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리셋' 자퇴생 늘어난다…성공 보장 없고 교우 단절 리스크
  • 이예리 기자
  • 입력: 2026.10.11 00:00 / 수정: 2026.10.11 00:00
내신 성적 초기화…자퇴 후 재입학 증가세
대입 전략이지만 고교 교육 비정상화 우려
대학입시를 목적으로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재입학해 기존 성적을 초기화하는 이른바 내신 리셋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략적 선택이란 평가도 있지만, 입시 우선주의에 기댄 편법이 학생들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학입시를 목적으로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재입학해 기존 성적을 초기화하는 이른바 '내신 리셋'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략적 선택이란 평가도 있지만, 입시 우선주의에 기댄 편법이 학생들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ㅣ이예리 기자] # 김모(19) 양은 지난 2023년 부산의 한 사립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경남 양산의 한 일반고등학교에 재입학했다. 1학년 내신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학교를 옮겨 다시 1학년으로 입학한 것이다. 김 양은 "학교를 옮긴 후 내신 성적이 많이 올랐다"며 "목적을 달성해 좋다"고 말했다.

대학입시를 목적으로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재입학해 기존 성적을 초기화하는 이른바 '내신 리셋'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략적 선택이란 평가도 있지만, 입시 우선주의에 기댄 편법이 학생들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일반고 1학년 자퇴생은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일반고 1학년 자퇴생은 지난 2021년 6112명, 2022년 7880명, 2023년 9373명으로 증가했다. 2024년 9346명으로 소폭 감소한 뒤 2025년 1만6명까지 늘었다. 학업을 중단하고 새로 입학한 학생은 2024년 1150명, 2025년 1225명으로 증가했다.

교육부는 "자퇴 결정 이유에는 대인관계와 심리·정서적 요인에 따른 학교생활의 어려움, 해외 출국, 질병 등 복합적 요인이 있다"며 내신 리셋을 위해 자퇴한 뒤 재입학하는 학생이 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내신 리셋이 눈에 띄게 늘고 증가하고 있다. 김 양은 "성적이 기대보다 낮게 나와 고민하던 중 친구가 재입학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하게 됐다"며 "일부러 비학군지 학교를 찾아왔다"며 "재입학한 학생이 같은 학년에만 6명 정도 있을 만큼 흔해졌다"고 설명했다.

11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일반고 1학년 자퇴생은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일반고 1학년 자퇴생은 지난 2021년 6112명, 2022년 7880명, 2023년 9373명으로 증가했다. 2024년 9346명으로 소폭 감소한 뒤 2025년 1만6명까지 늘었다. 학업을 중단한 뒤 새로 입학한 학생은 2024년 1150명, 2025년 1225명으로 증가했다. /뉴시스
11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일반고 1학년 자퇴생은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일반고 1학년 자퇴생은 지난 2021년 6112명, 2022년 7880명, 2023년 9373명으로 증가했다. 2024년 9346명으로 소폭 감소한 뒤 2025년 1만6명까지 늘었다. 학업을 중단한 뒤 새로 입학한 학생은 2024년 1150명, 2025년 1225명으로 증가했다. /뉴시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내신 리셋을 고민하거나 실제로 자퇴한 사례가 잇따라 올라왔다. 한 네이버 입시 카페에는 "고등학교 재수하는 친구도 있고 내신 따기 쉬운 일반고로 전학한 친구도 꽤 있다", "학교 각 반에 1명씩 있다고 보면 된다", "최근 3~4년 한 학년당 자퇴생이 10명이 넘는다", "우리 학교도 5명은 더 있다" 등 댓글이 달렸다.

"내신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자퇴 혹은 재입학 관련한 조언을 부탁한다", "자퇴 후 재입학하기 늦은 시기인지 확인해달라", "부모님이 자퇴 후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를 권하고 있다" 등 게시글도 한 달 평균 30여개씩 올라오고 있다.

서울 모 고교 교사 A 씨는 "이전에 근무했던 사립고에선 1학년을 마치기 전 자퇴한 뒤 재입학한 사례가 있었고, 현재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자퇴 후 2학년으로 편입한 사례가 있었다"며 "두 학생 모두 성실하고 공부도 열심히 했는데, 재입학·편입학 이후 성적이 향상됐다"고 전했다. 이어 "내신 성적이 대입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다 보니 재입학해 성적을 다시 받으려는 수요가 구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다"며 "실제로 이와 관련해 상담을 요청하는 학생도 많다"고 덧붙였다.

경북 모 고교 교사 B 씨도 "교내에 재입학을 고민하거나 결심한 학생이 3명 있다"며 "고교학점제와 내신 5등급제 시행으로 학생들의 성적 부담이 더 커졌다"고 귀띔했다.

자퇴 후 재입학을 하더라도 기대 만큼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고,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자퇴 후 재입학이 입시 전략으로 활용되는 데 따른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남윤호 기자

자퇴 후 재입학을 하더라도 기대 만큼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고,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자퇴 후 재입학이 입시 전략으로 활용되는 데 따른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남윤호 기자

다만 자퇴 후 재입학을 하더라도 기대 만큼의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고,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교 3학년 강모(18) 군은 "내신 시험이란 게 또 다시 본다 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보장하긴 어렵기 때문에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 같다"며 "교우관계도 어려워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교 3학년 자녀를 둔 권모(53) 씨는 "자퇴 후 재입학이 그때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해 내린 결정일 수도 있겠다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또래와의 관계를 순차적으로 밟아가는 것도 공부라고 생각해 내 아이가 이런 결정을 하겠다고 하면 말릴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고교 3학년 학부모 박모(48) 씨는 "교우관계와 학업을 모두 잘 해내기 쉽지 않다"며 "우리도 고민했던 부분이지만 현실에서 도피하면 더 험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자퇴 후 재입학이 입시 전략으로 활용되는 데 따른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라고 볼 수 있지만, 고교 교육의 목적이 입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란 점에서 교육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사례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자퇴 후 재입학이 학교 교육을 입시에만 맞춰 편법적으로 활용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대입 과정에서 어떻게 기록하고 해당 학생의 학습을 어떤 방식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ye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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