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팩트

  • HOME >NEWS >경제 >산업/재계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인쇄하기
    기사제보
한화-KAI, 민영화 첫 관문 통과…'방산 시너지'와 '경쟁 위축' 우려 교차
입력: 2026.09.03 10:28 / 수정: 2026.09.03 10:28

한화, 항공·우주·방산 수직계열화 속도
생태계 위축·장기 사업 지속성 우려


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취득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서 KAI 민영화를 둘러싼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한화
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취득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서 KAI 민영화를 둘러싼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한화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취득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서 KAI 민영화를 둘러싼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한화의 항공엔진·유도무기·레이더·위성 기술과 KAI의 완제기 체계종합 역량을 결합해 국내 항공·우주·방산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반면, 특정 그룹으로 핵심 역량이 집중되면서 방산 생태계의 경쟁과 다양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맞선다. 결국 이번 지분 취득은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체계 구축의 계기가 될지, 한화 중심의 수직계열화를 심화하는 분기점이 될지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3일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3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등 한화 계열사 3곳의 KAI 주식 취득을 승인했다. 한화그룹의 KAI 지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9.90%, 한화시스템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1.01% 등 총 15.89%다. 수출입은행에 이어 2대 주주다.

◆ 엔진부터 완제기까지…한화의 'K-스페이스X' 구상

한화는 올해 KAI 지분 확대 과정에서 향후 정부가 KAI 민영화를 공론화할 경우 인수 또는 통합 추진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6월 한화그룹이 KAI 지분 9.04%를 확보하며 2대 주주에 오른 뒤 한화시스템이 추가 매입에 나서면서 지분율은 15%대로 높아졌다.

이번 승인으로 한화의 항공·우주·방산 사업을 함께 운영하겠다는 'K-스페이스X' 구상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화는 항공엔진과 유도무기, 항공전자, 레이더, 위성, 발사체, 지상·해양 방산 등을, KAI는 KF-21과 수리온, T-50 등 완제기를 비롯해 위성·공중전투체계 분야를 보유하고 있다. 양사의 결합을 통해 엔진부터 무장, 항공기, 우주체계까지 연결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게 한화 측 예상이다.

특히 한화는 KAI 지분 확대를 추진하면서 우주·항공 분야의 중복 투자를 줄이고 글로벌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한화가 개발 중인 항공엔진을 KAI 항공 플랫폼에 적용하고 공동 수출 마케팅에 나설 경우 해외 기술 의존도를 낮추면서 전투기와 무장을 결합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K-방산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대한민국 우주항공산업 발전, 지역경제 활성화에 적극 기여하겠다"면서 "KAI와 지속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대형화가 경쟁력?"…수직계열화 두고 우려도

다만 한화의 KAI 민영화 시도를 두고 우려의 시선도 모인다. 수직계열화가 곧바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화는 KAI의 주요 공급업체인 동시에 일부 사업에서는 경쟁 관계에 있다. 한화의 KAI의 경영 참여가 확대될 경우 이해상충이나 경쟁사 사업 기회 제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KAI 노동조합도 지난 2일 공정위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한화의 지분 취득 승인에 반발했다. 노조는 한화가 엔진과 항공전자장비 등을 공급하는 주요 협력사인 동시에 우주 분야에서는 KAI와 경쟁 관계에 있다며 경영 관여 확대에 따른 핵심 정보 유출과 이해상충 등을 우려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옥 전경. /KAI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옥 전경. /KAI

글로벌 항공산업처럼 완제기와 엔진 분야를 별도 기업이 담당하며 전문성을 결합하는 구조와 비교하면 한화 중심의 수직계열화가 국내 업체 간 경쟁과 기술 다양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KAI의 완제기 체계종합 역량이 한화 계열사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기존 협력업체와 다른 방산업체들의 사업 참여 기회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항공우주·방산 사업을 대형화하고 수직계열화하는 것이 항상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KF-21 전용 엔진을 개발하더라도 생산 규모가 제한되면 단가가 높아질 수 있고, 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수직계열화 자체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접근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M&A 외형 확장 넘어 '장기 투자 역량'이 관건

한화가 그동안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장해왔다는 점도 KAI 인수 논의의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한화는 2022년 말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착수해 2023년 5월 한화오션을 출범시키는 등 M&A를 활용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대해왔다. 당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5개 계열사가 약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를 확보했고, 이후 한화오션 지분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조선·해양 방산과 항공·방산 사업의 결합을 추진했다.

KAI 지분 확보 역시 한화의 사업 확장 전략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M&A는 기술·생산능력·시장 지위를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인수 자체가 독자적인 기술 경쟁력이나 지속적인 연구개발 역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항공·우주산업은 개발과 인증에 장기간이 걸리고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필요한 만큼, 한화가 KAI의 역량을 자체 기술 축적과 장기적인 사업 경쟁력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주요 과제로 꼽힌다. 단기적인 외형 확대에 집중해온 M&A 전략과 장기 투자가 필요한 항공·우주산업의 특성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한화시스템의 UAM 사업은 장기적인 투자 지속성과 함께 시장 상황에 따른 전략 조정이 나타난 사례다. 한화시스템은 2020년 미국 오버에어에 투자한 이후, 오버에어와 UAM 기체 '버터플라이'를 공동 개발하며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기체 상용화 일정이 지연되자 투자 속도와 사업 우선순위를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 7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영국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와 해지합의서를 체결했고 8월에는 4548억 원 규모의 VX4용 핵심 부품 개발·공급 계약을 합의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한화 측은 이번 조치가 UAM 사업에서 전면 철수한다는 의미라기보다, 상용화 지연과 시장 환경 변화를 반영해 투자 우선순위를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KAI 인수 이후 한화의 장기적인 기술 투자와 연구개발 지속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투기와 우주산업은 수주와 개발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외형 확대와 수익성뿐 아니라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KF-21(앞), FA-50(뒤) 비행 사진. /KAI
KF-21(앞), FA-50(뒤) 비행 사진. /KAI

공정위는 이번 승인으로 한화의 KAI 인수가 최종 확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여지를 남겼다. 한화가 향후 KAI 지분을 추가 취득해 최다출자자가 되거나 한화 측 인사가 KAI 임원의 3분의 1 이상을 겸임하거나 대표이사를 맡게 될 경우 새로운 기업결합 신고 의무가 발생해 경쟁제한성 등에 대한 심사를 다시 받게 된다.

이번 공정위 승인으로 한화의 KAI 인수 과정은 첫 관문을 넘은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정부가 수출입은행의 지분 매각 등 민영화를 본격 추진할지, 한화가 추가 지분 확보와 경영 참여에 나설지가 핵심 변수다.

manyzero@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 BIZ & GIRL

    • 이전
    • 다음
 
  • TOP NEWS

 
 
  • HOT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