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노벨평화상 '인권 법률가' 나바네템 나비 필라이 선정… 국제법 질서 수호 공로
  • 임영무 기자
  • 입력: 2026.10.09 20:30 / 수정: 2026.10.09 20:30
노벨위원회 "국제 법치 시스템 침해받는 시기… 책무 규명과 평화의 이정표"
202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국제법 전문가 나바네템 나비 필레이가 선정됐다. /노벨위원회 X
202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국제법 전문가 나바네템 나비 필레이가 선정됐다. /노벨위원회 X

[더팩트ㅣ임영무 기자]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오슬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화와 국제법을 증진하기 위한 공로"로 나바네템 나비 필라이(85)를 올해 수상자로 발표했다.

외르겐 바트네 프리드네스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수상자는 전쟁 범죄, 반인도적 범죄, 집단 학살이 기소되도록 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해왔으며 국제법의 영향력을 크게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 국제법 체계가 정치적·무력적 압력 아래 공격받고 있다"며 "필라이는 탁월한 용기와 청렴함으로 국가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폭력과 분쟁의 희생자들에게 정의에 대한 희망을 줬다. 이는 국제 규범 기반의 질서를 훼손하려는 세력에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1941년 남아공 더반의 인도계 타밀 가정에서 태어난 필라이는 아파르트헤이트(옛 남아공 백인 정권의 인종차별 정책) 체제 아래에서 법조계에 입문했다.

1967년 나탈주 최초의 여성 법률사무소를 열어 넬슨 만델라를 비롯한 정치범과 인권운동가들을 변호했다. 정치범 고문 실태 폭로 및 수감자 변호인 접견권 확보에 앞장섰다. 이후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석사(LL.M.) 및 박사(S.J.D.) 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 남아공 고등법원 최초의 비백인 여성 판사로 발탁됐다. 이어 유엔 총회를 통해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ICTR) 재판관으로 선출되어 재판소장을 역임했다. 특히 '장폴 아카예수 사건' 판결을 주도하며, 국제 재판 역사상 최초로 성폭행 및 성폭력을 반인도적 범죄이자 집단학살의 수단으로 인정하는 법리를 확립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과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거치며 세계 각지의 인권침해 규명에 힘썼다. 최근까지도 팔레스타인 점령지 조사위원회 위원장, ICJ의 미얀마 로힝야족 집단학살 사건 임시재판관으로 활동을 이어왔다.

독일 뉘른베르크포럼 참석 중 수상 소식을 들은 필라이는 "여러분이 박수를 조금 더 쳐주시면 이 상을 트럼프와 나눠가질 수도 있겠다"라며 위트 있는 농담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평소 노벨평화상 수상 욕심을 자주 내비쳐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풍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로는 단체를 포함해 총 287명이 추천되었으며 상금은 지난해보다 100만 크로나 증액된 1200만 스웨덴 크로나 약 16억 2000만 원이다.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오는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다른 5개 부문(생리의학·물리학·화학·문학·경제학상)과 달리 평화상 시상식은 노르웨이에서 별도로 개최된다. 지난해 노벨평화상은 베네수엘라의 민주화 투쟁을 이끈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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