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에 학부모들도 맞불 집회
"제재 한계…소음 기준 관리 최선"

[더팩트ㅣ김태연 기자] 지난 2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신당8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 앞 왕복 4차로 중 1개 차로에 '전국건설노동조합 기계차지회' 깃발이 꽂힌 차량 6대가 늘어서 있었다. 차량 2대에 매달린 스피커에서는 "지역장비를 우선 사용하라"는 외침과 함께 건설노조 투쟁가가 끊이지 않고 흘러나오고 있었다.
건설노조는 지난 6월15일부터 이곳에서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 노조원들의 장비를 우선적으로 사용해달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다.
같은 시간 건설노조 집회 현장에서 30m 정도 떨어진 곳에서는 흥인초등학교 학부모 3명이 맞불 집회를 열고 있었다. 현수막에는 '아이들의 통학안전, 공사주체가 책임져라', '학습권 침해하는 공사소음, 즉각 개선하라' 등 문구가 적혀 있었다.
흥인초 학부모들은 지난 7월23일부터 맞불 집회를 시작했다. 학교에서 불과 20m 정도 떨어진 맞은 편 건설노조 집회로 소음 피해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학부모들은 매일 3명 정도씩 돌아가면서 한 달 넘게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200m 정도 떨어져 있는 청구초 학부모들도 집회에 동참했다.
박연주 흥인초 학부모회 감사는 "재개발은 당연히 돼야 하는 것이고 공사 소음이나 분진 등은 예상했던 일이라 이해되지만 노조 집회는 예상 밖의 일이라 당황스럽다"며 "근처 흥인초, 대경중, 청구초 등이 비슷한 소음 피해를 받고 있고 흥인초와 청구초가 가장 심각하다"고 말했다.
고숙란 흥인초 학부모회장은 "아이들이 시위에 오래 노출되니 민중가요를 따라 부르거나 투쟁 동작을 흉내내기도 한다"며 "교실 안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운동장은 아예 쓰지 못하고 수업 중 듣기평가가 잘 들리지 않을 때도 있다. 건설노조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아이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청구초 6학년 학생 학부모 김민주 씨는 "공사 소음이 직접적으로 전해지는 데다 청구초 인근에 있는 현장 사무실 앞에서도 노조 집회가 있어 소음이 전달된다"며 "재개발로 안 그래도 복잡한 상황인데, 집회 장소가 도로 1개 차선을 막고 있어 유모차나 휠체어 등도 다니기 불편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건설노조는 학부모들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생존권이 걸린 투쟁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형진 건설노조 지게차지회장은 "사측과 협상을 위해 한두 번 만나봤지만 '노조의 일은 노조가 알아서 하라'는 입장이라 우리도 투쟁을 멈출 순 없다"며 "소음을 줄여달라고 하면 줄이고, 주민들이 항의하면 사과하는 등 최대한 조심하면서 집회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부경찰서, 중구청, 중구의회 등 여러 관계기관에서 중재를 위해 다녀갔지만 시공사 측은 요지부동"이라며 "우리 지부가 공사 현장 전체를 차지하겠다는 게 아니라 작은 구역이라도 우리 장비를 써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부모들은 결국 지난 11일 아이들 학습권 침해를 주장하며 경찰에 집회 소음 개선 탄원서를 제출했다. 경찰은 소음 측정을 통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제재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로 인해 강제적 제한은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자녀에게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도, 학습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다 맞는 얘기"라면서도 "노조는 절차대로 신고를 하고 집회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경찰이 할 수 있는 영역은 집회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소음 기준치 관리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학부모와 주민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만큼 노조에 학생, 인근 주민의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소음 제한 통보 등 적법한 행정 절차를 최대한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학교 경계 200m 이내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집회·시위 신고 시 경찰이 학교장에게 관련 내용을 즉시 통보하도록 하는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학교장은 심각한 소음이나 차별·모욕, 반복적인 욕설 등으로 학생의 학습권 침해가 우려될 경우 경찰에 집회 금지나 제한 등 질서유지 조치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경찰관서장은 학교장의 요청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응해야 하며 결과를 2일 이내에 통보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은 공포 후 3개월 뒤부터 시행된다.
pad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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