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차인표, 데뷔 34년 차 대중 연예인의 책임감
  • 박지윤 기자
  • 입력: 2026.09.10 00:00 / 수정: 2026.09.10 00:00
'죽은 시인의 사회'로 연극 데뷔…캡틴 존 찰스 키팅 役
"조금 더 일찍 할 걸 이라는 후회도…관객들 보며 에너지 얻어"
배우 차인표가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송호영 기자
배우 차인표가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송호영 기자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차인표가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를 만나 익숙해진 틀을 깨고 용기 있는 도전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데뷔 34년 차 배우로서 새로운 것들을 깨닫고 먼저 길을 걸어온 선배이자 대중 연예인으로서 자신이 지녀야 할 남다른 책임감도 되새기고 있다.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차인표는 지난달 11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NOL 씨어터 대학로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존 찰스 키팅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는 그는 이날 데뷔 34년 차에 도전을 결심한 이유부터 열정 넘치는 후배들을 향한 책임감까지 꺼내며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한국에서 초연을 올린 '죽은 시인의 사회'는 1959년 미국, 엄격한 규율과 전통을 중시하는 명문 기숙학교 웰튼 아카데미에 새로 부임한 영어 교사 존 키팅이 입시와 성공만을 강요받던 학생들에게 'Carpe Diem(현재를 즐겨라)'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벌어지는 변화를 다룬 작품이다. 영화로 개봉한 후 1989년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톰슐만의 원작 극본을 바탕으로 한 오리지널 정식 라이선스 프로덕션이다.

차인표는 입시 위주의 교육 체계 속에서 학생들에게 정해진 정답 대신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스승이자 진정한 캡틴 존 찰스 키팅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마스트 인터내셔널
차인표는 입시 위주의 교육 체계 속에서 학생들에게 정해진 정답 대신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스승이자 진정한 캡틴 존 찰스 키팅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마스트 인터내셔널

먼저 차인표는 그동안 수많은 연극 대본을 받았으나 도전을 미뤘던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연습 기간이 긴 것에 비해 대우가 적었고 '나도 연극을 해야 되지 않나?'라는 마음이 있었음에도 틀에 박힌 대중 연예인의 삶을 살다 보니까 연극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1993년 MBC '한 지붕 세 가족'으로 데뷔한 차인표는 이듬해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스타덤에 올랐고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쳤다. 그러던 중 2009년 '잘가요 언덕'을 통해 소설가라는 새로운 직업에 도전한 그는 현재까지 총 5권의 책을 내며 자신의 입지를 성공적으로 넓혔다.

그리고 이러한 도전은 곧 연극을 바라보는 차인표의 생각을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는 "한 가지에 안주할 필요가 없겠더라.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도전이 두렵고 불안하고 부끄럽지만 그만큼 기쁨이 크다는 걸 소설을 쓰면서 깨달았다"며 "연극 도전도 하나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으로 가는 거라서 용기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극 중 존 찰스 키팅은 입시 위주의 교육 체계 속에서 학생들에게 정해진 정답 대신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스승이자 진정한 캡틴으로, 냉소적인 현실 속에서도 소년들이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만의 시를 써 내려갈 수 있도록 이끄는 인물이다.

21살 때 영화를 보면서 삶에 대한 자극을 받았던 차인표는 그로부터 약 40년이 지난 후 무대 위에서 존 찰스 키팅으로 존재하고 있다. 30대 초반으로 설정된 캐릭터보다 인생을 더 산 그는 자신을 '늙은 키팅'으로 칭하며 "영화 속 인물은 경험적인 확신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제가 살아보니 맞더라. 현재의 틀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다른 틀도 있으니까 여러 선택지를 바라보길 바란다는 진심을 담아서 연기하고 있다"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을 강조했다.

