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2조 가치 따로 받겠다면서 서비스는 한데 묶어
구독·트래픽 시너지 누구 몫?…양사 비용·수수료 정산은 미정
![]() |
| 카카오는 인적분할로 카카오AI와 카카오X를 나누는 한편, 계열 서비스를 하나로 묶는 통합 멤버십을 준비하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윤정원 기자] 카카오가 사업별 가치를 따로 평가받겠다며 회사를 둘로 나누는 동시에 계열 서비스를 하나로 묶는 통합 멤버십을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AI와 카카오X는 별도 회사로 몸값을 매기지만 고객 생태계에서는 양사 서비스의 결합 효과를 계속 활용하는 구조다. 복합기업 할인을 해소하겠다며 회사를 나누지만, 멤버십으로 벌어들이는 수익과 계열사가 부담할 비용을 양사에 어떻게 배분할지는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 회사는 AI·X로 쪼개는데…멤버십은 계열 서비스 '한바구니'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르면 연내 시범 운영을 목표로 구독형 서비스 '카카오멤버십'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톡 앱과 웹 소스에서는 카카오멤버십 상품이 월 4900원으로 등록된 사실이 확인됐다. 상품 설명에는 '적립은 기본, 필요한 혜택은 골라서'라는 문구도 담겼다. 카카오는 4900원이 최종 확정 가격은 아니며 구체적인 상품 구성도 준비 단계라고 설명했다.
카카오가 구상하는 멤버십은 여러 유료 서비스를 묶어 이용자에게 할인이나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카카오 생태계에는 커머스를 비롯해 카카오T·멜론·카카오페이·카카오웹툰 등 다양한 서비스가 포진해 있다. 멤버십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흩어진 서비스를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하느냐가 중요해지는 구조다.
이 같은 멤버십 구상은 지난달 발표한 인적분할 계획과 나란히 진행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달 21일 카카오AI와 카카오X로 인적분할하기로 했다. 카카오AI에는 카카오톡과 AI·광고·커머스를, 카카오X에는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계열사와 투자자산을 둔다. 기존 주주는 인적분할 후 두 회사 주식을 모두 배정받지만 이후 양사는 각각 별도 종목으로 시장의 평가를 받는다.
카카오 측은 멤버십과 인적분할을 직접 연결해 볼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각자의 서비스를 멤버십이라는 걸로 묶는 개념"이라며 "지금도 각자 따로 법인이 있는 회사들끼리 서비스 협력 관계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적분할 이후에도 기존 계열사 간 서비스 연계와 협력은 이어간다는 취지다.
서비스 협력 자체가 인적분할 취지와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서비스 간 시너지가 분할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된다면 각 사업의 가치를 얼마나 독립적으로 떼어 평가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카카오가 이번 분할의 효과로 강조한 것도 사업별 독립적인 기업가치 평가다.
◆ 34.2조 가치 따로 받겠다는데…멤버십 시너지는 누구 몫
앞서 카카오가 인적분할을 추진하며 내세운 핵심 명분은 '복합기업 할인' 해소다. 국내외 증권사가 부분합산가치평가(SOTP) 방식으로 추산한 카카오그룹의 잠재가치는 평균 34조2000억원인 반면 최근 3개월 평균 시가총액은 16조8000억원에 그쳤다. 약 17조4000억원의 격차를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좁히겠다는 게 카카오가 내세운 논리다.
그러나 분할 발표 직후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지난달 21일 카카오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7.49% 하락한 3만58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장중에는 13.18% 떨어진 3만3600원까지 밀렸다. 두 회사의 사업가치를 분리하더라도 카카오X에 별도의 지주회사 할인이 붙을 수 있다는 우려 등이 반영됐다.
증권가에서도 두 회사의 사업 성격이 달라지는 만큼 가치평가 방식 역시 달라질 것으로 봤다. 카카오AI는 카카오톡과 광고·커머스, AI 사업의 성장성이 몸값을 좌우하는 반면 카카오X는 보유 계열사와 투자자산의 순자산가치(NAV), 여기에 적용되는 지주회사 할인율이 핵심 평가 요소로 꼽힌다.
오동환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카카오톡 플랫폼과 자회사 서비스 연결이 악화돼 시너지가 제한되고 이해상충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증권은 카카오X에 30%의 지주회사 할인율을 적용해 기업가치를 10조8000억원으로 산정하고 카카오AI는 7조원으로 평가했다. 목표주가는 4만9000원에서 4만원으로 낮췄고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했다.
한화투자증권도 두 회사의 평가 방식이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X에서 카카오톡이라는 핵심 영업자산이 빠지는 만큼 주가수익비율(PER)보다 NAV와 지주회사 방식의 평가가 중요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카카오AI는 톡·광고·커머스와 AI 사업을 한 회사에 집중하면서 복잡한 SOTP 구조에서 벗어날 경우 밸류에이션 재평가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메리츠증권은 AI 사업의 성장 프리미엄에도 신중한 시각을 보였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에이전틱 커머스 등 AI 수익화 전략이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새로운 사업전략이 증명될 때까지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메리츠증권은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낮추고 목표주가도 5만2000원에서 3만7000원으로 하향했다.
증권가가 카카오AI와 카카오X의 몸값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계산하는 상황에서 통합 멤버십은 두 회사의 가치평가를 다시 얽히게 하는 요소다. 카카오AI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가입자를 확보하고 카카오X 산하 모빌리티·콘텐츠·금융 서비스가 혜택을 제공한다면 멤버십 성과는 양사 자산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가 된다. 특히 삼성증권이 분할 이후 약화 가능성을 짚은 카카오톡과 자회사 간 '시너지'가 멤버십에서는 오히려 상품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돈의 흐름은 더 직접적이다. 카카오AI가 멤버십 구독료를 매출로 인식하면서 카카오X 계열사가 할인이나 무료 이용 혜택을 제공한다면 해당 비용을 어느 쪽에서 부담하느냐에 따라 양사의 수익성이 달라진다. 반대로 카카오AI가 X 계열사에 이용료나 수수료를 지급하면 멤버십에서 남는 이익은 그만큼 줄어든다.
카카오 측은 "비용·수수료 배분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멤버십 운영 주체로는 카카오AI가 유력하지만 참여 서비스와 정산 구조까지 구체화되지는 않았다.
카카오가 새로 준비하는 멤버십의 경쟁력은 두 회사로 갈라질 서비스들이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되느냐에 달려 있다. 사업별 가치를 분리해 복합기업 할인을 걷어내겠다는 계획과 고객을 하나의 생태계에 묶어 시너지를 키우겠다는 전략이 동시에 진행되는 셈이다. 분할 이후에는 계열사 간 거래 조건과 수익·비용 배분 기준이 카카오AI와 카카오X의 '독립 가치'를 가르는 핵심 잣대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