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멀어도 마음은 이미 고향집…'두근두근' 추석 귀성길
  • 김태연, 이예리, 안디모데 기자
  • 입력: 2026.09.23 15:45 / 수정: 2026.09.23 15:45
귀성객·여행객으로 서울역·터미널·공항 '인산인해'
"입석도 없어요"…일부 승차권 매진에 발만 동동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낮 12시30분께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는 시민 1000여명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김태연 기자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낮 12시30분께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는 시민 1000여명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김태연 기자

[더팩트ㅣ김태연·이예리·안디모데 기자]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 김포공항 등은 고향을 찾아 이른 발걸음을 재촉하는 귀성객들로 북적였다. 4일의 짧은 연휴에 부모, 아이의 손을 잡고 고향 대신 여행을 떠나는 시민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이날 낮 12시30분께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는 시민 1000여명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대합실이 혼잡해지자 "앞 사람과 간격을 천천히 유지하며 이동해달라"는 안내방송이 울려퍼졌다. 설레는 표정의 시민들은 휴대전화를 손에 든 채 전광판을 수시로 힐끗거리며 열차를 기다렸다. 김밥, 햄버거, 덮밥, 닭강정 등으로 끼니를 떼우는 이들도 보였다. 저마다 손에는 건강식품과 선물세트, 보라색과 금색 등 보자기로 곱게 싼 상자 등이 들려있었다.

목포행 KTX를 기다리던 대학생 연혜진(20) 씨는 "서울로 올라온 뒤 처음으로 가는 고향"이라며 "알바하는 카페 사장님이 어머니 선물이라며 참치캔 세트를 주셔서 챙겨 내려가는 길"이라고 했다. 연 씨는 남색 쇼핑백을 들고 "엄마아빠 사랑한다"며 활짝 웃었다. 영양제 선물세트를 들고 전주행 열차를 기다리던 박상훈(56) 씨는 "아내와 함께 누나, 남동생, 부모님을 만나러 간다"며 "명절이라 다같이 가족들이 모여서 기분이 좋다. 다들 건강하고 사랑한다"고 전했다.

아들과 함께 아내가 있는 고향 대전으로 간다는 김정우(44) 씨는 상기된 표정으로 "업무 때문에 아내와 떨어져서 살고 있는데 연휴를 함께 보내려고 내려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아들 김준(6) 군은 왼손에 장난감을 든 채 "엄마가 빨리 보고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대구에 간다는 이가연(23) 씨는 "이번에 유독 고향 가는 KTX 표를 구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며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힘들었는데 표 구해서 다행"이라고 했다.

미처 승차권을 구하지 못하고 이날 무작정 현장에 온 시민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서울역 승차권 구매 키오스크(무인 단말기) 8대 앞에는 시민 5명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키오스크를 통해 빈 좌석이 있는지 계속해서 확인했지만 끝내 승차권 구매에는 실패했다. 안내센터 앞에서는 한 20대 군인이 '입석이라도 구매할 수 없냐'고 요청하며 울상을 지었다. 안내센터 직원은 "지금 입석도 다 팔렸다. 연휴 시작돼서 계속 새로고침하면서 취소표가 나오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마산행 승차권을 구매하려던 대학생 김리원(22) 씨는 "서울에 어제 여행을 왔다가 예약대기를 까먹고 못해 표를 구하지 못했다"며 "버스표가 있긴 한데 마산까지 너무 오래 걸려서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주행 승차권을 구매하려던 취업준비생 이한민(27) 씨도 "가끔 현장 구매하러 와보면 표가 있던데 오늘은 구하지 못했다"며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타고 가야할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날 강서구 김포공항에는 고향을 찾는 대신 여행을 떠나는 가족 단위 시민들로 북적였다. /이예리 기자
이날 강서구 김포공항에는 고향을 찾는 대신 여행을 떠나는 가족 단위 시민들로 북적였다. /이예리 기자

같은 시간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은 시민 250여명으로 빼곡했다. 일부는 대합실에 자리가 없어 서서 버스를 기다렸다. 양손에 쇼핑백을 든 채 승차장으로 뛰어가는 남성, 한과와 술, 건강식품 등을 들고 버스를 기다리는 여성도 눈에 띄었다.

