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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도 증권도 걸렸다"…KB·NH금융, 국고채 담합 '이중 과징금' 촉각
입력: 2026.08.10 13:12 / 수정: 2026.08.10 13:12

15개 금융사 국고채 낙찰액 76조원…최대 수조원 과징금 가능성 거론
은행·증권 동시 제재시 자본관리·주주환원에 제약 우려


국고채 입찰 담합 의혹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의가 임박하면서 은행과 증권 계열사가 나란히 제재 대상에 포함된 KB금융그룹과 NH농협금융지주가 다른 금융지주보다 잠재적인 비용 부담이 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팩트 DB
국고채 입찰 담합 의혹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의가 임박하면서 은행과 증권 계열사가 나란히 제재 대상에 포함된 KB금융그룹과 NH농협금융지주가 다른 금융지주보다 잠재적인 비용 부담이 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팩트 DB

[더팩트 | 김태환 기자] 국고채 입찰 담합 의혹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의가 임박하면서 금융권이 과징금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KB금융그룹과 NH농협금융지주는 은행과 증권 계열사가 나란히 제재 대상에 포함돼 다른 금융지주보다 잠재적인 비용 부담이 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증권 계열사의 약진으로 그룹 실적이 크게 개선된 가운데, 대규모 과징금이 현실화할 경우 단순한 일회성 비용을 넘어 자본관리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르면 이달 중 국고채 전문딜러(PD)들의 입찰 담합 의혹에 대한 전원회의를 열고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위를 심의할 예정이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오는 19~20일께 전원회의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공식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결론은 이르면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건은 PD사들이 국고채 경쟁입찰 과정에서 투찰금리 등 정보를 사전에 공유해 경쟁을 제한했다는 의혹이 골자다. 공정위는 지난해 3월 KB국민·IBK기업·NH농협·KDB산업·하나은행 등 은행 5곳과 교보·대신·메리츠·미래에셋·삼성·신한투자·NH투자·KB·키움·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 10곳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모두 15곳이다.

이 가운데 금융지주 내 은행과 증권사가 동시에 제재 대상에 이름을 올린 곳이 KB와 NH다. KB금융에서는 KB국민은행과 KB증권, NH농협금융에서는 NH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이 각각 포함됐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만 대상에 포함됐고 하나증권은 이번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재 국고채 PD 명단에도 KB국민은행·KB증권과 NH농협은행·NH투자증권이 모두 올라 있다.

이에 따라 KB와 NH는 향후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그룹 내 두 핵심 계열사에서 동시에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아직 개별 회사별 과징금 규모가 확정되지 않아 실제 부담 수준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은행 또는 증권사 한 곳만 제재 대상인 금융그룹과 비교하면 잠재적인 노출 범위가 넓은 셈이다.

특히 시장의 관심은 과징금 산정 기준에 쏠린다. 공정위 심사관 측은 담합 기간 15개 금융사의 국고채 낙찰액 약 76조2346억원을 관련매출액으로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과징금 고시상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하는 10.5~15%의 부과기준율을 단순 적용하면 전체 산정액은 약 8조원에서 11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를 제재 대상 15개사에 단순 균등 배분해 기계적으로 계산하면 회사 한 곳당 과징금 산정액은 약 5300억~7600억원이다. KB금융과 NH농협금융처럼 은행과 증권 계열사 두 곳이 동시에 포함된 경우 단순 합산액은 각각 약 1조700억~1조5200억원까지 불어난다. KB금융 상반기 순이익 3조8846억원의 약 27~39%, NH농협금융 상반기 순이익 1조7791억원의 약 60~86%에 해당하는 규모다.

과징금 규모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KB와 NH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올해 그룹 실적에서 증권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올해 상반기 3조884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비은행 계열사의 그룹 내 실적 기여도는 44%까지 높아졌으며 이 가운데 증권 부문의 기여도만 21%에 달했다. KB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은 79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5% 급증했다.

NH농협금융은 증권 계열사의 의존도가 더욱 두드러졌다. 농협금융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77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농협은행 순이익은 1조1629억원으로 2.1% 감소했지만 NH투자증권은 9652억원으로 107.5% 급증하면서 그룹 실적을 떠받쳤다. 증권사의 순이익 증가액만 약 5000억원으로 그룹 전체 순이익 증가액을 크게 웃돌았다.

결국 올해 KB와 NH 모두 증권사의 수익 확대를 통해 은행 중심의 이익구조를 보완했지만 국고채 담합 사건에서는 바로 이 증권 계열사까지 은행과 함께 비용 발생 가능성에 노출된 것이다. 과징금 규모가 커질수록 증권 부문의 이익 증가가 그룹 전체 실적에 기여한 효과도 일부 상쇄될 수 있다.

문제는 과징금 부담이 단순히 해당 연도의 순이익 감소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과징금이 확정돼 비용으로 반영될 경우 이익잉여금 등을 통해 자본여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각 금융지주가 추진 중인 자본배분 정책의 변수가 될 수 있다.

KB금융의 경우 올해 6월 말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13.74%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CET1 13.5%를 웃도는 초과자본을 주주환원에 활용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KB금융은 올해 하반기 7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했고 연간 주주환원 규모를 약 3조7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규모 과징금이 현실화할 경우 정확한 자본비율 영향은 실제 부과액과 회계처리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향후 초과자본 운용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가 하나 늘어나는 셈이다.

농협금융 역시 올해 상반기 농협중앙회로부터 1조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받은 뒤 농협은행에 5000억원, NH투자증권에 4000억원 등 계열사에 약 1조원을 투입하며 자본여력을 강화했다. 6월 말 그룹 CET1비율은 12.97%로 전년 대비 0.59%포인트 개선됐다. 국고채 사건에서 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에 동시에 대규모 비용이 발생할 경우 올해 어렵게 확보한 자본여력의 활용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다만 현재 거론되는 수조원대 금액은 공정위 심사관 측의 관련매출액 산정 방식과 부과기준율을 단순 적용한 수치인 만큼 실제 금융사들이 부담할 과징금과는 상당한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개별 회사별 과징금 규모 역시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권도 공정위의 산정 방식을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국고채 낙찰액 전체를 금융회사의 '매출'로 보는 것은 금융업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만큼 실제 국고채 거래를 통해 얻은 영업수익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확한 영업수익 산출이 어렵다면 정액과징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금융사 측이 주장하는 전체 과징금 규모는 최대 600억원 수준까지 낮아져 공정위 심사관 측 산정 방식과 큰 격차를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고채 낙찰액 전체를 관련매출액으로 볼 수 있는지부터 금융사와 공정위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며 "실제 재무적 영향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전원회의에서 관련매출액과 부과율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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