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공급과잉, 철강사 수익성 악화시켜 저탄소 전환 지연"
'탈탄소 수조원 투자' 포스코, 현대제철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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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기후산업국제박람회에 참가한 포스코그룹 전시관 전경. /포스코 |
[더팩트 | 문은혜 기자]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이 철강 가격과 수익성을 끌어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수소환원제철과 전기로 등 저탄소 설비 투자를 위축시키며 철강산업의 탄소중립 전환까지 늦추고 있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진단이 나왔다. 특히 중국 등에서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설비 증설이 저탄소 분야로 옮겨붙을 경우 기존의 '값싼 철강'에 이어 '값싼 그린 철강'까지 시장에 쏟아지는 새로운 공급과잉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다.
이런 가운데 수조원대 탈탄소 투자를 앞둔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중국발 공급과잉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저탄소 투자 부담이라는 이중고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OECD는 최근 '글로벌 공급과잉 속 철강산업 전환'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46쪽 분량의 이 보고서에는 시장의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보조금 등으로 인해 글로벌 철강 생산 능력이 과도하게 팽창했다는 점과, 이 구조적인 과잉 공급이 철강 기업들의 수익성을 악화시켜 친환경 저탄소 설비 투자 여력을 빼앗는 악순환을 형성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현재 글로벌 철강 시장은 중국의 내수 부진과 수출 확대, 비(非)OECD 국가들의 설비 증설 등이 맞물려 공급과잉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OECD 철강위원회에 따르면 글로벌 공급과잉 규모는 지난해 6억4000만t까지 늘었고 중국이 공급과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하반기 50%를 넘어섰다. OECD는 오는 2028년에는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이 7억4500만t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급과잉은 철강사의 실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OECD가 조사한 글로벌 철강사들의 EBITDA 기준 중간 영업이익률은 2022년 7.4%에서 2024년 6.7%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률은 3.4%에서 2.2%로 떨어졌고 적자 기업 비중은 19%에서 24%로 늘었다.
OECD는 철강 공급과잉이 가격과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철강사들의 투자 여력을 감소시키면서 결과적으로 저탄소 전환을 지연시키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철강산업의 탈탄소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OECD는 기존 공장을 수소 기반의 직접환원철이나 전기로 방식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투자비를 프로젝트당 7억~14억달러, 신규 공장을 건설할 경우 12억~21억달러 수준으로 추산했다. 이런 상황에서 철강사들의 수익성이 낮아지면 내부 현금 창출이 줄고 외부 차입비용은 올라가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공급과잉은 저탄소 철강의 가격 경쟁력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저탄소 철강 생산비는 일반 철강보다 높은데 공급과잉으로 일반 철강 가격이 떨어지면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가격 차이, 이른바 '그린 프리미엄'이 상대적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철강사 입장에서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저탄소 설비를 구축해도 시장에서 추가 비용을 충분히 보상받지 못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보고서는 철강 공급과잉이 사라지는 대신 형태만 바뀌는 상황도 우려했다. 중국이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저탄소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릴 경우 향후 탄소 규제를 충족하는 중국산 저가 철강이 세계 시장에 대량 공급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신규 친환경 설비를 지원하는 동시에 비효율적인 기존 고탄소 생산능력을 퇴출해 전체 생산능력 자체가 불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OECD의 경고는 국내 철강업계에도 적용된다. 특히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중국발 저가 철강과 경쟁하면서 동시에 수조원 규모의 생산설비 전환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 공급과잉으로 기존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현금이 줄어들수록 저탄소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진다는 OECD의 분석은 두 회사의 현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공급과잉은 낮은 수익성을 고착화하고 이는 다시 연구개발과 전환 투자를 제약해 궁극적으로 철강산업의 전환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