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해결 제시하는 작품 NO…사건 알아보는 계기되길"

[더팩트|박지윤 기자] 4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자 허진호 감독과 10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췄고 그동안 한 번도 연기하지 않았던 기자가 됐다.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추적 스릴러인 만큼 사회적 현상도 담았기에 다른 영화들과의 차별점도 명확하다. 여러모로 배우 박해일에게 특별하게 남을 '암살자(들)'이다.
그는 영화 '암살자(들)'(감독 허진호) 개봉을 앞둔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문사 사회부 부장 재환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취재진에게 "기자들이 첫 관객이 된 만큼, 이번 작품을 통해 굉장히 흥미로웠던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남다른 소회를 밝히며 여러 이야기를 들려줬다.
오는 23일 스크린에 걸리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리며 남겨진 기록과 오늘날까지 풀리지 않은 의문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영화 '덕혜옹주' '8월의 크리스마스' 등을 통해 인물과 사건을 섬세하게 탐색해 온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암살자(들)'은 박해일이 2022년 개봉한 '헤어질 결심'과 '한산: 용의 출현'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게 된 작품으로도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그는 "이 작품을 하려고 4년을 기다렸나라는 기분이 들 정도로 좋은 시나리오였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작업이 박해일에게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덕혜옹주'(2016) 이후 10년 만에 허진호 감독과 재회했기 때문이다. 이미 한 차례 호흡을 맞췄던 감독에게 다시 대본을 받는 건 한 사람으로서 매우 반가운 경험이었다. 그러면서도 배우로서 전작을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뒤따랐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는 리듬감과 속도감에 차이점을 뒀어요. 허진호 감독님의 작품 중에서 속도감 있는 영화가 그렇게 많이 없거든요. 그런데 갈수록 감독님의 리듬감이 진화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속도감을 가져가는 연기를 보여드리려고 했죠."
극 중 재환은 진실 앞에 물러서지 않는 단단한 신념을 가진 신문사 사회부 부장으로, 무수한 검열과 외압에서도 굴하지 않고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인물이다. 이를 연기한 박해일은 과거와 현재를 구분 짓지 않고 기자라는 직종에 다가갔고, 부장으로서 팀원들을 가르치려 들거나 훈계하는 태도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면서 시대를 기록하는 언론인의 얼굴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제가 2000년에 데뷔해서 지금까지 작품을 선보일 때마다 기자들을 만나고 있어요. 자연인으로서 또 배우로서 이 직종을 겪어보고 물리적으로 체화하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캐릭터로는 생각을 못 하고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제안받고 너무 잘해내고 싶었죠. 이번에 간접경험을 해보니까 정말 매력적이지만 어려운 직업이더라고요. 그러면서도 국민에게 정보와 객관적인 사실을 전한다는 점에서 감독과 관객들 사이에서 감정의 동기를 전달하는 배우와 비슷하다고도 느꼈어요."
세월의 때가 묻어있고 인공적이지 않은 세트에서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면서 리얼하게 연기하기를 바라는 허진호 감독의 확실한 의도가 깃든, 그 시대의 공기와 온도가 완벽하게 담긴 신문사는 박해일이 재환에게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 됐다. 또한 혼자가 아니라 여러 직종을 연기하면서 그곳을 가득 채운 다른 배우들과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진짜 팀을 이룰 수 있었다고.
"정말 매력적이고 마음에 든 공간에서 벌어지는 모든 장면을 다 잘 해내고 싶었어요. 신문사에서 기자로서 관객들을 설득시키고 싶었거든요. 또 재환은 공간에서 폭발하는 인물인 만큼, 이를 지키려는 태도를 잘 그려내고 자연스럽게 있으려고 노력했어요. 다른 배우들과 함께 타격감 있고 속도감 있게 가보려고 했죠."

박해일은 인물의 날카로운 판단력과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단단한 목소리와 눈빛으로 표현하면서 강인한 신념과 확고한 의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렇게 묵직한 카리스마와 인간적인 온기를 동시에 장착하면서도 담백한 톤으로 잃지 않은 그는 작품이 너무 뜨겁게 타오르지 않게 중심을 잡는다. 특히 이는 자유언론실천선언 장면에서 빛을 발한다.
"전사들을 잘 겪고 차곡차곡 쌓다가 배우로서 설득력 있게 전달하려고 했어요. 수십 명의 언론인들은 팔짱을 끼고 연대하고 신문을 검열하는 중앙정보부 요원들은 유리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등 정신없는 상황에서 연설문을 외쳐야되는 장면인데 그곳에 있는 모든 배우가 똑같은 온도로 준비하더라고요. 정말 그동안 보지 못한 온도였어요. 부담스러우면서도 단결된 힘이 느껴져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잘 보면 제가 말도 씹는데 그 상황 자체가 정신없다 보니까 또박또박 읽는 것도 이상할 것 같더라고요. 흐름에 맡겼어요."
이날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배우들을 향해 고마움을 전한 박해일은 '이끼'(2010) 이후 16년 만에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게 된 유해진을 두고는 남다른 존경심을 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한국 영화계에서 두드러지는 활약을 하고 있는 선배님인 만큼 직속 후배로서 앞서가는 선배님의 중요한 발자취를 실시간으로 보는 느낌이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이민호에 관해서는 "훤칠하고 현대적인 인물의 배우인데 자세히 보니까 70년대 신성일 선생님 같은 진한 인상의 느낌도 있더라. 남자다움과 소년다움이 있다. 웃을 때 악의 없이 귀여운 모습들도 있는데 허진호 감독님이 이 두 가지를 잘 담아내겠구나 싶었다. 좋은 결과물을 믿어 의심치 않았고 현장에서 즐거웠다"고 덧붙였다.

작품은 1974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일어난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바탕으로 하며 공식적인 기록의 빈틈에 영화적 상상력을 채워 넣은 서스펜스 장르물이다. 태어나기 전의 일을 다룬 만큼 허진호 감독으로부터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대에 뛰어든 박해일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관객들에게 전하려고 했을지 궁금해졌다.
"진실이라는 말은 과거나 현재나 참 알기 어려운 것 같아요. 하지만 '암살자(들)'은 정답이나 해결을 제시하는 작품은 아니에요. 형사와 기자의 시선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사건에 한 부분을 알려주는 거죠. 세대마다 받아들이는 게 차이가 있을 텐데 이를 잘 몰랐던 세대들은 스릴러 장르로서 만족해도 되고 사건을 알아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잖아요. 이게 아마 저희가 만든 본질인 것 같아요."
'암살자(들)'은 변요한과 노재원이 이끄는 '타짜: 벨제붑의 노래'와 같은 날 개봉한다. 그리고 앞뒤로 '비광' '인턴' '부활남: 더 레드' 등이 스크린에 걸리게 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추석 극장가가 될 전망이다. 이를 두고 부담감보다는 기쁨을 드러낸 박해일은 "관객들에게 한국 영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상차림이 차려졌다"고 바라보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저희는 다양한 배우들이 나오고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소재적인 측면이 매력적이라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추적 스릴러라는 장르를 띠고 있기 때문에 빠른 호흡과 리듬을 갖고 그 시대를 한번 겪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연기한 기자를 통해서 혹은 유해진 선배가 연기한 경찰의 입장에서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크로스오버되는 지점도 있거든요. 그리고 마지막 쿠키 영상을 감상하고 나올 때 느껴지는 부분은 같이 개봉하는 영화와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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