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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나무 합병 '하세월'에 주가·거래량 '뚝'…네이버는 AI로 눈돌리나
입력: 2026.08.13 11:00 / 수정: 2026.08.13 11:00

합병 발표 9개월째 심사 장기화…거래 종결 일정 두 차례 연기
두나무 장외주가 30%↓·네이버 18%↓…'9000피' 강세장에도 소외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합병 작업이 기업결합 심사 장기화로 약 9개월째 지연되고 있다. 합병 발표 이후 양사 주가는 두 자릿수 하락한 가운데 경쟁사 추격과 가상자산 거래 위축, 네이버의 AI 투자 확대 등으로 합병을 둘러싼 시장의 기대감도 낮아지고 있다. /두나무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합병 작업이 기업결합 심사 장기화로 약 9개월째 지연되고 있다. 합병 발표 이후 양사 주가는 두 자릿수 하락한 가운데 경쟁사 추격과 가상자산 거래 위축, 네이버의 AI 투자 확대 등으로 합병을 둘러싼 시장의 기대감도 낮아지고 있다. /두나무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합병 작업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시장의 기대감도 식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내 최대 인터넷 플랫폼과 가상자산 거래소의 결합이라는 기대 속에 합병 계획을 공식화했지만 약 9개월이 지나도록 기업결합 심사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기다리는 동안 양사를 둘러싼 상황도 녹록지 않다. 두나무와 네이버의 주가는 합병 발표 이후 나란히 두 자릿수 하락했고 가상자산 거래대금도 급감했다. 코빗과 코인원 등 경쟁 거래소들은 대형 금융사와 손잡고 추격에 나섰다. 네이버는 최근 인공지능(AI)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면서 두나무와의 결합이 전체 성장 전략에서 차지하는 상대적인 무게도 합병 발표 당시보다 낮아지는 모습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나무 장외주가는 이날 기준 25만7000원 수준이다. 포괄적 주식교환을 공식화한 지난해 11월 26일 37만원과 비교하면 약 30.5% 하락했다. 네이버도 같은 기간 26만7500원에서 21만9000원으로 약 18.1% 떨어졌다. 특히 같은 기간 국내 증시가 유례없는 강세장을 펼쳤다는 점에서 부진이 더욱 두드러진다. 코스피는 올해 가파르게 상승하며 지난 6월 사상 처음 9000선을 넘어섰지만 네이버는 합병 발표 당시보다 오히려 20% 가까이 뒷걸음질쳤다.

실적과 투자 부담도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 네이버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5203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인 5662억원을 밑돌았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커머스 이익률 하락과 광고 성장률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며 "최근 네오클라우드로의 전환이 시작된 가운데 신사업 진행 속도와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 두 번 밀린 합병…네이버 성장축은 AI로

네이버와 두나무의 거래 종결 일정은 당초 6월30일에서 9월30일로, 다시 12월31일로 두 차례 연기됐다. 현재 양측은 오는 11월19일 주주총회를 거쳐 연말까지 주식교환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다. 공정위는 연내 심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주주총회와 주식교환까지 남은 절차를 고려하면 시간표가 빠듯하다. 일정이 또다시 밀릴 경우 합병 작업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합병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네이버의 성장 전략에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두나무와의 결합을 통해 디지털자산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확보하려 했다면 최근에는 AI에 훨씬 공격적으로 힘을 싣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엔비디아와의 협력이다. 엔비디아는 네이버의 AI 팩토리 구축을 위해 10억달러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인프라 부문에서는 브룩필드의 대규모 투자도 논의되고 있다. 네이버는 이를 기반으로 AI 인프라부터 자체 모델, 클라우드, 해외 AI 솔루션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가 추진하는 신사업 간 속도 차이도 뚜렷해지고 있다. AI 부문에서는 글로벌 기업의 투자 유치와 인프라 구축이 잇따라 구체화되는 반면, 두나무와의 결합은 발표 9개월이 지나도록 기업결합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에 따라 네이버의 미래 성장 전략에서 두나무와의 결합이 차지하는 상대적인 중요도 역시 합병 발표 당시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에는 N페이를 비롯한 네이버의 결제·금융 서비스와 두나무의 가상자산 인프라를 결합한 디지털 금융이 핵심 성장 스토리 가운데 하나였다면 최근에는 AI가 투자와 글로벌 사업 전략의 전면에 자리 잡고 있어서다.

대규모 투자에 따른 비용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강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컴퓨팅 자산 투자와 N페이 커넥트 보급 확대로 수익성이 추가 하락할 전망"이라며 "신사업(네플스·AI·두나무)의 수익성과 컴퓨팅 수요·공급 불확실성이 높아 공격적인 추정은 어렵다"고 평가했다.

