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원 15일 절차 표결…트럼프도 조속 처리 촉구
韓 디지털자산기본법 지연…"더 늦으면 '관망자'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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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규제에 이어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규칙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상원은 오는 15일(현지시간) 가상자산 시장구조법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에 대한 절차적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더팩트DB |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빠르게 끌어들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가상자산 시장구조법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이 중대 분수령을 맞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의회에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 가운데 오는 15일(현지시간) 예정된 상원 표결에 가상자산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은 이미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데 이어 클래리티법으로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규칙을 정비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구진이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통화량 지표에 포함하는 방안까지 연구하면서 디지털자산의 제도권 편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늦어지면서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오는 15일 클래리티법에 대한 절차적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표결은 법안의 최종 통과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본회의 논의를 진행하기 위한 관문이다.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6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공화당 의원들의 표만으로는 문턱을 넘기 어려워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의 추가 지지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절차표결을 통과한다고 클래리티법이 곧바로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이후 본회의 심의와 수정안 처리, 최종 표결 등을 거쳐야 한다. 상원이 하원과 다른 내용의 법안을 처리할 경우 양원이 동일한 법안에 합의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클래리티법은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을 구분하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 권한을 명확히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어떤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보고 어떤 자산을 상품으로 분류할지를 놓고 논란이 이어져 왔다. 명확한 법률보다 규제기관의 해석과 개별 소송을 통해 증권성 여부가 결정되면서 사업자가 예측하기 어려운 규제 환경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클래리티법이 시행되면 이미 상품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비트코인보다 이더리움과 리플(XRP), 솔라나 등 주요 알트코인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적 지위와 감독 주체가 명확해질 경우 거래소와 금융회사 역시 이들 자산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감수해야 했던 규제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 트럼프까지 처리 촉구…러미스 "이번 놓치면 2030년"
15일 표결을 앞두고 미국 정치권에서도 클래리티법 처리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의회가 클래리티법을 처리해 미국 가상자산 산업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로 강조했다. 당시 자리에는 코인베이스와 리플 등 가상자산 업계 주요 인사들도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클래리티법이 미국의 신기술 분야 주도권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의회의 조속한 행동을 촉구했다.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규제에 이어 가상자산 시장구조까지 정비해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다.
신시아 러미스 미국 상원의원 역시 법안 처리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러미스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의회에서 클래리티법 처리가 무산될 경우 가상자산 시장구조 법안을 다시 논의할 실질적인 기회가 2030년까지 밀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안이 표류하는 동안 미국이 가상자산 산업에서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와 투자, 세수까지 놓칠 수 있다는 게 러미스 의원의 주장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거쳐 의회 구도가 달라지면 현재까지 어렵게 쌓아온 초당적 논의 동력을 다시 만들어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클래리티법은 지난 5월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찬성 15표, 반대 9표로 통과했지만 최종 처리까지는 적지 않은 쟁점이 남아 있다. 스테이블코인 보상과 탈중앙화금융(DeFi), 자금세탁 방지, 소비자 보호 등을 놓고 양당 간 의견차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공직자의 가상자산 사업 이해충돌을 어떻게 규율할지도 쟁점으로 꼽힌다.
결국 오는 15일 표결에서 초당적 지지를 끌어내 60표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클래리티법의 향방을 가를 첫 번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스테이블코인 넘어 '화폐'로…美 제도화 속도
미국의 디지털자산 제도화 움직임은 클래리티법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은 지니어스법을 통해 지급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의 규제 틀을 마련한 데 이어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금융·통화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논의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연준 연구진이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통화량 지표에 포함할 가능성까지 제시했다.
연준 소속 크리스틴 페인과 메리-프랜시스 스티친스키 연구원은 지난 5일(현지시간) 공개한 '새로운 형태의 화폐와 미국 통화량 지표(New Forms of Money and the U.S. Monetary Aggregates)' 보고서를 통해 토큰화예금과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 결제용 스테이블코인 등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자산을 통화량 지표에서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 분석했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자산을 구현하는 기술보다 실제 사용 목적이다. 일상적인 지급·결제에 활용되는 교환수단이라면 M1에, 단기 저축이나 투자 목적으로 보유되는 가치저장수단이라면 M2에 포함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가상자산 거래를 위한 자금 이동 수단을 넘어 상품 구매와 기업 간 결제, 해외 송금 등 실물경제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될 경우 기존 은행 요구불예금과 유사한 화폐로 분류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가상자산 거래를 보조하는 수단으로 여겨졌던 스테이블코인이 지급·결제와 송금, 토큰화 자산 등을 연결하는 금융 인프라로 영역을 넓히면서 논의의 무게중심 역시 '허용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제도권에 편입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연준의 공식 정책 방향이 아닌 연구진의 독립적인 분석이다. 실제 통화량 지표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의 이중계상과 미국 내외 유통량 구분, 발행사 데이터 보고체계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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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석진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늦어질수록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해외 제도를 따라가는 '추격자'가 아니라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설계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윤호 기자 |
◆ 美는 규칙 만드는데…韓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자리'
글로벌 시장이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서두르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관련 입법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부터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해외 송금·정산, 오프라인 결제까지 다양한 사업 모델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를 포괄적으로 규율할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지위는 물론 발행 주체와 준비자산, 환매권, 이용자 보호 등 핵심적인 규칙도 확정되지 않았다. 스테이블코인이 국경을 넘어 이동할 경우 외국환거래법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기존 전자금융거래법 등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도 풀어야 할 과제다.
제도가 시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현장에서는 사업이 규제보다 먼저 움직이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핀테크·디지털자산 사업자들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해외 송금·정산이나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오프라인 결제 모델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의 서비스에 가상자산사업자(VASP) 규제와 외국환거래법, 전자금융거래법 등이 동시에 얽힐 수 있어 사업자가 개별적으로 법률적 판단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와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업계에서는 특정 쟁점을 둘러싼 이견으로 전체 입법 일정까지 늦어질 경우 글로벌 시장과의 제도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이 지니어스법으로 스테이블코인의 제도적 기반을 먼저 마련하고 클래리티법을 통해 디지털자산 시장 전체의 '교통정리'에 나선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연준에서는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통화체계 안에서 어떻게 분류할지까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입법 지연이 장기화하면 단순한 규제 공백을 넘어 국내 디지털금융 산업의 경쟁력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들이 명확한 규칙 아래 결제·송금과 토큰화 자산 등 새로운 사업에 뛰어드는 동안 국내 기업들은 규제 해석과 입법을 기다리며 사업 추진을 늦춰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석진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스테이블코인과 실물연계자산(RWA), 글로벌 거래소, 기관투자 시장은 이미 빠르게 변하고 있어 법이 늦어질수록 국내 기업들은 사업을 기다리거나 해외에서 먼저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조속히 제정해 사업자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 명확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규제를 강화하는 것만큼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과 RWA는 글로벌 네트워크 효과가 큰 만큼 초기 시장과 제도적 표준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황 교수는 향후 3~5년을 국내 디지털금융 산업의 향방을 결정할 '골든타임'으로 꼽았다.
그는 "앞으로 3~5년이 우리나라가 디지털금융 선도국가가 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이제는 해외 제도를 따라가는 '추격자'가 아니라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설계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용자 보호와 산업 육성을 서로 대립되는 가치로 봐서는 안 된다"며 "여기서 더 늦어진다면 우리는 설계자는커녕 '관망자'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