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9일 첫 회의…프로젝트 한강 등 디지털화폐 현안 집중
CBDC 반대 청원 8건·누적 42만명…개인정보·보안 우려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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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 등 디지털화폐 정책을 다룰 별도 자문위원회를 신설했다. 기존 자문기구가 사실상 해체된 지 약 5개월 만이다. 사진은 신현송 한국은행 신임 총재가 지난 4월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박상민 기자 |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 등 디지털화폐 정책을 다룰 별도 자문위원회를 신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취임 직전 기존 자문기구가 사실상 해체된 이후 약 5개월 만에 외부 전문가와 시장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식 창구가 다시 마련된 것이다.
'프로젝트 한강'과 국가 간 지급결제 실험인 '프로젝트 아고라', 국채 토큰화 등 디지털화폐 관련 사업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CBDC를 둘러싼 개인정보·보안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약 5개월간 자문 공백이 이어지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새 자문위가 출범하면서 일각에서는 국감 대응을 위한 '면피용 기구'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최근 '디지털화폐 자문위원회'를 신설하고 지난 9월 29일 첫 회의를 개최했다.
한은은 "최근 프로젝트 한강, 아고라 프로젝트, 국채 토큰화 등 주요 프로젝트가 본격화됨에 따라 외부 전문가 및 시장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기 위해 디지털화폐에 초점을 맞춘 자문기구를 신설했다"고 밝혔다.
◆ 기존 자문기구 해체 후 5개월 공백…국감 앞두고 소통 재개
앞서 한은은 지난 4월 기존 디지털화폐 정책 자문기구인 '머니앤뱅킹(Money & Banking) 미래포럼' 운영을 종료했다. 미래포럼 소속 자문위원 전원은 이창용 전 총재 퇴임일인 4월 20일 이메일을 통해 해촉 사실을 통보받았다. 신 총재가 다음 날인 21일 공식 취임했다는 점에서 신임 총재 취임을 하루 앞두고 기존 외부 자문기구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당시 한은은 이 전 총재의 임기 만료에 따라 기존 포럼 운영과 자문위원 위촉을 종료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다만 위촉 당시 별도의 임기나 한시적 운영 기구라는 점은 명시되지 않았고 해촉 과정에서도 구체적인 사유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 총재가 취임 당시 '시장과의 양방향 소통 강화'를 강조했던 만큼 외부 전문가와 시장의 의견을 수렴할 창구가 오히려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 의원은 이 같은 외부 자문 공백을 짚으며 자문기구 재편 계획을 질의했다. 디지털화폐처럼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장과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할 통로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에 한은은 새 자문위 신설과 지난 9월 29일 첫 회의 개최 사실을 밝혔다.
한은은 기존 머니앤뱅킹 미래포럼과 새 자문위의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기존 포럼이 디지털화폐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등 디지털혁신 전반을 다뤘다면 새 자문위는 디지털화폐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다만 기존 자문기구를 종료한 뒤 약 5개월간 별도의 자문 창구를 두지 않다가 국감을 앞두고 새 기구를 출범시켰다는 점에서 비판적인 시각도 나온다. 자문위원 구성과 회의 내용, 자문 결과의 정책 반영 과정 등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을 경우 국감 대응을 위한 '면피용 기구'에 머물 수 있다는 지적이다.
◆ CBDC 반대 청원 8건·42만명…개인정보·보안 논란 지속
새 자문위가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실증을 앞두고 CBDC와 디지털화폐를 둘러싼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프로젝트 한강 1차 실거래 테스트 이후 올해 8월까지 CBDC 도입에 반대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총 8건으로, 동의 인원은 누적 42만명에 달한다. 특히 한은이 2단계 테스트 진행을 예고한 올해 7~8월에도 세 차례에 걸쳐 약 15만명이 국민 의견을 다시 수렴해야 한다는 취지의 청원에 동의했다.
