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년 끼임 사고만 22건 발생
공장 가동 중 작업 관행에도 소극적 대처
사고 원인 작업자 탓만…경영자 국감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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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22주기를 맞아 범현대가(家)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 명예회장의 옛 청운동 자택에 모인 가운데 정몽원 HL그룹 회장이 발길을 옮기는 모습. / 더팩트 DB |
최근 원하청 또는 원청과 자회사 사이에서 중대재해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노동자는 생계에 떠밀려 위험한 작업 환경 속에서 업무를 이어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참변을 당한다. 하지만 원청을 비롯한 관계 업체들은 사건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법적 공방에만 몰두하거나, 책임이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사이 노동자들은 현 작업 환경이 위험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더팩트>는 위험의 외주화로 노동자들의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톺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 | 박성호 기자] 인천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중대재해가 전반적인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사고였다면, HL만도의 협력업체 중대재해는 수차례 경고를 무시하고 관례를 따르다 발생한 예견된 참사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최근 6년간 공장 가동 중 '끼임' 사고 발생 건수만 20회가 넘었음에도 HL만도는 직원 재교육 등 소극적 재발 방지 대책만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원청은 사고 발생 원인을 작업자의 부주의로 돌리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게다가 HL만도는 최근 위험의 외주화를 문제삼는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에 부정적 이미지를 심지말라며 항의서한까지 보냈다. 재발방지 계획 수립은 차일피일 미루면서 기업 가치 방어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다.
노동계는 이같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인 정몽원 HL그룹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11일 HL만도가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HL만도 산업재해조사표'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HL만도에서 발생한 산업재해(고 김승모씨 사고 제외)는 총 23건이다.
이중에서 고 김승모 씨와 같은 끼임 사고 발생 건수는 총 21건으로 기재됐다. 부딪힘 사고 1건과 업무상질병 1건을 제외하면 사실상 HL만도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는 모두 끼임 사고였던 셈이다.
끼임사고는 예견된 재해였다. 끼임사고 21건 중 설비 작동 중에 발생한 재해는 15건에 달했다. 설비가 가동되고 있음에도 작업자들은 이를 무시하고 작업을 실시하다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올해 초 발생한 끼임 사고는 고 김승모 씨 중대재해와 가장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예로 기아 스토닉에 적용하는 부품 생산 라인에서 반복적으로 오작동이 발생하자 근로자가 이를 조치하다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 당사자인 연구원은 라인이 가동되는 중에 안전 장치인 '인터록' 기능을 끄고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록은 설비가 가동 중인 상황에서 근로자가 문을 여는 등 비정상적 행동을 하면 이를 감지해 가동을 강제로 중단하는 안전 센서다.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 대다수 공장은 인터록을 설치한다.
문제는 인터록을 설치해도 안전장치를 끄고 작업하는 공장이 대다수라는 점이다. 작업자들은 공장의 생산성이 저하된다는 압박에 안전장치만 무효화한 채 작업을 진행한다.
하청업체 직원이었던 고 김승모 씨의 경우 인터록을 작동할 재량은 없다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원청 직원들조차 생산 효율 문제로 인터록 사용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험의 외주화가 가장 비판받는 대목이다.
게다가 고 김승모 씨의 중대재해는 현장 원칙인 '2인 1조'조차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에 따르면 2인 1조가 사고가 발생한 주에 배정받은 일정은 11호기 유지·보수였다. 하지만 원청 직원이 다음 주로 예정됐던 12호기 작업을 앞당겨달라고 압박했고, 고 김승모 씨가 먼저 이동해 따로 작업하다 사고가 발생했다.
유사한 사고가 지속해 발생하고 있지만, HL만도는 매번 사고 원인을 작업자에게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HL만도는 이용우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재해 발생 원인으로△안전수칙 미준수 △미정지 상태에서 위험구간 접근 및 작업 시도 △인터록 기능 무효화 및 LOTO 안전시스템 미준수 등을 제시했다. 원청은 안전한 작업환경을 제공했으나 작업자가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논리다.
HL만도가 원청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실상 최소한의 사후 대책만 펼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HL만도는 사고 이후 재발방지계획으로 △안전표지 부착 △동종재해 예방 교육 △재발방지대책 회의 등을 제시했다. 작업 환경에 안전보건관리감독자를 배치하는 등 적극적 대응은 하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원청인 HL만도가 협력업체에 책임을 전가하고 혹여나 하청업체의 사용자성을 인정받는 결과를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재발방지계획을 축소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원청이 책임을 회피하는 동안 노동자는 계속 불안전한 노동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HL만도는 금속노조 측에 중대재해 문제를 더 이상 공론화하지 말라는 공문까지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금속노조가 HL만도의 주주인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기업의 안전 문제를 반영한 의결권을 행사해달라고 하자, 기업가치가 훼손된다며 반발한 것이다.
노동계는 안전 사고가 되풀이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회사의 결정권을 지닌 정몽원 HL그룹 회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팩트는 HL만도 측에 관련 사실과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연락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