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유해진, '암살자(들)'로 다시 마주한 영화의 역할
  • 박지윤 기자
  • 입력: 2026.09.23 00:00 / 수정: 2026.09.23 00:00
영부인 저격 사건 목격한 중부서 경감 철구 役 맡아
"물음표로 남아 있는 사건을 한 번쯤 더 생각할 수 있는 시간"
배우 유해진이 영화 암살자(들) 개봉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이브미디어코프
배우 유해진이 영화 '암살자(들)' 개봉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이브미디어코프

[더팩트|박지윤 기자] 영화적 상상력을 더했지만 실제 사건을 스크린에 옮긴다는 건 배우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유해진은 '암살자(들)'을 택했다. 누군가는 미처 몰랐던 혹은 누군가에게는 시간이 흐르면서 흐릿해진 일을 다시 마주하고 되새기게 하는 것,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게 영화의 역할이라고 바라봤기 때문이다.

유해진은 영화 '암살자(들)'(감독 허진호) 개봉을 앞둔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호흡이 느릴까봐 걱정했는데 타이트하고 밀도 있게 넘어가서 좋게 봤다. 잘 됐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감상평을 전하며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오늘(23일) 스크린에 걸리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리며 남겨진 기록과 오늘날까지 풀리지 않은 의문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영화 '덕혜옹주' '8월의 크리스마스' 등을 통해 인물과 사건을 섬세하게 탐색해 온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번 작품은 1974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일어난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바탕으로 공식적인 기록의 빈틈에 영화적 상상력을 채워 넣은 서스펜스 장르물로, 사건의 실체에 다가서며 집요하게 진실을 추적하는 인물들을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며 짙은 여운을 선사한다.

유해진은 영부인 저격 사건 현장을 직접 목격한 중부서 경감 철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하이브미디어코프
유해진은 영부인 저격 사건 현장을 직접 목격한 중부서 경감 철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하이브미디어코프

처음에는 이를 받고 조심스러웠다는 유해진이다. 그러면서도 "'왕과 사는 남자'가 옛날 기록을 바탕으로 뒷이야기를 만들면서 단종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듯이 이번에도 물음표로 남아 있는 사건을 영화적이지만 한 번쯤 더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될 것 같았다. 이게 영화가 할 수 있는 큰 일 중 하나"라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전했다.

극 중 철구는 영부인 저격 사건 현장을 직접 목격한 중부서 경감이다. 이를 만난 유해진은 그 시대의 소시민이자 국가를 뒤흔든 사건의 진실을 쫓는 형사로서 인물의 집념과 묵직한 신념을 밀도 있게 그려내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그는 "한 사람의 애국심과 물음표가 가득한 일들을 겪었을 때의 절망이 저에게 힘이 됐다. 끝까지 진실이 무엇인가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고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번에 처음 작업을 함께한 허진호 감독은 어땠을까. 복도를 걸어가는 뒷모습을 찍는 과정에서 철구의 마음을 묻는 허 감독을 보면서 당황하기도 했지만, 오랫동안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사에 꼼꼼하고 기본기에 충실한 그의 면모에 놀라기도 했단다.

"그래서 늘 한 번씩 생각하면서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통쾌하게 오케이하는 경우가 없었어요. 진득하게 보다가 다른 방식으로 찍어보자고 제안하시니까 저도 더 긴장할 수밖에 없었죠. 처음에는 '왜 그럴까?'라고 생각했는데 끝나고 나서 얘기하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더라고요. 물론 매일 긍정적으로 생각한 건 아니에요. 연기를 많이 해서가 아니라 감정 장면 같은 경우는 매번 몰입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배우들은 힘들기도 하죠(웃음)."

