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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은 합격점, 연임 변수는 '다음 3년'…양종희 2기 청사진 시험대
입력: 2026.08.31 11:00 / 수정: 2026.08.31 11:00

KB 차기 회장 양종희·이재근·권광석 3파전…9월 11일 최종 후보 선정
상반기 순익 3.88조·비은행 44%…실적·주주환원 연임 명분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연임을 위한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양종희 KB금융 회장. /KB금융그룹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연임을 위한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양종희 KB금융 회장. /KB금융그룹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연임을 위한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과 주주환원 확대 등 첫 임기의 성적표는 연임에 힘을 싣고 있다. 과거 성과를 넘어 KB금융의 '다음 3년'을 이끌 청사진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27일 차기 회장 후보를 양 회장과 이재근 KB금융 글로벌·WM·SME부문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등 3명으로 압축했다. 회추위는 오는 9월 11일 후보들을 대상으로 2차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고 당일 최종 후보 1명을 선정한다. 이후 자격 검증을 거쳐 10월 2일 회추위와 이사회 추천, 11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차기 회장이 최종 선임된다. 양 회장의 현 임기는 오는 11월 20일까지다.

당초 6인 후보군에는 양 회장과 이재근·이창권 부문장, 이환주 KB국민은행장 등 내부 인사 4명과 권 전 행장 등 외부 인사 2명이 포함돼 있었다. 1차 인터뷰를 거치면서 현직 회장과 내부 후보 1명, 외부 후보 1명의 3파전으로 압축된 셈이다. 회추위는 이번 승계 절차를 과거보다 한 달 이상 앞당겨 시작했고 후보 평가와 검증 기간도 약 3개월로 늘렸다.

실적은 이미 '합격점'…상반기 순익 또 사상 최대

양 회장이 연임 경쟁에서 갖는 가장 강한 무기는 실적이다. 양 회장은 2023년 11월 취임한 이후 KB금융의 최대 실적 기록을 연이어 새로 썼다. KB금융은 2024년 처음으로 연간 당기순이익 5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5조843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13.1% 증가한 3조8846억원을 벌어 반기 기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수익구조도 다변화됐다. 올해 상반기 그룹 전체 순이익에서 비은행 계열사가 차지한 비중은 44% 수준까지 확대됐다. 은행 중심의 이익구조에서 증권·보험·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으로 수익원을 넓힌 점은 금융지주 회장으로서 양 회장의 성과로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자본 여력과 주주환원도 연임의 명분이다. KB금융의 6월 말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13.74%로 전분기보다 0.10%포인트 상승했다. KB금융은 이를 바탕으로 7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했다. 지난 2월 발표한 1차 주주환원 2조8200억원을 포함하면 올해 총 주주환원 규모는 약 3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회사는 예상하고 있다.

실적만 놓고 보면 양 회장이 연임을 설명할 재료는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9월 최종 인터뷰에서는 지금까지의 성과보다 앞으로 무엇을 할지가 더욱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수 있다.

회추위는 회장 후보를 업무 경험과 전문성, 리더십, 도덕성, 그룹 비전 및 가치관 공유, 장·단기 건전경영 노력 등 5개 항목과 25개 세부 기준으로 평가한다. 경영성과뿐 아니라 내부통제 의식과 주주 권리 보호, 디지털·AI 사업에 대한 통찰력 등도 평가 대상에 포함된다.

양종희가 직접 그린 2027~2029년…5개 사업이 시험대

KB금융은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인 지난달 향후 3년간의 성장 전략을 공개했다. KB금융은 지난 7월 그룹 경영진 워크숍에서 2027~2029년 중장기 경영전략을 논의하고 5대 핵심 어젠다로 △WM·연금 사업 모델 재설계 △중소법인 영업 경쟁력 강화 △그룹 CIB·자본시장 협업 강화 △보험 비즈니스·투자운용 역량 선진화 △그룹 AI 전환 가속화를 제시했다.

