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에 폭력 이어져…부모 원망도
"악의적 음모론 막을 대책 마련 시급"

[더팩트ㅣ이예리·진주영 기자] '짱깨', '조선족' 등 중국 출신을 겨냥한 노골적 혐오 표현과 음모론이 확산하고 있다. 더욱이 혐오 표현이 일상화하면서 이주배경 청년들은 출신을 숨기거나 부모를 원망하는 등 깊은 상처를 호소하고 있다.
9일 스레드(Threads)와 X(옛 트위터) 등 SNS에는 "짱깨가 네 부모냐", "한국인들은 선천적으로 중국인을 싫어한다", "나 같아도 중국인 다 팰 듯", "한국도 중국인 없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중국인, 중국 밖으로 나오지마" 등 수천 건의 혐오 표현 게시글이 올라왔다.
특히 최근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따른 재선거를 주장하는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봉쇄 시위가 두 달째 이어지면서 근거 없는 음모론은 극심해졌다. SNS와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경찰에 중국인들이 많이 침투해 있다", "몇 년 전부터 청소년들이 쉽게 마약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다 중국 때문", "나라에 중국 간첩이 너무 많다", "중국의 최대 이슈는 한국과 일본 관계 멀어지게 하는 것" 등 주장이 퍼졌다.
이에 따른 경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개표소 시위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이름을 물어본 뒤 침을 뱉은 40대 여성 김모 씨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씨는 "중국인들 개인정보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경찰관 얼굴에 침을 뱉은 것으로 파악됐다.
기동대 소속 경찰관의 아내라고 밝힌 A 씨는 SNS에서 "그 어떤 것도 듣지 않고 그저 '테무 짭새'라며 온갖 조리돌림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일부 시위 참가자를 고소했다.

혐오 표현과 음모론은 일상이 되고 있다. 서울시글로벌청소년교육센터에는 학교에서 '짱깨'라 놀림 받은 학생, 아르바이트를 하다 술에 취한 손님으로부터 '조선족이냐'며 면박을 당한 청년 등의 사례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등교하고 일주일 만에 친구로부터 '한국어도 못하는데 왜 학교에 왔냐'는 말을 듣고 울면서 센터를 찾아온 학생도 있었다"며 "일부 교사들조차 '한국어도 못하는 학생을 왜 학교에 보내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주배경 청년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이주배경 청년 박찬빈(19) 씨는 "일부 친구들은 시위대를 마주칠까 두려워 길을 피해 다니기도 한다"며 "SNS에 혐오 표현이 만연해 학교에서 이주배경 청년들조차 혐오 표현을 인식하지 못한 채 직접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이주배경 청년 이모(28) 씨는 "어릴 땐 학급에서 1~2명이 혐오 발언을 했다면, 지금은 SNS를 통해 혐오 표현이 일상처럼 퍼지면서 아무렇지 않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어를 잘하는 친구들은 자신의 출신 배경을 굳이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며 "외모 때문에 출신이 드러나는 친구들은 부모를 원망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혐오 표현과 음모론이 온라인을 넘어 이주배경 청년들의 일상에도 직접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장은 "중국혐오 정서는 지난해 정점을 찍은 뒤 다소 잦아들었다가 올림픽공원 시위를 계기로 다시 확산하는 분위기"라며 "이주배경 청년들이 벽장 속으로 들어가 정체성을 숨기며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국과 음모론을 연결하는 담론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더욱 확산됐다"며 "수업 시간에 중국 유학생들은 자신들이 스파이 취급을 받는 것 같아 매우 불편하다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실존적인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며 "악의적 음모론에 시민사회와 정부가 협력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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