유해진은 물음표로 남아있는 사건을 영화적이지만 한 번쯤 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았다. 이게 영화가 할 수 있는 큰 일 중 하나라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하이브미디어코프
유해진은 "물음표로 남아있는 사건을 영화적이지만 한 번쯤 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았다. 이게 영화가 할 수 있는 큰 일 중 하나"라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하이브미디어코프

이어 '이끼'(2010) 이후 16년 만에 다시 만난 박해일에 관해서는 "세월이 지난 만큼 눈빛이 힘을 잃었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눈빛이 너무 좋더라. 영화를 보고 그가 표현하는 좋은 눈빛과 에너지에 감탄했다. 꿋꿋하고 꼿꼿하게 큰 에너지를 표현할 수 있는 배우는 많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이번에 이민호를 처음 만나고 그의 반전 매력에 매료됐다고. 유해진은 "한류스타라서 폼을 잡거나 건방 떨 줄 알았는데 엄청 살갑고 서글서글하게 먼저 다가오더라. 성격도 엄청 좋고 자기 비전도 내세울 줄 알고 똑똑하더라. 얘기하다 보면 아는 게 많다는 느낌이 든다. 똑똑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주변에 엄청 말하고 다녔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다양한 장르의 작품과 캐릭터를 소화하며 대체 불가한 입지를 다져온 유해진은 영화 '왕의 남자' '베테랑' '택시운전사' '파묘'에 이어 지난 2월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로 또 한번 천만 그 이상의 관객을 사로잡으며 5편의 천만 흥행작을 필모그래피에 새겨 넣었다. 이에 힘입어 그는 제62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대상을 품에 안으며 배우로서 잊지 못할 뜻깊은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정말 감사함을 많이 느끼는 요즘이에요. '왕과 사는 남자' 이후에 좋은 댓글들도 진짜 많이 달렸는데 술만 마시면 이걸 읽으면서 행복해하고 있어요. 그동안 조연상이 충분해서 상을 받을 만큼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대상을 받으니까 좋더라고요.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수고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옛날보다 사는 걸 알아서 그런지 갱년기라서 그런지 이런저런 이유로 감정이 약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유해진은 왕과 사는 남자로 천만 관객을 사로잡고 제62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대상을 받은데 이어 암살자(들)을 선보이며 뜻깊은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이에 그는 정말 감사함을 많이 느끼는 요즘이라고 돌아봤다. /㈜하이브미디어코프
유해진은 '왕과 사는 남자'로 천만 관객을 사로잡고 제62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대상을 받은데 이어 '암살자(들)'을 선보이며 뜻깊은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이에 그는 "정말 감사함을 많이 느끼는 요즘"이라고 돌아봤다. /㈜하이브미디어코프

우직함과 꾸준함 그리고 식지 않는 연기 열정으로 '한국 영화 누적 관객 수 1위' 배우가 된 유해진이다. 이날 그는 OTT 시리즈나 드라마에 출연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자신의 터전인 영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재밌는 대본이라면 (시리즈물) 출연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어요. 하지만 저의 터전이 영화라서 그런지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할까요. 이번에 허진호 감독, 다른 배우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열린 대화를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없어서 이런 걸 못 하면 스트레스받을 것 같아요. 이 매력 때문에 영화를 계속하는 거 같아요."

끝으로 '암살자(들)'을 포함한 다양한 장르의 한국 영화가 추석 극장가를 가득 채우게 된 가운데, '타짜'를 이끌었던 배우로서 20년간 이어진 시리즈의 피날레를 장식하게 된 '타짜: 벨제붑의 노래'와 같은 날 스크린에 출격하게 된 것에 남다른 소회도 밝혔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1편을 했던 감독, 배우들과 같은 건 아니지만 제목만으로 친근함이 있어요. 왜냐하면 저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거든요. 누군가가 기억에 남는 캐릭터를 물었을 때 딱 한 가지를 꼽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생각나는 건 '타짜'의 고광렬이니까 정감이 갈 수밖에 없어요. 또 한국 영화가 여러 편이 나온다는 건 경쟁을 해야되기도 하지만 모처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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