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러 대면 얼음물 '콸콸'…우이천에 뜬 '강북 오아시스'
  • 김명주 기자
  • 입력: 2026.09.11 00:00 / 수정: 2026.09.11 00:00
우이천 산책객 줄 이어…"얼음까지 나와 좋아"
플라스틱 줄이고 이용 편의 높여…내년 확대 추진
강북 오아시스는 강북구가 이달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운영하는 정수기·제빙기 방식의 식수 공급시설이다. 사진은 서울 강북구 우이천 벌리교 인근에 설치된 강북 오아시스 모습. /김명주 기자
'강북 오아시스'는 강북구가 이달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운영하는 정수기·제빙기 방식의 식수 공급시설이다. 사진은 서울 강북구 우이천 벌리교 인근에 설치된 '강북 오아시스' 모습. /김명주 기자

[더팩트 | 김명주 기자] "여름에 운동하면 물이 꼭 필요하잖아요. 이제는 집에서 물을 들고 올 필요 없이 빈 병만 가져오면 되니까 훨씬 좋죠."

9일 오전 10시 서울 강북구 우이천 벌리교 인근. 황톳길 산책로 옆 '강북 오아시스'라고 적힌 유리 부스에 운동복 차림의 시민들이 하나둘 들어섰다. 내부 왼쪽에는 정수기, 오른쪽에는 얼음을 받을 수 있는 제빙기가 놓여 있었다. 기기에는 이용 방법을 적은 안내문과 함께 '리스 보틀 리스 플라스틱(Less Bottle Less Plastic)'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강북 오아시스'는 강북구가 이달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운영하는 정수기·제빙기 방식의 식수 공급시설이다.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기존에는 냉장고에 생수병을 넣어 나눠줬지만 올해 43만2000병을 배부하면서 일회용 페트병 배출 부담이 커졌다. 일부 주민이 여러 병을 가져가는 문제로 QR 본인인증 자판기도 도입했지만 인증 절차가 번거롭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방식을 바꿨다.

이날 약 30분 동안 10명이 넘는 시민이 부스를 찾았다. 한때 시민 서너 명이 한꺼번에 몰려 차례를 기다리기도 했다. 이용객 대부분은 운동복 차림의 중장년층으로, 빈 생수병이나 텀블러를 들고 물과 얼음을 받아 갔다.

한 시민은 텀블러를 들고 제빙기 버튼을 눌러 얼음을 받았다. 이어 정수기에 텀블러를 올리자 약 5도의 냉수가 자동으로 흘러나왔다. 정수기는 용기를 올려놓으면 물이 나오고 치우면 멈추는 비접촉 방식이다.

초록색 조끼를 입은 자율방재단원 2명은 부스 옆을 지키며 이용 방법을 안내했다. 시민들이 몰리면 줄을 정리해 차례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시민에게는 직접 얼음과 물을 받아 건네기도 했다. 현장은 자율방재단원 6명이 3교대로 나눠 관리한다.

부스를 찾은 시민들 사이에서는 호평이 이어졌다. 강북구에 사는 최모(68) 씨는 부스에 들어서며 "최고다. 너무 좋다"고 말했다. 근처에 살아 거의 매일 아침 우이천을 찾는다는 그는 "500㎖ 병 두 개 정도를 채워간다. 예전에는 바구니를 끌고 와 생수를 10~20병씩 가져가는 사람도 있었는데 지금은 필요한 만큼만 받아 갈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구민 도모(72) 씨는 "전에는 생수 한 병을 받으면 다 못 마시고 버릴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원하는 만큼만 받으면 된다"며 "휴대전화 인증 방식은 휴대전화를 잘 못 쓰는 어르신들에게 불편했는데 지금 방식은 훨씬 편하다"고 이야기했다.

강북 오아시스 내부에 설치된 정수기는 용기를 올려놓으면 물이 나오고 치우면 멈추는 비접촉 방식이다. /김명주 기자
'강북 오아시스' 내부에 설치된 정수기는 용기를 올려놓으면 물이 나오고 치우면 멈추는 비접촉 방식이다. /김명주 기자

얼음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인기였다. 구에 따르면 야외 급수시설에 제빙기를 함께 설치한 것은 서울 자치구 가운데 처음이다. 60대 김모 씨는 "운동할 때 물은 정말 생명수"라며 "시원한 물에 얼음까지 받아 마실 수 있어서 좋다. 물맛도 괜찮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줄어든다는 점을 반기는 시민도 있었다. 이번이 두 번째 이용이라는 이모(55) 씨는 "지난번에 한 번 이용해 보고 괜찮아서 오늘 또 왔다"며 "생수병을 나눠주면 플라스틱 쓰레기가 생기는데 직접 받아 가면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관리 상태에도 만족감을 보였다. 이 씨는 "하천 주변이라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깨끗해서 놀랐다"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관리가 잘 된다면 운동하는 시민이나 어르신들에게 좋은 시설"이라고 말했다.

구는 정수기와 제빙기를 주 1회 정기 점검하고 있다. 시설 안팎과 기계 작동 상태, 필터 등을 확인하고 물때가 생기기 쉬운 부분은 스팀으로 소독·세척한다. 점검 결과는 QR코드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시설을 더 늘려달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주일에 세 차례 정도 우이천을 걷는다는 이모(83) 씨는 "올 때마다 이용하는 편"이라며 "이전에는 운동할 때 집에서 물을 가지고 나와야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우이천 일대가 넓으니 곳곳에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현장을 지키던 자율방재단원은 이용객이 꾸준히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단원은 "오전에는 운동하러 나온 분들이 많이 이용하고 오후 늦은 시간에도 사람들이 온다"며 "어제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45명 정도가 다녀갔다"고 전했다.

실제 급수량도 늘고 있다. 구에 따르면 500㎖ 생수병으로 환산한 누적 공급량은 지난 4일 330병에서 7일 1065병으로 늘었다. 최근 사흘간 하루 평균 약 245병 분량의 물이 공급됐다.

강북구는 올해 1곳을 시범 운영한 데 이어 내년 확대를 추진한다. 구 관계자는 "내년에는 2개소를 추가 설치하고 폭염 기간 생수 배부 대신 정수기·제빙기 방식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il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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