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위해 두 줄" vs "바쁘면 걸어야"…에스컬레이터 공방
  • 김명주 기자
  • 입력: 2026.08.27 00:00 / 수정: 2026.08.27 00:00
11년 만에 공론화된 이용 방식
안전·통행 효율 놓고 의견 엇갈려
행정안전부가 오는 29일 에스컬레이터 안전 이용 방안을 논의하는 국민 토론회를 열면서 한 줄 서기와 두 줄 서기를 둘러싼 논쟁이 11년 만에 다시 공론화됐다. 사진은 26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김명주 기자
행정안전부가 오는 29일 에스컬레이터 안전 이용 방안을 논의하는 국민 토론회를 열면서 '한 줄 서기'와 '두 줄 서기'를 둘러싼 논쟁이 11년 만에 다시 공론화됐다. 사진은 26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김명주 기자

[더팩트 | 김명주 기자] 26일 오후 3시께 서울역 지하철 1호선에서 1번 출구 방향으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 지하철에서 빠져나온 시민들은 에스컬레이터에 몰려든 뒤 자연스럽게 오른쪽에 줄을 섰다. 오른쪽 줄이 빼곡히 찬 것과 달리 왼쪽은 대부분 비어 있었다. 간간이 4~5명이 빈 공간을 따라 빠른 걸음으로 올라갔다.

캐리어를 끌고 나온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도 마찬가지였다. 에스컬레이터에 올라서면 몸과 캐리어를 오른쪽으로 옮겼고 왼쪽은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의 공간으로 남았다.

지하철에서 승객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때는 모습이 달라졌다. 에스컬레이터 입구에 사람들이 몰리자 비어 있던 왼쪽까지 승객들이 들어서 양쪽 줄이 모두 찼다. 이때는 왼쪽에 올라선 시민들도 걷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이동했다.

30년 가까이 이어진 이같은 에스컬레이터 이용 관행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29일 에스컬레이터 안전 이용 방안을 논의하는 국민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한 줄 서기'와 '두 줄 서기'를 둘러싼 논쟁이 11년 만에 다시 공론화되는 셈이다.

배경에는 반복되는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가 있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에스컬레이터에서 발생한 135건의 사고 중 90건이 이용자 과실로 발생했다. 이 가운데 넘어짐 사고가 77.8%를 차지했다.

이날 서울역에서 만난 시민들은 안전을 이유로 두 줄 서기 도입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실제 이용 방식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20대 여성 강모 씨는 "한 줄로 서면 비어 있는 곳으로 사람들이 빠른 걸음으로 올라가는데 위험해 보일 때가 많았다"며 "두 줄로 서도 딱히 불편할 것 같지 않고 안전이 중요한 만큼 두 줄 서기가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줄을 모두 이용하면 오히려 수송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60대 남성 김모 씨는 "공간이 충분하다면 두 줄로 서는 게 오히려 통행이 빠를 수 있다. 걸어 올라갈 사람을 위해 공간을 비워두는 것은 비효율적일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는 한 줄 서기로 하중이 에스컬레이터 한쪽에 집중되면 부품 수명과 고장 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팩트 DB
전문가는 한 줄 서기로 하중이 에스컬레이터 한쪽에 집중되면 부품 수명과 고장 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팩트 DB

혼잡한 역부터 두 줄 서기를 시범적으로 도입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20대 여성 노모 씨는 "승객들이 많이 몰리는 역부터 두 줄 서기를 해보면 좋겠다"며 "에스컬레이터가 가파르고 사람이 많아 어르신들이 넘어질 뻔한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특히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걸어 올라가는 게 더 위험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반면 일률적인 두 줄 서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30대 남성 박모 씨는 "출퇴근 시간이나 급한 일이 있을 때는 걸어 올라가야 할 때도 있다"며 "두 줄 서기를 권장할 수는 있겠지만 무조건 두 줄을 채우면 답답함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미 수십 년간 굳어진 이용 습관을 어떻게 바꾸느냐다. 정부와 시민단체는 1998년 한 줄 서기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이후 안전사고 등이 우려되자 2007년부터 방향을 바꿔 두 줄 서기 캠페인을 벌였다. 그러나 이용객들의 호응이 크지 않았고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2015년 캠페인을 중단했다.

두 줄 서기에 찬성하는 시민들도 오랜 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김 씨는 "오랫동안 이어진 습관이고 고정관념처럼 자리 잡아서 바꾸기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두 줄 서기를 추진하려면 왜 두 줄을 서야 하는지부터 확실하게 알려줘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 줄 서기로 하중이 한쪽에 집중되면 부품 수명과 고장 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의수 한국교통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에스컬레이터 양쪽의 구조는 똑같은데 한쪽에 사람이 많이 서게 되면 그쪽에 부하가 더 많이 걸려 마모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마모가 심해지면 수명이 짧아지고 교체 주기도 빨라져 제때 교체하지 않으면 고장 가능성도 커진다"고 짚었다.

다만 모든 에스컬레이터에 일률적으로 두 줄 서기를 적용하기보다 길이와 혼잡도, 계단 등 대체 이동수단 유무를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김 교수는 "에스컬레이터가 짧은 곳에서는 두 줄로 이용하는 것이 수송 측면에서도 효율적일 수 있다"며 "계단이 없는 곳이나 급한 사람의 통행을 고려해야 하는 곳도 있는 만큼 시간대나 장소를 고려한 방안을 고민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sil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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