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시엄 우주정거장 발사 2028년으로 지연…보령 2030년 수익화 목표
탁소텔 등 대규모 투자로 재무 부담 확대…로드맵 불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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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령(옛 보령제약)이 2022년부터 우주 헬스케어 사업에 투자를 시작한 가운데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더팩트 DB, 보령그룹 |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보령(옛 보령제약) 오너 3세 김정균 대표가 주도해온 '우주 헬스케어' 신사업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년간 10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쏟아부었음에도 의미 있는 매출이나 이익 등 가시적인 성과는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는 데다, 피투자사의 자금난으로 우주정거장 관련 성과 시점도 계속 미뤄지고 있어서다.
게다가 올해는 항암제 '탁소텔' 사업권 인수 등 본업 강화를 위한 대규모 자금 투입까지 겹치면서 재무 부담이 확대됐다. 현재까지 보령은 고혈압 신약 '카나브' 등 주력 제품의 선전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 있다. 그러나 신사업 성과가 늦어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2022년 대표이사 취임 후 우주 생명과학 연구 인프라 확보를 회사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제시하며 우주 사업을 진두지휘해 왔다. 미국 민간 우주정거장 기업인 액시엄스페이스 지분 투자(약 6000만 달러)를 시작으로 달 착륙선 개발사 인튜이티브 머신즈 지분 취득(1000만 달러), 국내 합작법인(JV) 브랙스스페이스 설립, 우주 감염병 진단 연구팀 지원 등 전방위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인 보령이 우주 사업을 낙점해 투자하게 된 데엔 김 대표의 의지가 강했다"고 전했다.
단순한 지분투자에 그치지 않고 우주에서 의약품 연구개발을 수행할 기반을 확보한다는 것이 보령의 구상이다. 브랙스는 우주정거장 내 연구·실험 플랫폼과 한국인 유인 우주개발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고 있다. 보령은 연구 지원 프로그램인 휴먼스 인 스페이스(HIS) 챌린지를 통해 감염병 진단 기술 등의 우주 실험도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투자 규모에 비해 현재까지 확인되는 성과가 대부분 '미래의 가능성'에 머물러있단 점이다. 회사가 확보했다고 밝힌 자산은 해외 우주기업의 주식과 협력 체계다.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액시엄 투자자산의 장부금액은 올해 상반기 748억원이다. 2022년 6월말 129억원 비해 6배 가까이 올랐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보유 지분의 가치변동이다. 실제 우주 헬스케어 사업에서 창출된 의미있는 매출이나 영업이익, 자금 회수(Exit) 실적은 현재까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는다.
인튜이티브 머신즈 역시 비슷하다. 2024년 말 약 254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314억원으로 늘었다. 추가 투자 없이 평가손익이 반영된 결과로 우주 사업에서 발생한 영업이익이나 현금 유입과는 성격이 다르다.
실제 사업화의 시점도 멀다. 최대 투자처인 액시엄이 자금난 등으로 우주정거장 첫 모듈 발사 일정을 당초 2024년에서 2028년으로 무려 네 차례나 연기했다. 이에 따라 보령의 R&D 플랫폼 확보 및 사업화 목표 시점도 2030년으로 밀려났다. 액시엄은 올해 2월 카타르투자청 등으로부터 약 5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유치하며 당장의 유동성 우려는 일부 완화했으나, 장기간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고 운영할 재원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본업인 제약 연구개발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령이 2021년부터 추진한 신약 파이프라인(BR2010, BR2011)은 5년째 후보물질 발굴 단계에 멈춰 있고, 2023년 개발하던 항암 신약 후보물질(BR2018)은 연구 중단됐다. 우주에 자금을 분산하는 사이 주가는 우주 사업 선언 초기인 2022년 1만3000원대보다 30% 이상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보령의 자체 재무 여력도 이전보다 여유롭지 않다. 보령은 올해 탁소텔의 19개국 사업권을 인수하는 등 본업과 관련한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올해 상반기에만 무형자산 취득에 약 2800억원을 투입했다. 이에 따라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약 2276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약 500억원으로 78% 급감했다. 순차입금도 2364억원으로 1년 만에 3배 가까이 급증했고 2024년 48% 수준이던 부채비율은 71%를 넘어섰다.
보령은 2024년 계열사 보령파트너스(현 보령홀딩스)를 통해 17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현금을 확보했으나 이조차도 소진되고 있다. 더욱이 내년 상반기까지 상환해야 할 차입금(리스부채 포함)만 약 1397억원에 달한다. 대표 자산인 예산공장 등의 담보 여력이 산은 대출 등으로 대부분 소진된 상태라 추가 은행 차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금이 빠르게 소진되는 상황에서 우주 투자를 지속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보령 관계자는 "지난해 9월에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잔금이 나가면서 지출이 발생한 것"이라며 "있는 돈 내에서 진행한 것이며 매년 꾸준한 영업이익을 내기 때문에 크게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본업의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은 아니다. 카나브 패밀리가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주력 의약품 판매에 힘입어 영업이익률 8.2%로 오히려 개선됐다. 현재의 재무 부담이 본업에서 돈을 벌지 못해서가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가 한꺼번에 늘어난 영향이라는 의미다. 탁소텔처럼 비교적 가까운 시일 내 판매를 통해 현금 창출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에 비해 우주 사업은 회수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
보령도 2025년 증권신고서에서 "신사업 분야가 미래 전략사업으로서 향후 우주 헬스케어 분야를 선도해나갈지 여부는 예측하기 어렵다"며 "다만 향후 해당 사업분야에 예정된 투자내역이 없고, 영업실적의 외형적 규모를 고려했을 때 산규 사업에 대한 투자가 당사의 전반적인 사업 환경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령 관계자는 "증권신고서는 투자자들을 위해 위험성을 부각하는 등 보수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회사가 우주 사업에 대해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주 사업은 손실 및 평가하락 리스크가 큰 사업"이라며 "보령이 우주 생명과학이라는 미래 시장을 개척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어떤 정량적·정성적 기준으로 성과를 입증할지에 대한 로드맵이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보령 관계자는 "우주 사업에 대해서는 지분 투자를 통해 파트너사로서 공고하게 사업을 도모하는 중"이라며 "지분 가치가 올랐다고 해서 이를 팔아 수익을 내려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본격적인 수익은 우주정거장이 올라간 다음인 2030년에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그 이전에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을 회사 차원에서 모색 중"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