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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B생명과학, 계열사 지원에 CB 상환까지…재무 부담 확대
입력: 2026.09.03 17:55 / 수정: 2026.09.03 20:34

HLB셀 팔아 이노베이션 유증 참여
HLB제약 유증엔 배정 물량 절반 청약
CB 56억 조기 취득까지


HLB제약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HLB생명과학이 최근 HLB셀 주식을 처분해 HLB이노베이션 유증에 참여하기로 했다. /HLB
HLB제약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HLB생명과학이 최근 HLB셀 주식을 처분해 HLB이노베이션 유증에 참여하기로 했다. /HLB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HLB그룹이 계열사 간 구조를 재편하는 가운데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HLB생명과학의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보유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한 뒤 다른 계열사 유상증자에 대규모로 참여하면서 핵심 자회사에 대한 지원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주가 하락에 따른 기존 전환사채(CB) 투자자의 조기상환 요구에도 대응하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LB생명과학은 지난달 26일 보유 중인 HLB셀 주식 3422만7742주(99.3%)를 약 362억원에 처분하기로 했다. 처분 예정일은 4일이다. 같은 날 HLB생명과학은 HLB이노베이션이 실시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공시했다. HLB생명과학은 신주 276만4127주를 약 360억원에 인수할 예정이며 납입 예정일은 7일이다.

HLB이노베이션은 확보한 자금을 350억원 규모의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 차입금은 HLB이노베이션이 HLB셀 인수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사실상 HLB생명과학이 HLB이노베이션 지분과 HLB셀 지분을 맞교환한 셈이다.

HLB그룹 관계자는 "올해 추진 중인 그룹 구조개편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HLB그룹은 그동안 인수합병(M&A)으로 계열사를 늘려왔다. 상장사 10곳에 비상장사 50곳 등 계열사만 60개에 달한다. HLB그룹은 사업과 조직이 분산된 문제를 해소하고 세포치료 사업 등의 역량을 HLB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이다.

HLB생명과학은 HLB그룹 내에서 HLB제약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한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해왔다. 최근에는 기존 보유 자산을 처분해 다른 계열사의 자본 확충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그룹 구조개편을 뒷받침하고 있다.

HLB생명과학은 앞서 자신이 최대주주(지분율 16.2%)로 있는 HLB제약의 유증에도 참여하고 있다. HLB제약은 609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증을 추진 중이다. 신주인수권 중 HLB생명과학은 배정받은 173만8577주 가운데 절반인 86만9289주만 청약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유증 후 HLB생명과학의 HLB제약 지분율은 14.2%로 낮아진다. HLB제약은 투자설명서에서 최대주주인 HLB생명과학이 기존 CB 상환 부담과 계열사 투자, 핵심 파이프라인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고려하면 배정 물량 전부를 청약하기에는 유동성 여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HLB생명과학의 1분기 말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8억9000만원에 불과하다. 지난 6월 건물 등을 담보로 CB 100억원을 발행해 운영자금을 조달했지, HLB제약 유증 전액 참여는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주주의 '반쪽 청약'은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주는 요인으로 꼽혔다. 앞서 리보세라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불발로 HLB제약 주가가 급락하면서 HLB제약 유증 조달액은 당초 1200억원에서 반토막나기도 했다.

HLB생명과학이 기존 CB 투자자의 상환 요구에도 대응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HLB생명과학은 지난달 14일 제13회 CB 가운데 권면액 50억원을 만기 전에 취득했다. 취득 금액은 51억1012만원이다. 회사는 해당 사채를 사채권자와 별도 합의해 장외매수했으며 취득자금은 자기자금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같은 제13회 CB 6억원을 추가로 취득했다. 이번에는 사채권자가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하면서 발생한 거래로, HLB생명과학은 6억1371만원을 지급했다.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제13회 CB 56억원을 만기 전에 사들인 셈이다. 취득 금액을 합치면 약 57억2000만원의 현금이 투입돼 유동성 부담이 심화하고 있다.

HLB생명과학이 2024년 8월 발행한 제13회 CB 만기는 2027년 8월이다. 당초 만기까지 1년가량의 시간이 남았지만 CB 투자자가 주식 전환보다 원금 회수를 선택하면서 회사가 현금으로 사채를 되사들이는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주가가 하락하면 CB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통한 원금 회수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유동성 부담은 더욱 커진다. 특히 HLB는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미국 허가가 세 차례 불발되면서 주가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전반의 CB 투자자들이 주식 전환보다 조기 상환을 선택할 수도 있다"며 "미상환 CB에 계열사별 풋옵션 대응까지 겹칠 경우 그룹 전체의 현금 관리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게다가 주가 하락의 여파로 지난달 20일에는 제16회차 교환사채(EB)의 교환가액이 기존 5만3045원에서 4만1999원으로 하향 조정(리픽싱)되면서, 향후 교환권이 행사될 경우 기존보다 더 많은 주식이 교환 대상이 될 수 있어 잠재적인 지분 희석 부담이 커졌다.

HLB그룹 관계자는 "사업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그룹 구조개편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HLB생명과학이 그룹 구조개편에 필요한 자금 수요를 떠안는 모습"이라며 "단순히 계열사를 합치거나 사업을 이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계열사별 재무 부담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재배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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