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명주 기자] 앞으로 지방정부가 동일 업체와 반복적으로 수의계약을 맺는 데 횟수와 금액 제한이 생긴다. 최근 지방의원의 수의계약 특혜 의혹과 회계 담당 공무원의 공금 횡령 사건이 잇따르자 정부가 지방재정 관리 제도를 손질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13일 동일 업체 대상 수의계약 한도를 신설하고 전국 지방정부의 공금 관리를 전수 점검하는 내용의 지방재정 관리 강화 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우선 특정 업체에 수의계약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1인 견적 수의계약에 연간 한도를 도입한다. 기초 지방정부는 동일 업체와 연 5회 또는 2억원을 초과해 수의계약을 맺을 수 없게 된다. 광역 지방정부는 연 7회 또는 3억원이 한도다. 세종과 제주는 기초 지방정부 기준을 적용받는다.
일반 기업은 추정가격 2000만원 이하의 1인 견적 수의계약이 제한 대상이다. 청년창업·여성·장애인 기업 등은 5000만원 이하 계약까지 적용된다.
다만 지역 내 업체 수가 부족한 경우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지방정부 계약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예외를 인정한다. 지방정부는 정부가 정한 최대한도 안에서 자체적으로 수의계약 한도를 설정할 수 있다.
예외 계약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계약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는 지방정부 누리집에 공개하고 지방정부는 분기별로 상급 기관에 심의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상급 기관은 내용을 점검해 필요할 경우 감사 등을 실시할 수 있다.
수의계약 정보 공개 범위도 확대한다. 현재 업체명과 대표자, 주소 등을 공개하고 있지만 일부 지방정부에서 필수 정보가 빠지거나 업체를 식별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공개 항목 전체를 명확히 규정하고 사업자등록번호도 추가할 계획이다.
지방의원이 자신의 친인척이나 이해관계가 있는 업체의 계약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한다.
행안부는 연내 제정을 추진 중인 '지방의회법'에 지방의원의 사적 이해관계자 등록·공개 의무를 담을 예정이다.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지방의원의 겸직 신고 내용과 영리 행위의 연관성을 심사해 겸직 직위 휴직 권고나 관련 상임위원회 보임 금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지방정부가 지방의원의 사적 이해관계자와 수의계약을 맺을 경우에는 해당 지방의원이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사전 신고하도록 할 방침이다. 위원회가 계약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지방정부에 재검토를 권고할 수 있다.
공금 횡령 방지를 위한 전국 지방정부 전수점검도 진행된다. 행안부는 지난 4일 전국 지방정부에 공금관리 실태를 점검하도록 요청했다. 내부통제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읍·면·동과 사업소, 시·군·구 순으로 점검을 실시한다.
점검에서는 거래처명과 예금주명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담당 공무원 이름이 포함된 거래, 지방정부 명의 보통예금계좌의 부정 이용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향후에는 이상거래 점검을 정례화할 계획이다.
담당 공무원이 거래처 계좌를 임의로 바꿀 수 없도록 전자대금청구시스템인 'e호조+빌' 이용도 의무화한다. 사업자가 직접 계좌정보를 등록해 대금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공무원이 거래처 계좌를 직접 입력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 행안부는 내달까지 관련 훈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실제 지급계좌와 시스템에 등록된 계좌의 예금주가 다를 경우 지출을 차단하는 계좌 검증 기능도 강화한다. 공사대금 등이 지방정부 명의의 보통예금계좌로 우회 이체되지 않도록 시스템 통제도 확대한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편법적 수의계약과 공금 횡령은 지방정부에 대한 주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문제"라며 "이번 대책을 통해 계약 관리와 공금 집행 전반의 취약 요인을 근본적으로 보완해 비리가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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