달 29일 프로젝트 한강과 프로젝트 아고라, 국채 토큰화 등 주요 디지털화폐 사업에 대한 외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자문위원회 첫 회의를 개최했다. 위원회는 금융·경제, 법·제도, 사업·기술 분야 전문가 11명으로 구성됐지만 사이버보안이나 자금세탁방지를 주된 전문 분야로 하는 인물은 확인되지 않았다.
최근 금융권에서 해킹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디지털화폐는 금융기관 간 시스템 연결과 실시간 거래 처리가 필수적인 만큼 정보 유출과 부정 거래, 결제 중단 등에 대한 전문적인 위험 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화폐는 기술적 보안뿐 아니라 자금세탁 등 금융범죄에 악용될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사업 확대에 앞서 관련 위험을 전문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자문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자문위가 특정 분야의 위험을 직접 관리하는 조직이 아니라 다양한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기구라는 입장이다. 금융·법률·기술 등 여러 분야의 전문성을 고려해 위원회를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해외 사례에 대한 분석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원실은 해외 CBDC 도입 실패 및 이용 저조 사례에 대한 자체 분석자료를 한은에 두 차례 요청했지만 구체적인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를 첨부하거나 글로벌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적 안전장치 마련도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프로젝트 한강은 혁신금융서비스 규제 특례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한은 역시 보고서에서 예금토큰과 디지털 바우처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하고 중앙은행과 참가은행 간 역할 및 책임 분담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신 총재는 국정감사에서 프로젝트 한강에 대해 "여러 안전장치를 뒀다"며 "최근 AI를 활용한 해킹 사고를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술적 보안 수준과 별개로 개인정보 보호와 자금세탁방지, 디지털화폐 사용 조건에 대한 제도적 검증이 충분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범용 CBDC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약속에 그치지 않고 국민이 참여하는 디지털화폐 사업의 안전성과 운영 기준을 보다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범용이 아니다', '안전하다'는 말만으로는 32만 국민의 우려를 풀 수 없다"며 "국민이 직접 쓰는 디지털화폐 사업인 만큼 개인정보 보호와 사용처·사용기한 제한 문제부터 꼼꼼히 짚어보고, 사이버보안과 자금세탁방지까지 제대로 검증한 뒤 신중하게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