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자문' 두고 공방 오가다 의결 못 해

[더팩트ㅣ김태연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14일 '윤석열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안 폐기 및 대국민 사과' 안건을 상정해 약 4시간10분 격론을 벌였지만 안건 의결은 무산됐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은 이날 오후 개최된 제15차 전원위원회(전원위)에서 "해당 안건은 인권위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위법한 여지가 있고 적법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결정을 폐기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면서도 "원칙적으로 안건 상정 여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필요하므로 표결하겠다"고 했다.
이숙진·오영근 상임위원과 소라미·오완호·조숙현·김민문정 비상임위원 등 6명은 안건 상정에 동의한 번면, 안 위원장, 김학자 상임위원, 한석훈·김용직·강정혜 비상임위원 등 5명은 동의하지 않았다. 이에 다수결의 동의를 얻어 안건은 상정됐다.
이 위원은 "윤 전 대통령 방어권 안건이 의결된 뒤 인권 옹호자로 근무하는 직원들 상처가 깊었다"며 "인권위 정상화를 위해 대국민 사과와 해당 안건 폐기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 위원장은 "역사적 의미를 가진 안건에 대해서 객관성, 공정성을 갖추기 위해 찬성하는 외부 전문가 2명과 반대하는 외부 전문가 2명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조 위원은 "다수가 회의 진행을 요청하고 있는데 전문가 의견을 듣겠다며 회의 진행을 멈추는 것에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소 위원도 "안 위원장이 누구에게 무엇을 묻고자 하는지, 그것을 통해 얻고자 하는 실익이 얼마나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안건이 이미 상정된 지금 시점에서 전문가 의견을 듣겠다고 하는게 신뢰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비판했다.
계속된 공방에 안 위원장은 "한 달 내로 전문가 2명의 의견을 듣고 판단하도록 할 것"이라며 회의 폐회를 선언했다. 이 위원, 조 위원 등은 "다수가 폐회에 반대하고 있는데 선언을 한 것은 인권위 운영규칙 위반"이라며 "위원장의 폐회 선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 등 5명은 전원위 종료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충분한 심의가 이뤄진 안건의 결론을 다시 외부 전문가 자문에 맡기는 것은 위원들에게 부여된 판단과 책임을 외부에 전가하는 것"이라며 "안 위원장은 회의를 속개해 안건 표결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단적 의사진행으로 인권위원들의 표결권을 무력화한 월권과 재량 일탈 행위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며 "인권위원 6인은 인권위가 과거의 치욕적 의결에서 나아가 헌법적 가치와 보편적 인권 원칙 위에 바로 설 때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 7월10일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의 폐기 및 대국민 사과 의결의 건'을 공동 발의했다. 안건에는 윤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안 의결이 인권위의 독립성과 위상을 훼손하는 등 위기를 초래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안 위원장은 해당 안건의 적법성을 논의해야 한다며 약 두 달간 안건 상정을 미뤘다.
이날 인권위 앞에서는 안 위원장을 옹호하는 집회와 안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맞불집회도 열렸다.
pad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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