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200여명 운집…곳곳 한글 체험에 웃음꽃

[더팩트ㅣ김태연·안디모데 기자] "세종대왕님, 한글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1시30분께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광장은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기념해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 국립한글박물관 등 주최로 열린 '2026 한글주간. 내 곁에 한글' 행사를 즐기러 나온 시민 200여명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광장에는 '손끝으로 만나는 한글점자 100년', '장원급제. 한글 백일장', '한글놀이터', '내 손으로 만드는 한글가방', '맞춤법 탐정단', '세종대왕께 물어봐요' 등 한글을 주제로 한 체험 부스 26곳이 마련됐다.
아이 2명은 '한글놀이터'에서 한글 자음과 모음을 몸으로 표현하는 놀이를 하고 있었다. 놀이터에 마련된 화면에 'ㅕ'가 나오자 아이들은 몸을 왼쪽으로 돌리고 허공에 두 손을 쭉 뻗었다. 'ㅛ'가 나오자 두 손을 위로 올린 채 제자리에서 두세 번 뛰었다. 'ㅠ'가 나오자 진행자가 "허리 숙이고 바닥에 주먹"이라고 외쳤고, 아이들은 양손 주먹을 바닥으로 내리쳤다. 아이들은 뛸 때마다 까르르 웃었다.
한글 모양 열쇠고리를 직접 제작할 수 있는 '알록달록, 한글 열쇠고리 뚝딱' 부스 앞에는 시민들이 줄을 서 있었다. "열쇠고리 만들어볼래"라는 어머니의 질문에 아이들은 "좋아요"라고 답했다. 한 아이는 자음 모양의 열쇠고리가 담긴 상자에서 'ㄷ'과 'ㅂ'을 골라 들고는 "엄마, 제 이름 다빈이에요"라고 외치며 활짝 웃었다.

아들 김민(4) 군과 행사장을 찾은 정성희(34) 씨는 "아들이랑 지금 한글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광화문에서 한글날 100주년 기념행사를 한다고 해서 왔다"며 "행사가 생각보다 할 것도 많고 규모도 커서 오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군도 "너무 재밌다"고 했다. 한글 색칠놀이를 할 수 있는 '둥실둥실 한글 1446'에 참여한 박진주(36) 씨는 "아들과 함께 경복궁에 가다가 행사 부스가 있는 걸 보고 왔다"며 "이런 행사가 있는지 몰랐는데 아이가 재밌어 해 뿌듯하다"고 웃어보였다.
시민들은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향한 감사의 마음도 잊지 않았다. '한글 백일장' 부스에는 "외국인들도 쉽게 배울 수 있는 언어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글이 있어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 좋아요" 등이 적힌 편지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한 시민은 "세종대왕님 한글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생일도 양력 10월9일이에요. 제 생일도 축하해주세요"라고 적어 눈길을 끌었다.
'세종대왕께 물어봐요' 부스에서는 디지털 화면 속 인공지능(AI) 세종대왕이 시민들의 질문에 답했다. 한 20대 여성이 "요즘 한글을 보면 어떤 기분이세요"라고 질문하자 인공지능 세종대왕은 "새 글자를 만든 건 사람들이 쉽게 익혀 날마다 편히 쓰게 하려는 뜻이었다. 오늘날 사람들이 손안에 기기로 서로 생각과 마음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고 답했다. 이 여성은 "맞춤법 잘 못 지키는데 너무 자비로우시다"라고 했다.
'맞춤법 탐정단' 부스 앞에는 20여명이 줄을 서 있었다. 시민들은 2분 안에 주어진 글에서 '몇일', '갯수', '찌계' 등 잘못된 표현을 찾아야 했다. 남정민(25) 씨는 문제를 틀리자 "한글 공부 지금 다시 시작해야 하나"라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최윤서(24) 씨는 "평소에 맞춤법을 잘 지킨다고 자신했는데 생각보다 어려워서 좀 반성하게 된다"며 "남자친구가 오히려 더 잘 아는 것 같아서 심술난다"고 말했다.

원하는 문구를 서예 작가들이 적어주는 서예 체험 부스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민트색 한복을 입은 서예 작가 5명은 시민들이 고른 문구를 하얀 종이에 붓으로 썼다. 같은 문구라도 작가마다 글씨체가 달라 시민들은 각자 원하는 작가 앞에서 차례를 기다렸다.
한국어, 영어부터 사자성어까지 시민들이 고르는 문구는 다양했다. 한 20대 외국인 여성은 영어로 적힌 문구집을 한참 신중하게 넘기더니 '유 네버 페일 언틸 유 큇(You never fail until you quit)'을 골랐다. 중단할 때까지 실패한 것이 아니다는 의미다. 한 50대 남성은 '반짝반짝 빛나는 삶을'이라는 문구를 골랐다. 서예 작가가 책상 앞에서 붓끝을 움직이자 그는 "예술이다"라며 감탄했다.
광화문 인근 직장을 다니는 하정민(45) 씨는 "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고민하다 '사랑하는 우리가족 서로 사랑하고 나를 가장 사랑하자'는 문구를 골랐다"며 "점심시간 우연히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참여한 건데 너무 좋다"고 말했다. 여행 중인 중국인 신향란(64) 씨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여행 중 이렇게 서예 작품까지 선물 받은 것은 뜻밖"이라며 "중국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가족들 행복하자'는 글씨를 썼다. 중국에 돌아가 집에 걸어둘 것"이라고 했다.
국립한글박물관 관계자는 "어린이들이나 외국인들이 와서 즐길 수 있는 축제 같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한글날 제정 100주년인 만큼 시민들이 한글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고 세종대왕이 어떤 의미로 한글을 만들었는지도 기억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pad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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