이는 양 회장이 연임할 경우 사실상 '2기 경영'의 핵심 과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WM과 연금은 은행 예금에서 투자상품·자본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사업이다. 양 회장도 당시 워크숍에서 머니무브를 WM과 자산운용 경쟁력을 높일 기회로 규정했다. 중소법인과 CIB 강화 역시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 확대와 맞닿아 있다. KB금융은 올해 생산적·포용금융 공급을 확대하면서 첨단전략산업 투자와 기업대출 등을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AI도 차기 회장의 주요 숙제다. KB금융은 그룹 차원의 AI 전환 로드맵을 5대 전략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고, 지난달에는 디지털자산과 AX(AI Transformation) 분야 투자를 위한 1000억원 규모 전략적 투자 펀드도 만들었다. 양 회장이 연임한다면 AI를 단순 업무지원 수준이 아니라 영업과 상품, 업무 프로세스 전반의 생산성 개선으로 연결하는 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경쟁 후보들의 면면도 KB가 향후 어떤 선택을 하느냐와 연결된다.(왼쪽부터) 이재근 KB금융 글로벌·WM·SME부문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더팩트 DB
경쟁 후보들의 면면도 KB가 향후 어떤 선택을 하느냐와 연결된다.(왼쪽부터) 이재근 KB금융 글로벌·WM·SME부문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더팩트 DB

'연속성' 양종희 vs '세대교체' 이재근 vs '외부 변화' 권광석

경쟁 후보들의 면면도 KB가 향후 어떤 선택을 하느냐와 연결된다.

이재근 부문장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KB국민은행장을 지냈다. 현재는 지주에서 글로벌과 WM·SME를 담당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부문장이 맡고 있는 WM·SME는 KB가 향후 3년의 핵심 사업으로 선정한 분야다. 은행 경영 경험에 더해 그룹의 미래 성장사업을 직접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부 세대교체 카드로 꼽힌다.

유일한 외부 후보인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우리은행장을 맡았다. DLF·라임펀드 사태 이후 우리은행을 이끌며 조직 안정과 소비자 신뢰 회복을 추진한 경험을 갖고 있다. 양 회장의 연임이나 내부 승계가 아닌 외부 인사를 통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회추위가 판단할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카드다.

최종 경쟁은 양 회장이 첫 임기 동안 구축한 경영 체제를 이어갈 것인지, 이 부문장을 통해 내부 승계와 세대교체를 택할 것인지, 권 전 행장을 통해 외부 변화를 선택할 것인지의 성격도 갖는다.

양 회장에게는 '성과 이후'를 증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미 순이익과 자본비율, 주주환원에서 높은 수준에 도달한 만큼 같은 방식으로 실적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주환원 확대를 이어가면서도 WM·연금과 CIB, 기업금융, 보험, AI 등에 성장 자본을 배분하고 은행과 비은행의 균형을 유지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외부 변수도 남아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CEO 승계 절차와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구체적인 제도 변경 내용과 시행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금융권 CEO 선임 과정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진 만큼 이번 회추위 역시 절차적 정당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중요해졌다. KB금융은 이번 승계 절차에서 외부 후보에게 약 두 달의 준비기간을 제공하고 회추위원과 외부 후보 간 사전 간담회를 마련하는 등 외부 후보의 정보 격차를 줄이는 절차를 도입했다.

한편 국민은행에 대한 국세청 특별세무조사도 진행 중이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13일 국민은행을 상대로 비정기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구체적인 조사 배경이나 대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이번 조사와 KB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확인된 것은 없는 만큼 연임 변수로 단정하기보다는 향후 조사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양 회장은 실적과 주주환원 측면에서는 이미 충분한 성과를 보여준 만큼 이번 최종 경쟁에서는 첫 임기의 성적보다 향후 3년의 성장 전략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하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며 "WM·연금, 기업금융, AI 등 KB가 제시한 핵심 과제를 실제 수익원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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