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까지 티켓링크 1975 씨어터에서 공연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전미도가 무려 15년 만에 다시 '갈매기'로 돌아왔다. 극단을 향한 믿음으로 출연을 결심한 그는 과거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감정의 결을 새롭게 읽어내며 한층 더 깊고 풍부해진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연극 '갈매기'의 프레스콜이 서울 광진구 티켓링크 1975 씨어터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김정 연출을 비롯해 배우 임철수 전미도 양소민 이동하 이대연 박호산 황영희 강진휘 이은 권겸민이 참석했다. 이들은 공연의 일부를 선보인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9일 개막한 '갈매기'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극작가 안톤 체호프가 1896년 발표한 희곡으로, 예술과 삶의 경계에서 길을 잃은 뜨레쁠레프, 사랑과 욕망 사이에서 흔들리는 니나와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을 통해 삶과 예술 그리고 사랑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2011년 초연 이후 15년 만에 다시 관객들을 찾은 '갈매기'다. 이번에 새롭게 연출을 맡은 김정은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작품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집중했다"며 "원작에 담긴 본능과 욕망을 말과 몸으로 잘 보여드리고 싶었다. 또한 일상극이라고만 생각했던 작품 안에 환상도 꽤 많이 곁들여져 있어서 이걸 찾으려고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어 그는 "제가 계속 대사를 내뱉으면서 말을 잘 정돈하려고 애썼고 중대극장 사이즈의 공연장인 만큼 인물 간의 관계를 구도를 통해 시각화해서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2월에 개봉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천만 배우 반열에 오르며 대표작을 추가한 전미도는 2011년 이후 15년 만에 다시 '갈매기'의 니나로 돌아왔다. 특히 그의 연극 무대는 2018년 '오슬로' 이후 8년 만으로 더욱 관심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전미도는 "처음 제안받았을 때는 이제 나이가 많아서 못 할 것 같다고 고사했었다. 그런데 저희 극단에서 하는 거인 만큼 의미가 컸다. 그러고 나서 다시 대본을 봤는데 15년 전에는 몰랐던 니나의 맥락이 읽히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그때는 배우를 꿈꾸는 인물의 깨끗함과 생경함만을 봤었는데 이번에는 이러한 순수함 밑에 깔린 갈등과 욕망, 불안함, 두려움 등에서 나오는 여러 감정이 느껴졌다. 또한 4막에서는 과거보다 더 풍성하고 깊게 고통스러운 면들을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연극 '행복을 찾아서' '완벽한 타인', 드라마 '언더커버 미쓰홍' '미지의 서울' 등을 통해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한 임철수는 새로움을 갈망하는 젊은 예술가 뜨레쁠레프 역을 맡아 작품의 한 축을 담당한다.
다른 극단에서 올린 공연이긴 하지만, 2004년 연극 '갈매기'로 데뷔한 임철수다. 이에 그는 "저의 데뷔작이었는데 시간이 훌쩍 지난 후에 좋은 선배, 후배들과 같이 작업한다는 게 너무 신기한 경험인 것 같다"며 "벌써 공연이 끝나간다는 게 아쉽다. 하루하루 소중하게 연기하고 있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우현주는 뜨레쁠레프의 엄마인 아르까지나로, 이동하는 명성과 재능을 가졌으나 끊임없이 흔들리는 유약한 작가 뜨리고린으로, 이대연은 소린으로, 박호산은 중년이 됐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의사 도른으로 분해 열연을 펼친다.
여기에 강진휘는 퇴역 육군 중위인 소린 영지의 지배인 샤무리예프를, 황영희는 샤므라예프의 아내인 뽈리나를, 이은은 뜨레쁠레프를 사랑하며 괴로워하는 마샤를, 권겸민은 마샤에게 구애하는 교사 메드베젠꼬를 연기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이번 작품을 올린 극단 맨씨어터를 2007년에 창단한 우현주는 "전미도의 니나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의 미모와 연기력이 절정일 때 꼭 한번 다시 하고 싶었다"며 "다른 작품이라면 주연으로 활약하는 배우들이 이번에 조연임에도 흔쾌히 출연해 주셔서 좋은 캐스트를 만나게 됐다"고 높은 만족감을 표했다.
최근 종영한 SBS '김부장'에서 주강찬(주상욱 분) 회장 오른팔 빌런 남실장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킨 이동하는 다시 연극 무대로 돌아와 새로운 얼굴을 꺼내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한다.
그는 자신이 연기하는 뜨리고린을 두고 "굉장히 글을 잘 쓰고 싶어서 열심히 하지만 모자라고 부족해서 자신을 혐오하고 미워하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다"며 "제 나름대로 어렸을 때 많이 혼나고 결핍이 있는 등의 가정환경을 설정했다. 예술성을 추구하지만 채워지지 않아서 느끼는 공허함과 부족함 등을 내재하고 표현하려고 했다"고 연기 중점을 둔 부분을 전했다.
그렇다면 수많은 버전의 '갈매기'가 무대 위에 올랐던 가운데, 극단 맨씨어터의 '갈매기'는 어떤 차별화된 매력을 지니고 있을까. 이에 김정 연출은 "의미나 메시지 보다 고전의 힘에 집중했다. 어린 시절의 꿈을 포기해 나가는 게 삶이 돼버렸는데 이에 대한 상실이나 비극성을 갖기보다는 다 털어내고 다시 한 걸음 뛰어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진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강진휘는 "재밌게 보고 가시길 바란다. 우리가 태어난 시간과 장소를 정할 수는 없지만 행복은 선택할 수 있지 않나. 이에 따라서 미래가 달라지는 만큼 행복은 본인이 찾을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갈매기'는 오는 31일 티켓링크 1975 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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