청원에서는 CBDC 도입 과정에서 개인정보와 국민의 권리를 보호할 방안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디지털화폐가 확산될 경우 개인의 자금 흐름에 대한 과도한 추적이나 개인정보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보안 문제도 쟁점이다. 1차 테스트가 약 3개월간 진행된 것과 달리 2단계 실증은 금융당국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기간 내에서 장기간 진행될 수 있어 사업 확대에 맞춰 보안 검증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한은은 1단계 실거래 테스트 당시 사전 보안점검을 실시했지만 별도의 사후 보안점검은 진행하지 않았다. 한은은 1년 미만으로 진행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사전 점검을 실시하며 1단계에서도 사전 검사를 철저히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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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는 등 CBDC 제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인도 등은 대규모 시범사업이나 단계적 의무화를 추진하며 CBDC 도입에 적극적인 국가로 꼽힌다. 사진은 중국 인민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위안화. /뉴시스 |
◆ 한은 "범용 CBDC와 달라" 선 긋지만…실증 규모·활용처는 확대
한은은 프로젝트 한강을 둘러싼 상당수 우려가 범용 CBDC와 예금토큰의 차이를 혼동하면서 비롯됐다는 입장이다.
프로젝트 한강에서 한은이 발행하는 기관용 디지털화폐는 금융기관 간 결제에 활용된다. 일반 이용자가 실제 지급결제에 사용하는 예금토큰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부산·경남·iM뱅크 등 참가 은행이 발행·관리한다.
한은은 일반 국민과 기업이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화폐를 직접 사용하는 범용 CBDC와 프로젝트 한강은 구조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한다. 일반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한은의 기관용 디지털화폐 원장에 저장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일각에서 제기하는 '중앙은행의 개인 거래 감시' 우려 역시 프로젝트 한강의 실제 구조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범용 CBDC가 아니라는 설명만으로 개인정보 보호와 자금 통제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가 모두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디지털화폐와 관련한 개인정보 유출과 거래내역 조회 우려를 해소하고 시스템 신뢰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예금토큰의 '프로그래밍 기능' 역시 양면성을 갖는다. 한은은 개인이나 기업이 보유한 예금토큰은 언제든 즉시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고 정부를 포함한 제3자가 사용처나 사용기한 등을 임의로 제한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반면 정책자금이나 디지털 바우처 등에는 사용 목적과 조건을 사전에 설정하는 프로그래밍 기능을 적용할 수 있다. 국고금의 부정 사용을 막고 정책 집행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향후 적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어떤 자금에 어떤 조건을 설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2단계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장치도 강화한다. 참가 은행 9곳 모두 생체인증을 도입하지만 생체정보는 이용자 단말기 안에서만 처리·보관된다. 은행과 한은 시스템, 분산원장에는 생체정보가 전송·저장되지 않으며 은행 고객확인(KYC) 데이터에도 생체정보 자체가 아닌 인증 결과만 연동된다.
그럼에도 실증 규모와 활용 범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은과 시중은행 9곳은 프로젝트 한강 2단계에서 최대 50만개 전자지갑을 대상으로 예금토큰 상용화 기반 마련에 나선다. 기존 7개 은행에서 9개 은행으로 참여 기관이 늘어나고 이용자와 사용처 확대, 송금 기능, 예금·예금토큰 자동 전환, 생체인증 등 새로운 기능도 추가된다.
사용처 역시 일반 지급결제를 넘어 국고금 영역으로 확장된다. 소상공인 등으로 이용처를 넓히는 동시에 블록체인 기반 국고금 집행 시범사업과 프로그래밍 기능을 활용한 지급서비스도 시험할 예정이다. 범용 CBDC 도입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는 한은의 입장과 별개로 디지털화폐를 활용하는 지급결제 인프라 자체는 점차 실생활과 공공영역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셈이다.
실효성 문제도 과제로 남는다. 한은이 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바하마와 나이지리아, 자메이카 등 범용 CBDC를 공식 도입한 일부 신흥국의 실제 CBDC 사용자 비중은 전체 인구의 1~2% 이내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프로젝트 한강 2단계에서 국민의 이용이나 전자지갑 개설을 강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할인이나 캐시백 등 인센티브를 통해 이용을 인위적으로 빠르게 확대하는 방안도 현 단계에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용률이 낮은 해외 사례가 이미 확인된 상황에서 실증 규모와 활용처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려면 기술적 구현 가능성을 넘어 실제 수요와 비용 대비 편익을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뿐 아니라 기존 지급수단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만큼의 효용이 있는지를 입증하는 것 역시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프로젝트 한강뿐 아니라 아고라, 국채 토큰화 등 디지털화폐 관련 사업의 범위가 계속 확대되는 만큼 자문위가 단순히 정책 추진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역할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실효성 등 시장에서 제기되는 우려까지 충분히 검증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실질적인 소통 창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