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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7등급도 대출 승인…은행권 2.2조 '성장성 대출' 실험
입력: 2026.09.03 11:47 / 수정: 2026.09.03 11:47

8개 은행 SCB 시범운영…연내 인뱅 포함 16곳으로 확대
매출·상권·업종 등 비금융정보 반영…한도·금리 개선 가능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부산·제주은행 등 8개 은행은 지난달 31일부터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SCB)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지난 7월 15일 오후 서울 구로구 KB국민은행 디지털밸리종합금융센터.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선영 기자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부산·제주은행 등 8개 은행은 지난달 31일부터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SCB)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지난 7월 15일 오후 서울 구로구 KB국민은행 디지털밸리종합금융센터.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선영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은행권의 소상공인 대출심사가 달라지고 있다. 기존 금융거래 이력뿐 아니라 매출과 업종, 상권 등 실제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함께 따져 대출 여부와 한도, 금리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금융거래 이력이 짧거나 담보가 부족해 기존 신용평가에서 불리했던 소상공인에게 새로운 대출 기회가 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부산·제주은행 등 8개 은행은 지난달 31일부터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SCB·Small Business Credit Bureau)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경남·광주·수협·iM·전북은행과 카카오·케이·토스뱅크도 연내 참여할 예정으로, 총 16개 은행에서 약 2조2000억원 규모의 개인사업자 대출에 적용된다.

SCB는 기존 금융정보에 비금융정보를 더해 소상공인의 미래 성장성을 평가한다. 매출과 업종, 상권, 업력, 사업 지속성, 근로자 수뿐 아니라 고객 수요와 플랫폼 내 방문·재방문 등도 평가에 활용할 수 있다. 평가 결과는 S1부터 S10까지 성장등급으로 나뉘며 성장성이 높은 사업자는 기존 신용등급을 상향하거나 대출 승인, 한도 확대, 금리 인하 등의 우대를 받을 수 있다.

중요한 점은 기존 신용평가를 없애는 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연체 여부와 부채 수준, 상환능력 등 기존 심사 기준은 그대로 두고 여기에 '사업이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가'를 추가로 반영한다. 성장성이 낮다고 기존 신용등급을 낮추기보다는 우수한 사업자에게 추가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SCB가 도입된 배경에는 개인사업자 대출의 높은 담보·보증 의존도가 있다. 지난해 개인사업자 대출 가운데 담보대출 비중은 79.8%, 보증·기타는 10.6%로 전체의 90.4%를 차지했다. 순수 신용대출은 9.6%에 불과했다. 사업 매출이 꾸준히 늘더라도 대표자의 금융이력이 짧거나 담보가 부족하면 은행권 대출을 받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 사전심사에서는 기존 평가와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해 기존 심사에서 7등급을 받고 대출이 거절됐던 한 커피전문점 사업자는 SCB를 적용한 뒤 사업 성장성이 반영돼 6등급으로 올라 대출 승인을 받았다.

도소매업을 하는 다른 개인사업자는 기존 약 3000만원이었던 대출 가능 금액이 4000만원으로 1000만원 늘고 금리도 약 0.7%포인트 낮아졌다. 온라인 소매업자는 SCB 우수등급을 인정받아 3000만원 규모 보증대출에서 추가로 1.0%포인트의 금리 감면을 적용받았다.

다만 모든 소상공인이 같은 수준의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해당 사례들은 시범운영을 앞두고 실시한 사전심사 결과이며 실제 대출 조건은 차주의 기존 신용도와 상환능력, 은행별 여신정책과 적용 상품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SCB 활용 방법도 은행마다 차이가 있다. 일부 은행은 성장등급이 높은 차주의 내부 신용등급을 한 단계 올려 기존에 대출 기준선에 조금 못 미쳤던 차주의 승인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활용한다. 다른 은행은 추가 대출한도를 부여하거나 금리를 낮추는 식으로 적용할 수 있다. 같은 성장등급을 받더라도 어느 은행, 어떤 상품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실제 체감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연말에는 인터넷은행 3사도 가세한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는 그동안 개인사업자 대출 확대 과정에서 플랫폼 이용 정보와 매출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자체 신용평가를 강화해왔다. SCB까지 본격 적용되면 각 은행이 어떤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대출 승인과 한도·금리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반영하는지가 개인사업자 대출 경쟁력의 차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적극적인 활용을 위한 면책 장치도 마련했다. 은행 임직원이 관련 법령과 내부 절차에 따라 합리적으로 SCB를 활용했다면 해당 대출이 향후 부실화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책임을 묻지 않는 방식이다. 기존 심사에서 탈락했을 가능성이 있는 차주에게 추가 신용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담당자가 사후 책임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정책당국이 기대하는 효과는 시범사업 규모보다 크다. SCB가 금융권에 안착하면 매년 약 70만명의 소상공인에게 10조5000억원 규모의 신규 대출이 추가 공급되고 연간 약 845억원의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금융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개인사업자 전용 사잇돌대출에도 성장등급을 적용하고 내년에는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심사로 활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관건은 이번 2조2000억원 규모 시범운영에서 기존 심사보다 실제 대출 승인율이 얼마나 높아지고 차주가 체감하는 금리와 한도가 얼마나 개선되느냐다. 성장성이 높다고 평가받은 차주의 연체율과 부실률이 기존 대출과 비교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도 향후 제도 확대의 핵심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신용평가만으로는 사업 성장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웠던 소상공인에게 추가적인 대출 기회가 생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다만 성장성이 실제 상환능력으로 이어지는지는 시범운영을 통해 검증해야 하는 만큼 대출 접근성 확대와 건전성 관리 사이의 균형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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