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조현문 강요 미수 혐의 재판 증인 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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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왼쪽)과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강요 미수 혐의 1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효성가(家) '형제의 난'의 당사자인 형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동생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이 법정에서 마주했다. 지난 2014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이후 12년 만의 법정대면이다.
두 사람은 재벌가의 어긋난 형제 관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앞서 '형제의 난'과 법적 분쟁을 계기로 '절연'을 선언한 바 있다. 이날 법정에서도 상대를 향한 적대심을 여실히 드러냈다. 두 사람은 대면 직후 가벼운 인사를 나눴지만 곧장 시선을 피했고, 마지막에는 서로를 본체만체 지나쳤다.
◆ 눈길도 안 준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동생 처벌 원한다"
조 전 부사장은 2013년 자신이 회사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자신의 배우자를 음해한 것을 사과하라며 조 회장을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비리 내용을 고발하겠다는 취지로 강요했으나, 미수에 그친 사건이다.
이날 공판에서는 고소인인 조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조 회장은 가족 간 갈등과 관련한 주요 경위를 하나둘 증언했다. 먼저 조 전 부사장이 2011년쯤 자신의 비리 관련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불법 내부 감사를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현문이가 자기 마음대로 감사팀에 자신의 비서를 파견하고, 외국로펌을 동원해 마치 검찰과 같이 감사를 진행했다"며 "아버지인 조석래 명예회장의 승인 없이는 감사가 진행될 수 없는 구조다. 이는 불법적인 감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 전 부사장의 주식 강탈 내용을 언급했다. 조 회장 표현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 등 가족들이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아연실색'하게 된 계기다.
조 회장은 "동생이 가져간 주식은 회사 경영권과 관련된 주식이다. 명의가 어떻게 되든 아버님과 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게 불문율"이라며 "아버님은 (동생이) 고동윤(주식을 관리하던 재무본부 임원)을 겁박해 우리은행 대여금고에 넣어둔 주식을 강탈해 갔다고 생각하셨다"고 밝혔다.
동생과의 갈등 상황을 차분히 설명하던 조 회장은 때때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특히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으면 조 전 부사장이 비리 자료를 들고 서초동으로 가겠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느냐'는 검사 질문에 잠시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조 회장은 "현문이가 요구한 보도자료에는 '조 전 부사장이 회사 발전에 크게 기여했고, 효성은 조 전 부사장의 새로운 출발을 축복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발전에 기여하지 않았고, 축복하지도 않는다. 강압적 요구가 아니라면 우리 힘으론 낼 수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요구 내용은 보도자료를 2013년 2월 28일 오후 3시에 배포하라는 것이었다. 현문이는 골드만삭스와 주식 블록딜을 약정했는데, 주식(주가 하락으로 인한 매각 대금 감소)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장 마감 시간에 맞춰 요구한 것 같다"며 "이러한 내용을 효성이 보도자료로 배포해야 자신의 행위가 정당화되니까 그래서 (보도자료 배포 요구를) 강압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겠구나 하고 추후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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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공판에서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새롬 기자 |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의 비상장 주식을 고가에 매각하려 협박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패륜적 행위 또한 저질렀다고 증언했다.
그는 "2015년 3월 8일 현문이가 아버지 자택을 방문했을 때 응접실 문을 잠그고 '독사 같은 어머니 몸 속에서 나온 것을 후회한다', '지옥에 떨어뜨려서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썩게 하겠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 이는 명백한 협박"이라며 "어머니(송광자 여사)가 큰 충격을 받았고, 아버지는 집에 있는 현문이 사진을 다 떼버렸다"고 밝혔다.
아울러 조 회장은 여러 협박을 받았을 당시 조 전 부사장과 만나기 위해 접촉했던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에게도 '서초동에 갈 것', '비리 폭로' 등 협박조의 경고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조 회장은 증인신문 내내 조 전 부사장이 앉아 있는 피고인석을 향해 눈길을 주지 않았다. "이 사건에 대한 고소·고발은 '현문이를 깨우치게 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라는 아버지의 뜻"이라며 고소 취하 의사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조 회장은 '동생의 처벌을 원하느냐'는 검사 질문에는 "처벌을 원한다"고 딱 잘라 말했다.
◆ 조현문, '배우자 외도 지라시' 조현준 답변에 '칫' 헛웃음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조 전 부사장은 이날 다소 느긋한 모습을 보였다. 조 회장의 발언을 종종 메모하며 변호인과 대화를 나눴고, 휴대전화를 사용하기도 했다. 자신의 변호인 질문에 조 회장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할 때는 옅은 미소를 보였다. "처벌을 원한다"는 형의 말에도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조 전 부사장이 가장 감정적으로 동요했던 지점은 '지라시(사설 정보지)'와 관련한 질의가 오갈 때부터다. 조 전 부사장은 갈등 과정에서 조 회장과 효성 측이 자신의 배우자가 외도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지라시를 만들어 유포한 것으로 의심한다.
조 회장은 "2013년 1월 당시 지라시가 돌았을 때, 저희도 알고 싶어서 마포경찰서에 물어봤다. 그러나 본인이 직접 의뢰해야 한다고 하더라"며 "지라시를 만든 사람을 알고 싶다면 본인이 직접 마포경찰서에 이야기하면 된다. 그럼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왜 자꾸 지라시에 대해 사과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이 끝나자, 조 전 부사장은 '칫' 하고 헛웃음을 지었다.
공판이 끝난 뒤 두 사람 간 교감은 없었다. 조 회장은 증인신문이 마무리되자 법정을 빠져나가기 위해 곧바로 몸을 일으켰고, 피고인석을 지나칠 때는 땅만 쳐다봤다. 조 전 부사장도 허리를 뒤로 크게 젖히며 본체만체했다. 두 사람은 오는 28일 조 회장에 대한 2번째 증인신문이 진행되는 19차 공판을 통해 다시 대면할 예정이다.
rocky@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