두나무와의 결합이 여전히 네이버의 주요 신사업 카드인 것은 분명하다. 네이버도 최근 두나무의 현금성 자산을 연결 관점에서 활용할 수 있어 결합이 현금흐름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AI라는 새로운 대형 성장축이 빠르게 부상하면서 두나무가 네이버의 사실상 유일한 신성장 카드로 평가받던 합병 발표 당시와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네이버는 두나무와의 합병이 지연되는 사이 엔비디아와 손잡고 AI 인프라와 클라우드, 글로벌 AI 솔루션 등 신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젠슨 황(왼쪽) 엔비디아 CEO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 /네이버
네이버는 두나무와의 합병이 지연되는 사이 엔비디아와 손잡고 AI 인프라와 클라우드, 글로벌 AI 솔루션 등 신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젠슨 황(왼쪽) 엔비디아 CEO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 /네이버

◆ 두나무 기다리는 사이 경쟁사들은 '잰걸음'

합병 지연은 두나무 입장에서는 더욱 뼈아프다. 네이버가 AI라는 또 다른 성장축을 빠르게 키우는 동안 두나무는 합병을 통한 사업 다각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두나무의 블록체인 인프라와 업비트의 유통 경쟁력에 N페이의 결제망을 연결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새로운 디지털 금융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양사가 기업결합 심사를 기다리는 사이 경쟁 거래소들은 금융사와의 결합과 기업공개(IPO) 등을 앞세워 제도권 금융과의 접점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코빗 지분 97.15%를 확보하고 새 이름을 '디지털 엑스'로 정하는 등 사업 재편에 들어갔다. 전통 금융의 투자 역량과 가상자산 인프라를 결합해 디지털자산 투자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코인원도 한국투자증권과 손을 잡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코인원의 주요 주주로 올라서면서 블록체인 기술과 금융상품 설계 역량을 활용한 디지털 금융 신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업비트의 최대 경쟁사인 빗썸은 IPO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빗썸은 최근 2028년까지 IPO를 완료한다는 목표를 공식화하고 올해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전환과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에 나섰다. 내년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목표로 지배구조 개편도 마무리하는 등 제도권 금융 수준의 경영 체계를 갖추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빗썸은 상장을 통해 지배구조 투명성과 내부통제·준법경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투자자 보호와 재무 안정성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IPO를 가상자산 사업자로서 신뢰도를 높이고 제도권 금융시장에 본격 진입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두나무가 업비트의 시장 지배력과 네이버라는 대형 플랫폼을 갖추고도 결합을 마무리하지 못하는 사이 경쟁사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제도권 금융과의 연결고리를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코빗과 코인원은 대형 금융사를 등에 업었고 빗썸은 IPO를 통한 자본시장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합병이 더 늦어질 경우 두나무가 당초 기대했던 디지털자산 시장의 선점 효과 역시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 거래대금 60% 급감…내년 '22% 과세'까지

두나무의 핵심 사업인 가상자산 거래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올해 2분기 거래대금은 약 114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0.4% 감소했다.

거래 감소는 수수료 의존도가 높은 거래소의 실적과 직결된다. 올해 1분기 두나무는 전체 매출의 약 97%를 거래 수수료에서 거뒀다. 거래시장이 위축될수록 두나무 입장에서는 네이버와의 결합을 통한 수익원 다변화가 더욱 중요해지는 구조다.

여기에 내년부터 가상자산 과세가 시행될 예정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2027년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한 연간 소득 가운데 기본공제 250만원을 초과한 금액에 소득세 20%가 부과된다.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실질 세율은 22%다.

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과세 자체보다 이미 얼어붙은 거래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대금이 1년 사이 60% 넘게 감소한 상황에서 과세가 투자자의 거래 의지를 추가로 낮출 경우 수수료 수익 의존도가 높은 두나무의 실적에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외 변수도 쌓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업비트에서 발생한 대규모 해킹 사고와 관련해 두나무에 검사의견서를 전달하고 제재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는 내부통제와 이용자 보호, 스테이블코인 등을 포괄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결국 합병이 지연되는 사이 두 회사가 처한 상황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네이버는 AI에 대규모 글로벌 자본을 끌어들이며 새로운 성장축을 키우고 있는 반면 두나무는 가상자산 거래 위축과 경쟁사 추격에 이어 내년 과세라는 부담까지 앞두고 있다.

합병 발표 후 약 9개월 동안 두나무 장외주가는 30% 넘게 떨어졌고 네이버도 코스피의 기록적인 상승에도 18%가량 하락했다. 네이버의 성장 무게중심이 AI로 빠르게 이동하는 가운데 연내 기업결합을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당초 양사가 내세웠던 디지털 금융 시너지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더욱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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