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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가세·메리츠 출격 임박…발행어음 경쟁 '후끈'
입력: 2026.09.21 15:00 / 수정: 2026.09.21 15:00

삼성증권, 21일 첫 발행어음 판매…연 5.5% 특판으로 출사표
8개사 경쟁체제에 메리츠도 인가 눈앞…60조원 시장 놓고 경쟁 격화


증시 호황에 이어 발행어음 시장이 증권사들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증권이 8번째 사업자로 본격 뛰어든 가운데 메리츠증권도 인가를 앞두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더팩트DB
증시 호황에 이어 발행어음 시장이 증권사들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증권이 8번째 사업자로 본격 뛰어든 가운데 메리츠증권도 인가를 앞두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더팩트DB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증시 호황으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에서 수혜를 누린 증권사들의 다음 격전지로 '발행어음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삼성증권이 첫 상품을 내놓으며 8번째 사업자로 본격 참전한 데 이어 메리츠증권도 인가를 눈앞에 두고 있어 고객 자금을 둘러싼 증권사들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이날 첫 발행어음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은 데 이어 실제 상품을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후발주자인 만큼 첫 상품부터 높은 금리를 내걸었다. 삼성증권은 9월 이후 신규 고객과 지난 8월 말 기준 총잔고가 100만원 미만인 고객에게 2~90일물 기준 연 5.5%(세전)의 특판 금리를 제공한다. 가입 한도는 1인당 100만원이며 총 판매 한도는 100억원이다.

삼성증권 종합계좌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는 1년물 기준 연 4.3%의 특판 상품도 선보인다. 100만원부터 최대 3억원까지 가입할 수 있으며 총 판매 한도는 1000억원이다. 두 상품 모두 준비된 한도가 소진되면 판매가 조기에 종료된다.

특판 이후에도 일반 발행어음 상품을 상시 판매한다. 적립형 금리는 연 4.6%, 수시형은 연 2.55%이며 약정형은 만기에 따라 연 2.65~3.95%가 적용된다.

삼성증권은 상품 경쟁력을 앞세워 고객 선택지를 넓히는 동시에 발행어음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모험자본 공급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인가가 늦은 만큼 상품을 잘 준비해서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국내 모험자본 공급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 가운데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금융상품이다. 증권사는 발행어음으로 고객 자금을 조달한 뒤 기업금융과 채권 등 다양한 자산에 운용하고 약정한 수익률을 고객에게 지급한다.

발행어음 사업자는 직전 분기 말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공모채 등에 비해 자금 조달과 운용 측면에서 활용도가 높아 대형 증권사들이 IB 사업을 확대하는 데 필요한 핵심 자금조달 수단으로 꼽힌다.

삼성증권의 가세로 국내 발행어음 시장은 8개사 경쟁체제로 확대됐다. 한때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KB증권 등 4개사가 시장을 주도했지만 지난해 말 키움증권과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이 새롭게 진입했다. 여기에 삼성증권까지 뛰어들면서 불과 1년 사이 사업자 수가 두 배로 늘었다.

시장 외형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발행어음 사업자 7개사의 발행잔액은 55조929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말 44조3912억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11조5379억원(26.0%) 증가했다. 삼성증권까지 본격적인 발행에 나서면서 시장 규모 60조원 돌파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삼성증권이 21일 첫 발행어음 상품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신규 고객 등을 대상으로 한 2~90일물 특판 상품에는 연 5.5%(세전)의 금리를 제공한다. /삼성증권
삼성증권이 21일 첫 발행어음 상품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신규 고객 등을 대상으로 한 2~90일물 특판 상품에는 연 5.5%(세전)의 금리를 제공한다. /삼성증권

아직 시장 주도권은 기존 대형사들이 쥐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22조467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KB증권 11조31억원, 미래에셋증권 10조5776억원, NH투자증권 8조7751억원 순이다. 이들 기존 4개사의 잔액을 합하면 전체 시장의 약 95%에 달한다.

다만 신규 사업자들이 공격적인 금리를 앞세워 고객 확보에 나서면서 기존 시장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키움증권은 생애 최초 자사 계좌 개설 고객을 대상으로 1년 만기에 연 5.0%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 상품을 선보였다. 한국투자증권도 신규 계좌 고객에게 1년 만기 연 4.9%, 6개월 만기 연 4.7%의 금리를 적용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이 최근 내놓은 6개월 만기 연 4.5% 특판은 총 300억원의 판매 한도가 출시 약 5시간 만에 소진됐다. 여기에 삼성증권이 연 5.5%의 초단기 특판을 앞세워 뛰어들면서 고객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금리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쟁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메리츠증권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과 단기금융업 인가안은 지난 16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통과했다. 오는 23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최종 인가가 확정되면 메리츠증권은 국내 9번째 발행어음 사업자가 된다.

메리츠증권까지 합류하면 지난해까지 4개사가 주도하던 발행어음 시장이 9개사 경쟁체제로 빠르게 재편되는 셈이다. 기존 사업자들은 시장점유율을 지켜야 하고 후발주자들은 신규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 만큼 금리와 상품을 둘러싼 경쟁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발행어음 시장의 경쟁이 단순한 '고금리 전쟁'에 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고객에게 제시하는 금리가 높아질수록 증권사가 부담해야 하는 조달비용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높은 금리로 자금을 확보하더라도 이를 웃도는 운용수익률을 내지 못하면 오히려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앞세워 증권사들의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발행어음을 통해 끌어모은 자금을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등에 공급해야 하는 만큼 증권사 입장에서는 고객 자금을 유치하는 경쟁과 동시에 수익성 있는 투자처를 확보하는 경쟁까지 벌여야 한다.

결국 발행어음 시장의 승부처는 '얼마나 많이 조달하느냐'에서 '얼마나 잘 운용하느냐'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의 참전으로 8파전이 시작된 데 이어 메리츠증권까지 합류하면 9개 증권사가 고객 자금과 우량 투자처를 동시에 놓고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규 사업자들이 잇따라 진입하면서 당분간 고객 확보를 위한 금리와 상품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조달한 자금을 얼마나 안정적이고 수익성 있게 운용하느냐로, 앞으로는 각 증권사의 운용 역량에서 차이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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