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라플·캐롯 잇단 흡수합병…전업사 적자·비용 부담에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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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과 캐롯손해보험 등 디지털 전업 보험사들이 잇따라 모회사에 흡수합병되면서 디지털 보험 독립 사업모델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각 사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온라인을 통한 보험 가입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정작 '디지털 전업 보험사'는 시장에서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비대면 판매는 기존 보험사의 주요 채널로 자리 잡았지만 별도 법인으로 디지털 보험사만 운영하는 사업모델은 장기간 적자와 자본 부담을 넘지 못하는 모습이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100%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을 흡수합병하기로 의결했다. 금융당국 인가 등을 거쳐 내년 4월 합병을 완료할 예정이다. 2013년 국내 첫 인터넷 생명보험사로 출범한 지 13년 만이다. 합병 이후에는 교보생명 내 '라이프플래닛사업부'를 신설해 기존 브랜드와 인력을 이어간다.
앞서 국내 첫 디지털 손해보험사였던 캐롯손해보험도 지난해 10월 한화손해보험에 흡수됐다. 캐롯손보는 주행거리만큼 보험료를 내는 퍼마일 자동차보험을 앞세웠지만 2023년 760억원, 2024년 662억원의 순손실을 내는 등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온라인 보험 시장 자체는 성장하고 있다. 자동차보험 온라인(CM) 채널 비중은 2021년 28.8%에서 2022년 31.6%, 2023년 33.8%, 2024년 35.8%, 지난해 37.4%로 매년 확대됐다. 손해보험 전체 CM채널 원수보험료도 2021년 6조6619억원에서 지난해 8조1682억원으로 늘었다. 소비자의 비대면 가입 수요가 줄어서 전업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출범 이후 연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20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65억원 적자를 냈다. 교보생명이 유상증자를 통해 투입한 자금도 3300억원을 웃돈다. 교보라플 합병 이후 유일한 통신판매전문보험사로 남을 카카오페이손해보험도 올해 상반기 175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보험수익은 44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2.6% 늘어 적자폭을 줄이고 있다.
전업 디지털보험사의 발목을 잡는 대표 요인은 판매채널과 상품구조다. 통신판매전문보험사는 총 보험계약건수와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전화·우편·인터넷 등 비대면 방식으로 모집해야 한다. 설계사 설명이 중요한 장기·보장성보험보다 미니·여행보험 등 단기·소액상품 판매가 상대적으로 쉽지만 보험료 규모가 작아 수익성과 미래이익인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기존 대형 보험사의 다이렉트 채널 확대도 전업사에는 부담이다. 대형사는 이미 확보한 고객과 브랜드, 전산·보상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해 온라인 상품을 추가 판매할 수 있어 관련 고정비를 기존 사업과 분산할 수 있다. 설계사·GA 등 대면채널과 온라인을 병행하면서 상품 특성에 따라 판매채널을 달리하고 기존 고객 대상 교차판매도 가능하다.
반면 전업사는 고객 유치부터 전산, 마케팅, 언더라이팅과 보상까지 독립 법인 비용을 감당하면서 K-ICS에 맞춘 자본도 별도로 확보해야 한다. 온라인 시장이 커질수록 대형사의 다이렉트 채널과 같은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역설이 생기는 셈이다.
디지털을 앞세웠던 다른 보험사들도 온라인 전업보다는 장기보험과 GA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는 추세다. 신한EZ손해보험은 올해 경영전략에서 건강보험 상품군을 확대해 장기보험 역량을 강화하고, 디지털 GA와 플랫폼 생태계를 활용해 규모를 키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디지털 기반은 유지하되 수익성이 높은 장기 보장성보험과 판매채널 확대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하나손해보험도 장기보험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고 있다. 올해 1분기 79억원의 순손실을 냈는데 회사는 장기보험 중심 사업구조 변경에 따른 일시적인 사업비 증가를 주요 원인으로 설명했다. 실제 건강·암·간병 등 장기 보장성상품을 확대하는 한편 GA 영업에도 힘을 싣고 있다. 온라인 판매만으로 규모와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렵자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되 기존 종합보험사의 영업방식에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손보사 관계자는 "보험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 전업 보험사의 성장은 별개의 문제"라며 "교보라플과 캐롯의 흡수합병 역시 디지털 사업 자체의 후퇴라기보다 디지털 역량이 독립 보험사에서 기존 대형 보험사 내부로 재편되는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