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굴레 갇힌 청년들…'고용불안' 직장 대신 실업급여
  • 이다빈 기자
  • 입력: 2026.10.04 00:00 / 수정: 2026.10.04 00:00
월급과 실업급여 격차 없어…"몸 편해도 마음 불편"
정규직 '하늘의 별 따기'…"불안정한 고용구조 문제"
계약직이나 단기 일자리 등 불안정한 고용으로 취업 대신 퇴사 후 실업급여를 택하는 20~30대 청년들이 늘고 있다. 경력 단절과 재취업을 반복하는 열악한 청년 노동시장의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대학교 일자리플러스센터에 학생이 채용정보 게시판 앞에 앉아 있는 모습. /뉴시스
계약직이나 단기 일자리 등 불안정한 고용으로 취업 대신 퇴사 후 실업급여를 택하는 20~30대 청년들이 늘고 있다. 경력 단절과 재취업을 반복하는 열악한 청년 노동시장의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대학교 일자리플러스센터에 학생이 채용정보 게시판 앞에 앉아 있는 모습. /뉴시스

[더팩트 ┃ 이다빈 기자] 1년4개월 동안 계약직으로 근무했던 이모(26) 씨는 지난 2월 계약기간이 끝나면서 직장을 나왔다. 20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았던 이 씨는 현재 실업급여로 월 180만원 정도를 받으며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 씨는 "고용불안과 저임금, 경력 미인정 등 우려에 계약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퇴사를 결심했다"며 "월급과 실업급여의 차이가 몇십만 원밖에 나지 않아 현타가 왔다. 월급보다 나은 것 같다"고 한탄했다.

이어 "출퇴근 왕복 2시간에 새벽 야근 등으로 힘들었는데, 쉬면서 돈을 받을 수 있으니 굳이 일자리를 알아볼 필요가 있을까는 생각까지 들었다"면서도 "곧 실업급여 수급기간이 끝나는 상황이라 다시 취업이 간절해져 교육도 듣고 열심히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계약직이나 단기 일자리 등 불안정한 고용으로 취업 대신 퇴사 후 실업급여를 택하는 20~30대 청년들이 늘고 있다. 경력 단절과 재취업을 반복하는 열악한 청년 노동시장의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실업급여는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의 퇴사 후 재취업 활동과 생활 안정을 돕는 제도다. 이직일 이전 18개월 동안 피보험 단위기간이 180일 이상이어야 하며, 경영상 해고나 계약기간 만료, 권고사직 등 비자발적 퇴사 사유를 충족해야 한다.

현재 실업급여 하한액은 월 198만원이다. 월 200만원 안팎을 받는 계약직이나 단기 일자리 근로자의 경우 근로소득과 실업급여의 격차가 크지 않다. 특히 출퇴근 비용과 식비, 야근 등까지 고려하면 실제로 일해서 얻는 이익이 실업급여보다 적은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계약직이나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는 대신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정규직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이유다.

고용노동부는 내년부터 실업급여 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무급휴일까지 포함해 주 7일분을 지급하던 방식에서 무급휴일을 제외하고 주 6일분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 경우 실업급여 하한액은 월 198만원에서 176만원으로, 상한액은 204만원에서 181만원으로 줄어든다.

다만 총 수급액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연령과 고용보험 가입기간에 따라 정해지는 총 지급일수 120~270일도 유지된다. 이에 주당 급여 지급일수가 7일에서 6일로 줄어든 대신 같은 금액을 긴 기간 동안 나눠 받는 방식이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 사이에서는 실업급여가 취업을 대신할 수 없는 만큼, 장기적으로 안정적 일자리 공급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새롬 기자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 사이에서는 실업급여가 취업을 대신할 수 없는 만큼, 장기적으로 안정적 일자리 공급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새롬 기자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 사이에서는 실업급여가 취업을 대신할 수 없는 만큼, 장기적으로 안정적 일자리 공급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씨 역시 안정적인 정규직을 원하지만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싶지만 채용 공고에 올라오는 건 계약직뿐"이라며 "계약직으로 뽑아 놓고 실업급여를 받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업급여를 받는 게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불편하다.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일자리 대체 우려까지 있어 정규직에 대한 바람이 더욱 크다"고 덧붙였다.

X(옛 트위터)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실업급여 지급을 줄이려면 계약직부터 없애야 한다.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아 실업급여를 타는 것", "실업급여를 자주 받는다는 건 실업 상태가 자주 된다는 의미고, 안정적인 일자리가 필요하다", "실업급여는 결국 비정규직의 현실. 정규직을 늘려야 한다" 등 글이 올라왔다.

전문가들도 청년층의 실업급여 수급을 단순히 '일하지 않기 위한 선택'으로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단절과 재취업을 반복해야 하는 노동시장의 현실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김성희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교수는 "고용 상황이 열악하고 불안정한 사람들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이 제도의 순기능"이라며 "청년들이 일을 했다가 쉬었다가 반복하는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반복 수급이나 실업급여 수급 자체를 지나치게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며 "소득이 있어야 다음 직업을 모색할 수 있고, 교육을 듣는 등 취업을 준비한다. 실업급여는 고용이 불안정한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nswer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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