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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신약 가치, 약제비만 따질 건가…사회경제적 편익 반영해야"
입력: 2026.09.04 15:01 / 수정: 2026.09.04 15:01

국회 포럼서 제기...낮은 신약 약가·경직된 ICER에 '코리아 패싱' 우려
식약처 허가 후 건보 등재까지 최대 수년


4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지속가능한 보건의료를 위한 혁신신약 가치평가의 새로운 방향 정책포럼이 열렸다. 홍석철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건강금융연구센터장)가 혁신신약 가치평가의 중요성과 제도 개선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조성은 기자
4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지속가능한 보건의료를 위한 혁신신약 가치평가의 새로운 방향' 정책포럼이 열렸다. 홍석철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건강금융연구센터장)가 '혁신신약 가치평가의 중요성과 제도 개선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조성은 기자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혁신신약의 가치를 약제비와 생존기간 연장 등 제한적인 지표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와 생산연령인구 감소 속에서 환자의 삶의 질, 돌봄 부담 경감, 노동생산성 유지 등 사회경제적 편익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특히 혁신신약을 단순히 건강보험 지출 항목으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투자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4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지속가능한 보건의료를 위한 혁신신약 가치평가의 새로운 방향' 정책포럼에서 임상·경제학 전문가들은 현행 약가 제도 및 가치평가 체계의 개혁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국내 신약 정책이 낮은 약가 산정 방식, 경직된 평가 제도, 지연되는 건강보험 등재 기간 등의 문제로 인해 환자 치료 접근성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건강금융연구센터장)에 따르면, 국내 건강보험 약제비 중 신약 지출 비중은 약 13.5%~16%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약 34%~42.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신약 가격 역시 OECD 평균의 67% 수준으로 보수적으로 관리되는 반면, 제네릭(복제약) 가격은 평균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현재 신약의 급여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기존 치료제 대비 추가 비용과 효과를 비교하는 비용효과성 평가가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된다. 대표적인 지표가 ICER(점증적 비용효과비)다. 신약을 통해 QALY(질보정생존연수) 1단위를 추가로 얻는 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필요한지를 따져 급여 여부와 가격을 판단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같은 평가만으로는 신약이 환자와 사회에 제공하는 모든 가치를 포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평가 및 등재 절차의 경직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경제성 평가 시 활용되는 ICER 상한이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에는 질환 특성 등을 고려한 기준이 적용되지만 일반 만성질환 혁신신약에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경제성 평가를 거치지 않는 신약 역시 기존 대체약제의 가중평균가를 기준으로 가격이 결정되면서 혁신적인 치료 효과가 충분히 가격에 반영되지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낮은 약가는 글로벌 제약사의 국내 출시 시기를 늦추는 '코리아 패싱'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약 등재에 걸리는 시간 역시 문제로 꼽힌다. 식약처 허가 후 건보 등재까지 항암제는 평균 659일, 희귀질환 치료제는 평균 954일이 소요되는 등 긴 시차가 발생하고 있다. 2025년 등재 신약을 기준으로 하면 소요 기간이 각각 2.3년과 3.8년까지 늘어난 것으로 제시됐다. 환자 입장에서는 급여가 적용되기 전까지 고가의 약값을 전액 부담해야 하거나 치료 자체를 포기해야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학적 관점에서도 신약 도입에 따른 '의료비 상쇄 효과'가 강조됐다. 신약 처방으로 약제비가 일부 늘어나더라도 입원이나 수술 등 비약제 의료비가 더 큰 폭으로 감소해 전체 건강보험 재정과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안희경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대한종양내과학회 보험정책이사)는 "항암제의 효과를 평가할 때 단순히 생존기간의 중앙값만 비교해서는 장기적인 치료 효과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환자가 치료를 통해 직장으로 돌아가고 가족을 돌보는 등 일상을 유지하는 가치도 신약의 중요한 효과"라며 "주사 치료가 경구 치료로 바뀌거나 부작용으로 인한 입원이 줄어들 경우 환자와 보호자의 병원 방문·간병 부담이 감소하고, 환자의 경제화동과 가족의 돌봄 부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삶의 질(QALY)과 생산성 변화를 포함한 다차원적 가치평가 체계 도입 △질환 특성 및 사회경제적 편익을 고려한 ICER 임계값 탄력 적용 △본인부담률을 다변화하는 선별급여의 유연한 활용 △허가·평가·협상 병렬처리를 통한 등재 기간 단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부 측 김민정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삶의 질이나 생산성 등 다차원적 가치 반영 필요성에 공감하며, 심평원 내 선별급여 TF 구성 및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 등을 추진 중"이라면서도 "이러한 가치를 객관적인 숫자로 정량화하고 건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유연한 관리가 과제"라고 밝혔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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