아이와 함께 대전으로 간다는 이재하(36) 씨는 "아이가 할머니 토란국을 좋아하는데 설날 이후 할머니를 처음 보는 거라 신나한다"며 "아이가 즐거워하니 덩달아 나도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이아연(6) 양은 "할머니 집 가면 맛있는 걸 많이 해준다. 엄마는 안해주는 토란국을 할머니는 해준다"며 "할머니 집에 사는 흰색 멍멍이 바람이랑도 빨리 놀고 싶다"고 말했다.

7세 아들과 함께 청주로 간다는 최지원(31) 씨는 "설에는 일본 여행을 갔는데 이번에는 연휴가 짧아 내려가기로 했다"며 "청주에 있는 시댁 먼저 들르고 친정으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열차표를 구하지 못해 터미널을 찾은 승객도 있었다. 직장인 고현민(32) 씨는 "부산이 본가라 항상 KTX를 타고 다녔는데 올해는 열차표를 못잡아서 고속버스로 이동한다"며 "버스표는 그나마 잡기 쉬웠다. 일요일에 서울로 올라오는 KTX는 잡아서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에는 시민 250여명으로 빼곡했다. 한 20대 여성은 캐리어를 끈 채 대기실 문을 열었으나 자리가 없어 서있어야 했다. /안디모데 기자
이날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에는 시민 250여명으로 빼곡했다. 한 20대 여성은 캐리어를 끈 채 대기실 문을 열었으나 자리가 없어 서있어야 했다. /안디모데 기자

같은 시간 김포공항에는 고향을 찾는 대신 여행을 떠나는 가족 단위 시민들로 북적였다. 3층 국내선 탑승구 앞에는 60여명이 들뜬 표정으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2층 체크인 카운터 앞에는 항공사마다 7~10명 정도의 대기인원이 있었다. 시민들은 한 손으로 캐리어를 끌고 다른 한 손으로 가방, 쇼핑백 등을 든 모습이었다.

항공편을 기다리던 한유나(42) 씨는 "시댁 식구들과 함께 제주도로 3박4일 여행을 간다"며 "다같이 시간 맞추기 어려운데 여행을 가게 돼 기분이 좋다"고 했다. 딸 김예슬(8) 양도 "여행을 가서 신난다"고 웃어 보였다. 정형석(78) 씨는 "아들 가족이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며 "매년 추석 때마다 명절 지내는 것을 대신해 여행을 가고 있다. 지난해는 평창에 다녀왔는데, 올해는 제주도에 간다"고 전했다.

회색 푸들과 함께 탑승구 인근 의자에 앉아 있던 최한성(62) 씨는 "아내와 강아지까지 셋이서 제주도로 여행을 간다"며 "일을 열심히 했으니 쉬러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생 김도아(23) 씨는 "작년까지 추석 때 제사를 지냈지만 올해부터 가족여행을 가기로 했다"며 "각자 출발해 제주도에서 모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항공편으로 고향에 가는 이들도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좌한길(18) 군은 "입시 때문에 제주도에서 서울로 홀로 올라와 학교를 다니고 있다"며 "여름방학 이후 오랜만에 가족들을 보게 돼 엄청 좋다"고 했다. 군인 박준호(21) 씨는 "추석을 맞아 오늘 6박7일 휴가를 나와 본가인 김해로 간다"며 "반년 만에 가족을 보는 거라 어떤 기분인지 설명하기 어렵다. 반가울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도착 게이트 앞에는 가족을 기다리는 이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출구에서 부모의 모습이 보이자 손을 흔드는 아들, 뛰어오는 손자를 품에 안으며 아들 가족을 반갑게 맞는 부부도 보였다. 출구 쪽을 확인하던 김성균(56) 씨는 "어머니가 제주에서 올라와 기다리고 있다"며 "회사에 휴가를 내고 마중 나왔다. 추석 연휴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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