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아끼려 AI 활용, 퀄리티도 별로"…신뢰도 하락

[더팩트ㅣ김태연 기자] #직장인 임현서(28) 씨는 수영복을 구매하기 위해 한 온라인 패션플랫폼에서 '래시가드'를 검색했다. 검색 결과 화면에는 인공지능(AI)으로 만든 모델이 제품을 착용한 이미지가 줄지어 나왔다. 임 씨는 "패션모델을 AI로 만들어 놓으면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옷핏을 확인하려고 착용 사진을 보는 건데, 이런 AI 이미지를 어떻게 믿고 옷을 사야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김은(24) 씨는 컴퓨터를 사려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던 중 한 컴퓨터 회사가 AI로 만든 광고 영상을 접했다. 김 씨는 "광고가 AI로 만들어진 티가 나 조잡해 보였다"며 "실물을 촬영한 것도 아닌 데다 AI라는 게 한눈에 드러나다 보니 컴퓨터 성능까지 별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구매욕이 떨어졌다"고 했다.
생성형 AI로 만든 광고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AI 이미지 특유의 부자연스러움이 오히려 구매욕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실제 사진을 찍는 최소한의 수고조차 들이지 않는 업체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10일 스레드(Threads), X(옛 트위터) 등 SNS에는 "AI 광고 너무 싫다. 제품에 자신이 있었으면 AI로 만들지 않았을 것", "음악이든 영상이든 그림이든 AI 제작을 인식하는 순간 싸구려로 보인다", "집 근처 치킨집 메뉴 사진이 AI로 만든 건데 볼 때마다 소름 돋는다" 등 반응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모 보쌈 음식점 메뉴판에 적힌 AI 생성 새우젓 이미지를 공유했다. 이 네티즌은 "AI 메뉴판이 별로인 이유는 음식 이름만 듣고 대충 조립한 이미지처럼 보이기 때문"이라며 "새우젓이면 작은 새우들이 뭉개져 있어야 하는데, 이 사진은 칵테일새우가 모여 있는 것처럼 보여 입맛이 떨어진다"고 적었다.
이가현(26) 씨는 "AI로 생성한 음식 사진을 볼 때마다 식욕이 떨어진다"고 털어놨다. 쌀알이 지나치게 규칙적으로 붙어 있거나, 면발이 실제 음식에서는 보기 힘들 만큼 매끈하게 정돈돼 있는 사진도 있다. 메뉴판 글자가 깨진 채 노출되기도 한다. 그는 "언뜻 보면 그럴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형적 느낌을 주는 광고를 보면 구매욕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돈을 아끼려 AI 광고를 제작하는 업체에 신뢰가 떨어진다는 쓴소리도 이어졌다. 김모(26) 씨는 치킨 AI 광고 이미지를 올리며 "치킨 속살이 초파리가 알을 낳고 간 것처럼 생겼다"며 "왜 음식 사진을 AI로 만드는지 사장님들 생각이 궁금하다"고 썼다.

유튜브 등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AI 영상 광고에 피로감과 거부감을 느낀다는 의견도 있다. 이상민(25) 씨는 "자기 전에 조용한 영상을 보려는데 AI로 만든 자극적인 스토리 광고가 나오면 넘어갈 때까지 봐야 해서 짜증이 난다"며 "알고리즘 추천 설정까지 껐지만 AI 광고가 워낙 많아 피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SNS에도 "메뉴 사진 하나에 돈 쓰기 싫어서 AI를 돌리는 걸 보면 음식 맛도 안 봐도 뻔하다", "AI 광고일수록 돈을 아끼려는 것처럼 느껴진다", "영화관이나 유튜브에서 AI 영상 광고 볼 때마다 눈을 찌르고 싶다", "AI 광고 극장에서 보고있는게 진짜 고문이다" 등 반응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이미지를 통해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판단하는 업종일수록 AI 생성 이미지 활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은아 대구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AI 광고는 진정성에 대한 문제"라며 "사람은 본질적으로 사람이 만든 것에 대한 선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사람 손길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고 느껴지는 AI 광고는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실제로 생성형 AI 광고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분석한 결과 광고 제작 과정에서 AI 활용 정도가 높다고 인식할수록 소비자가 느끼는 광고의 진정성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AI 시대에 AI 광고 제작 자체는 당연해진 일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도 비용 절감 등의 효과뿐만 아니라 어떻게 해야 진정성 있는 AI 광고를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광고는 성의 있는 마음을 담아 상품을 추천하는 행위인데 광고 자체가 인위적이고 가식적으로 느껴지면 소비자는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며 "이는 불량식품을 대할 때의 감정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용 절감을 위해 AI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행위가 될 수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성스럽게 만들어 권해도 물건을 살까 말까 한 상황에서 AI 광고를 잘못 이용하는 것은 오히려 제품이 불량식품 같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pad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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