이번 작품으로 첫 연극 무대에 뛰어든 차인표는 한 가지에 안주할 필요가 없겠더라.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도전이 두렵고 불안하고 부끄럽지만 그만큼 기쁨이 크다는 걸 소설을 쓰면서 깨달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마스트 인터내셔널
이번 작품으로 첫 연극 무대에 뛰어든 차인표는 "한 가지에 안주할 필요가 없겠더라.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도전이 두렵고 불안하고 부끄럽지만 그만큼 기쁨이 크다는 걸 소설을 쓰면서 깨달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마스트 인터내셔널

다만 관객들을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마냥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에 캐스팅된 다른 배우들과 달리 4월에 제안받았다는 차인표는 5월 중순부터 두 달간 일요일을 빼고 매일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이어진 고된 연습 일정을 소화했다. 또한 그는 귀를 열고 연출가와 상대 배우들에게 먼저 조언을 구하며 성량과 호흡 등을 무대에 맞게 바꾸는 과정도 거쳤다고.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젊은 배우들에게 물을 끼얹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한 팀이 돼야겠다고 다짐했고 서로를 보며 자극을 얻었어요. 공연에 오르기 전에 같은 대사를 최소한 수백 번을 반복하는데 이게 상대와 주고받는 거라서 한 사람만 잘 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마치 축구 경기를 하는 것처럼 합을 맞춰야 되니까 팀플레이가 중요하죠. 서로서로 도와주면서 에너지를 주고받는 같이 앙상블을 만들고 있어요."

배우들과 함께 만드는 에너지를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과도 주고받는 차인표다. 그는 "저마다의 사정을 뒤로하고 객석에 앉아 있는 이들이 커튼콜 때 박수를 쳐주는데 그게 마치 '오늘 내 마음을 위로해 줬다. 작은 조각이라도 용기를 보태줬다'고 이야기해 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거기서 큰 보람과 에너지를 느낀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차인표에게 '죽은 시인의 사회'는 데뷔 후 처음 도전한 연극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이와 동시에 오랜 시간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대중 연예인으로서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의 장을 열어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일깨운 무대가 됐다.

"저와 아내는 운이 좋게 대중에게 사랑받으면서 한평생을 잘 살았어요. 그리고 대학로에 와보니 수많은 이들이 젊음을 불태우면서 연극에 도전하고 땀 흘리고 있더라고요. 제가 연극을 하느냐 안 하느냐보다 '과연 이런 젊은이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배우들에게 물어보니까 대중매체에 진입하고 싶은 꿈이 있더라고요. 저와 인연이 있는 영화감독과 제작자들을 공연에 초대하고 있고 이들과 배우들이 만날 수 있는 워크숍 등을 구상하고 있어요."

차인표가 출연하고 있는 죽은 시인의 사회는 오는 9월 13일까지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공연된다. /송호영 기자
차인표가 출연하고 있는 '죽은 시인의 사회'는 오는 9월 13일까지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공연된다. /송호영 기자

이러한 가치관은 차인표가 생각하는 좋은 어른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어떠한 일을 같이 했을 때 그 열매를 혼자 독차지하지 않고 뒤로 한 발짝 물러서서 같이 일하는 젊은 친구들과 나누는 게 어른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제가 33년 만에 처음 연극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 이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이날 아내 신애라를 비롯해 자신을 적극 응원해 주고 있는 가족들을 향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차인표는 "아내는 공연을 보고 나서 '내가 하라고 하길 잘했지'라고 했다. 3번 정도 봤고 올 때마다 지인들을 데려온다. 오늘도 최지우, 유호정이 온다. 도시락도 보내주고 서포트를 많이 해준다. 아이들도 여러 번 관람했고 19살인 막내딸은 찬희로 보고 싶다고 세 번 예약했다"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막연하게 로망만 품고 있던 연극 무대에 막상 서보니 때로는 조금 비어 있는 객석을 바라보며 공연한다는 게 예상치 못한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연습하는 만큼 자신감이 생기고 무대 위에서 다른 배우들과 한 팀이 돼 합을 맞추는, 오직 연극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을 만끽하고 있는 차인표다.

"배우가 되려면 연극을 했어야 됐더라고요. 조금 더 일찍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후회도 들어요. 그러니 대중 연예인들도 계속 배우를 할 거면 제 충고를 듣고 지금이라도 연극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드라마나 영화 현장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꼭 필요한 과정인 것 같아요. 저도 뒤늦게 시작했지만 앞으로 더 (연극 출연을) 고려해 볼 생각이에요."

차인표의 첫 연극 도전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죽은 시인의 사회'는 오는 9월 13일까지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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