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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외선 외면받는데…한은 CBDC 실증 확대에 입법조사처 자료 "적절성 검토 필요"
입력: 2026.08.07 15:45 / 수정: 2026.08.07 15:56

韓 실증은 50만명으로 확대…"수요·편익부터 확인해야"
상용화 로드맵 불투명…개인정보·국가통제 우려까지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을 위한 실증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 CBDC 도입국에서는 실제 이용자가 전체 인구의 1~2%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실제 수요와 편익을 충분히 검증한 뒤 실증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남용희 기자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을 위한 실증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 CBDC 도입국에서는 실제 이용자가 전체 인구의 1~2%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실제 수요와 편익을 충분히 검증한 뒤 실증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한국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을 위한 실증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CBDC를 도입한 해외 국가에서는 실제 이용자가 전체 인구의 1~2%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프로젝트 한강' 1차 실거래의 이용 실적이 저조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실제 수요와 편익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증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적절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기됐다.

7일 <더팩트>가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단독 입수한 국회입법조사처의 'CBDC 관련 국내 및 주요국 현황 등' 회답서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이 전국 단위 범용 CBDC를 공식 발행한 국가로 분류하는 곳은 바하마와 나이지리아, 자메이카 등 3개국이다. 중국·인도·러시아는 대규모 시범 또는 단계적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입법·기술 준비 단계에 있다.

◆ 해외 CBDC 이용률 1~2% 미만…민간 결제수단과의 경쟁서 고전

그러나 먼저 CBDC를 도입한 국가에서도 실제 이용률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법조사처가 인용한 IMF 평가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의 범용 CBDC 이용자는 인구의 2% 미만이며 바하마와 자메이카는 각각 1% 미만 수준이다. 법정통화 지위를 부여하고 지갑 개설을 확대했지만 실제 반복적인 사용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가맹점과 기존 금융시스템의 연계 부족도 한계로 꼽혔다. 바하마에서는 가맹점 참여 부족과 기존 은행 계좌·결제단말기(POS) 시스템과의 통합 미비가 주요 장애물로 지목됐다. 나이지리아에서는 CBDC에 대한 정보 부족 문제가 나타났으며 동카리브해의 DCash는 2개월간 시스템이 중단되면서 이용자 신뢰에 타격을 입기도 했다.

이미 자리 잡은 민간 결제수단과의 경쟁도 CBDC 확산을 가로막고 있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e-CNY)는 유통량이 현금통화(M0)의 0.16% 수준에 머물면서 알리페이·위챗페이 등에 비해 시장 점유율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인도 역시 UPI 등 기존 결제시스템이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CBDC의 대중적인 채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국가는 이용 확대를 위해 의무화와 금전적 인센티브까지 동원하고 있다. 바하마는 올해부터 시중은행이 CBDC를 의무적으로 배포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EU도 디지털 유로에 법정화폐 지위를 부여하고 은행의 서비스 제공을 의무화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자메이카에서는 신규 가입자 보조금과 가맹점 결제 시 2% 캐시백 등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범용 CBDC 추진을 중단했다. 미국은 지난해 1월 행정명령을 통해 범용 CBDC 발행·추진 관련 계획을 중단하고 같은 해 7월 '지니어스 액트'를 제정해 민간 지급형 스테이블코인 중심으로 디지털통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금융기관 간 결제를 위한 토큰화된 중앙은행화폐 관련 연구는 계속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 CBDC 도입을 추진하는 국가에서도 기존 민간 결제수단과의 경쟁으로 이용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e-CNY)는 유통량이 현금통화(M0)의 0.16%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사진은 중국 인민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위안화. /뉴시스
중국과 인도 등 CBDC 도입을 추진하는 국가에서도 기존 민간 결제수단과의 경쟁으로 이용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e-CNY)는 유통량이 현금통화(M0)의 0.16%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사진은 중국 인민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위안화. /뉴시스

◆ '프로젝트 한강' 8만명→50만명 확대…실효성 검증 시험대

한국은 일반 국민이 중앙은행이 발행한 CBDC를 직접 사용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한국은행이 금융기관 간 결제에 사용하는 기관용 디지털화폐를 발행하고 참여은행이 고객 예금을 기반으로 예금토큰을 발행하는 '프로젝트 한강'을 시험하고 있다. 따라서 프로젝트 한강을 범용 CBDC의 정식 도입으로 보기는 어렵다.

프로젝트 한강 1단계에서는 지난해 4~6월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농협·부산은행 등 7개 은행이 참여해 8만1000명을 대상으로 실거래 파일럿을 진행했다. 예금에서 예금토큰으로 전환된 금액은 16억4000만원이었다. 디지털바우처는 3800건, 6500만원 규모가 결제됐다.

실제 이용 유인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제기된다. 입법조사처 회답서는 프로젝트 한강 1차 실거래에서 사용처가 제한됐고 기존 간편결제보다 편의성이 높지 않아 예금토큰 결제 실적이 낮았다는 평가를 소개했다.

특히 회답서에는 실제 수요와 편익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증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적절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국내 전문가의 의견이 담겼다.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도 프로젝트 한강이 새로운 기술을 검증하는 테스트베드로서는 의미가 있지만 CBDC가 기존 지급결제수단이나 금융시스템에 대대적인 변화를 일으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한국은행은 프로젝트 한강 2단계에서 실증 규모를 대폭 확대한다. 기존 7개 은행에 경남은행과 iM뱅크를 추가하고 올해 하반기 참가자를 50만명 규모로 늘릴 예정이다. 편의점과 마트 등 대형 사업체뿐 아니라 소상공인까지 사용처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예금토큰을 정부 재정에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전기차 충전시설 구축 보조금 300억원을 예금토큰으로 집행해 국고보조금 부정수급을 방지하고 정산 기간을 단축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폐를 통해 국고금의 4분의 1을 집행할 계획이다.

◆ 수십억원 비용에 개인정보 우려까지…상용화 전 풀어야 할 과제

비용 부담과 상용화 로드맵도 과제로 꼽힌다. 입법조사처 회답서에는 참여 은행들이 프로젝트 한강에 은행별로 수십억원을 투자했지만 CBDC·예금토큰·스테이블코인의 관계와 상용화 계획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담겼다. 이에 후속 실험에 앞서 장기 로드맵과 비용 분담, 은행의 수익모델 등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개인정보 침해와 국가의 금융통제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입법조사처는 프로젝트 한강 실거래를 전후해 개인의 금융거래가 추적되고 금융의 자유와 사생활이 제한될 수 있다는 취지의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예금토큰의 프로그래밍 기능은 보조금이 지정된 목적 외에 사용되는 것을 막는 데 활용할 수 있지만 향후 일반 국민의 거래로 확대될 경우 국가가 자금의 사용처와 기한을 제한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회답서에 소개됐다. 이에 기술 도입보다 통제권의 범위와 법적 안전장치를 먼저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반면 CBDC와 예금토큰이 금융기관 간 결제와 국경 간 송금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향후 토큰화 경제의 공공 지급결제 인프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한국은행 역시 국내 지급결제 인프라가 이미 발달한 점과 금융안정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범용 CBDC를 즉시 발행하기보다는 기관용 디지털화폐와 은행 예금토큰의 활용 가능성을 우선 검증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해외 CBDC 선도국에서도 기존 결제수단을 넘어설 이용 유인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프로젝트 한강 역시 단순히 실증 규모를 확대하기보다 실제 이용자가 기존 간편결제 대신 예금토큰을 사용할 만한 효용을 입증하는 것이 향후 상용화 여부를 가를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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