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지급 재개…소형 EV 수요 급증
폭스바겐·르노, EV 공급 차질 인정
IAA 유예 요구도…현대차·韓 배터리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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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전통 자동차 제조사들이 본고장에서 전기차 전략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한국과 중국의 전기차 및 배터리 점유율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기아 EV 라인업 / 현대자동차그룹 |
[더팩트 | 박성호 기자] 유럽 전통 자동차 제조사들이 본고장에서 전기차 수요 예측에 실패하면서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이르면 오는 2027년 시행 예정인 산업가속화법(IAA) 대응마저 늦어지며 시행 유예를 요청했다.
유럽 제조사들이 혼란에 빠진 사이,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선 한국과 중국의 전기차 및 배터리 점유율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8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그룹과 르노는 현지에서 전기차 수요 예측에 실패했음을 인정했다.
최근 폭스바겐그룹 경영진은 유럽 현지 전기차 수요를 과소평가했다고 밝혔고, 르노 또한 5 E-Tech 수요를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형 전기차 위주로 현지 제작사들의 공급을 뛰어넘는 수요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제조사들의 전동화 전환을 돕기 위해 중단했던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재개했다. 소형 전기차 위주 보조금 지급 방침을 세웠는데, 중동 전쟁으로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소비자 수요가 소형 전기차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패트릭 험멜 UBS은행 수석 자동차 분석가는 "폭스바겐은 몇 년 전에 생산량 증대 계획을 세웠는데,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차를 원해서 벌써 내년 여름까지 주문량이 밀려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유럽 소비자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이다. 현지에서 폭스바겐의 ID.폴로는 구매 후 인도까지 약 9개월 이상, 길게는 1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소비자들은 현지 제작사의 전기차 구매를 포기하고 중국 브랜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 BYD는 소형 전기차 '돌핀'을 필두로 이미 유럽 곳곳에 진출했으며, 지리자동차도 2만 유로 미만의 소형 전기차 E2 판매를 시작했다. 이밖에 체리자동차와 MG 등 중국 브랜드도 유럽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통계를 보면 중국 브랜드들의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진출 속도가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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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지역을 제외한 1~8월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 상위 10개 그룹 / SNE리서치 |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1~8월 중국 지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은 전년 동기 대비 28.9% 뛴 622만3000대로 집계됐다.
기업별로 보면 폭스바겐그룹이 전년 동기 대비 4.3% 늘어난 82만5700대를 인도하며 1위를 지켰지만, 글로벌 점유율이 16.4%에서 13.3%로 3.1%p 축소됐다. 전기차 수요 예측에 실패하며 점유율을 뺏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같은 기간 BYD는 전년 동기보다 76.5% 뛴 73만3200대를 인도했고 점유율도 8.6%에서 11.8%로 3.2%p 키웠다. 이외에도 지리자동차와 체리자동차 역시 중국을 제외한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해당 기간 현대차그룹도 20.9% 뛴 49만8500대를 인도하며 4위 자리를 지켰다. 다만, 북미 시장의 침체로 글로벌 점유율은 0.5%p 내린 8.0%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유럽 전통 제조사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축소하고, 한국과 중국 제조사 간 경쟁이 격화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유럽 제조사들이 현지 기업들을 보호하는 법안인 '메이드 인 유럽' 시행까지 연기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EU는 IAA를 통해 배터리 소재를 포함한 현지 소재 및 부품을 70% 이상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이같은 규칙을 이행한 전기차 및 배터리에 한해 구매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그러나 유럽 제조사들이 경영 위기 여파로 현지 대응을 강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는 IAA 적용 시점을 3~5년 연기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ACEA는 현지 조달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면 저가 EV 생산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 배터리 소재사까지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완성차 제조사와 배터리 기업들은 메이드 인 유럽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해 이미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게다가 유럽 배터리 육성 프로젝트는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사이, 국내 기업들은 유럽에서 신규 파트너십을 맺는 등 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이미 신규 사업자의 진출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유럽 자동차와 배터리 기업의 부진은 한국에도 기회지만, 중국과 경쟁이 심화될 것이란 신호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