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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넘긴 오너 주식도 '배당' 과세…지분정리 셈법 바뀔까
입력: 2026.08.06 11:00 / 수정: 2026.08.06 11:00

정부안 통과 시 취득 목적 관계없이 의제배당
정석기업식 오너 지분 장외취득도 영향권


처분 목적의 자기주식 취득도 의제배당으로 분류되면서 오너 일가의 승계와 지분 정리 과정의 매각 경로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픽사베이
처분 목적의 자기주식 취득도 의제배당으로 분류되면서 오너 일가의 승계와 지분 정리 과정의 매각 경로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픽사베이

[더팩트|윤정원 기자] 정부가 자기주식 거래의 과세 기준을 손질하면서 오너 일가의 지분 정리 셈법도 달라질 전망이다. 회사에 직접 넘길지, 제3자에게 매각할지를 두고 세후 실익을 다시 따져야 해서다.

◆ 소각 안 해도 배당…자사주 과세 어떻게 달라지나

재정경제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는 자기주식 과세체계를 자본거래로 일원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올해 3월 상법 개정으로 자기주식의 성격이 자본으로 명확해진 점을 세법에도 반영한다는 취지다.

현재는 회사가 자기주식을 사들인 목적에 따라 주주의 세금이 달라진다. 회사가 주식을 소각하기 위해 취득했다면 매각대금 가운데 주주의 당초 취득가액을 넘는 부분을 배당소득으로 본다. 회사가 주식을 없애면서 주주에게 자본을 돌려준 것으로 보는 것이다.

반면 회사가 해당 주식을 보유하거나 나중에 다시 팔기 위해 취득했다면 일반적인 주식 매매로 보고 양도소득 과세체계를 적용한다. 같은 주식을 같은 가격에 회사에 넘기더라도 회사가 제시한 취득 목적에 따라 주주에게 적용되는 세금의 종류가 달라질 수 있는 구조다.

예컨대 주주가 1억원에 취득한 주식을 회사에 3억원을 받고 넘겼다면 차액은 2억원이다. 현행 세법에서는 회사가 소각 목적으로 샀다면 이를 배당소득으로, 보유·처분 목적으로 샀다면 양도소득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개정안은 이 같은 구분을 없애는 게 핵심이다.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2027년 1월 1일 이후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할 때 소각·보유·처분 목적과 관계없이 주주의 취득가액 초과분을 의제배당으로 과세한다.

정부가 과세 기준을 취득 목적이 아닌 거래 자체로 바꾸려는 것은 자기주식을 자본으로 보는 상법 개정 취지와 세법을 맞추기 위해서다. 회사가 주주에게 자금을 지급하고 자기 회사의 주식을 회수하는 거래라면 향후 처리 방식과 무관하게 자본을 주주에게 돌려준 것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정규 장내거래에는 예외를 둔다. 회사가 한국거래소나 다자간매매체결회사에 개설된 정규시장에서 자기주식을 사들이면 의제배당 과세 대상에서 제외한다. 정규시장에서는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가 참여해 회사가 특정 주주의 지분을 골라 매입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그러나 매도자와 매수자가 가격과 물량을 미리 정하는 시간외 대량매매와 대량·바스켓매매는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거래소를 통해 결제가 이뤄지더라도 실질적으로 회사와 특정 주주 간 거래 성격이 강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상장사 오너가 회사와 조건을 맞춰 지분을 블록딜로 넘기는 거래도 의제배당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회사가 자기주식을 사들인 이유나 이후 소각 여부를 따지지 않고 주주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시점에 과세관계가 정해진다.

정석기업은 지난 2014년 8월 고(故) 조양호 당시 한진그룹 회장의 세 자녀가 보유한 지분을 장외에서 직접 취득한 바 있다. /더팩트 DB
정석기업은 지난 2014년 8월 고(故) 조양호 당시 한진그룹 회장의 세 자녀가 보유한 지분을 장외에서 직접 취득한 바 있다. /더팩트 DB

◆ 정석기업식 거래도 영향권…오너 매각 경로 달라질까

과거 거래에 개편안을 대입하면 오너 일가의 세후 셈법이 어떻게 달라질지 가늠할 수 있다. 과거 부동산 임대·관리업을 영위하며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한 축을 담당했던 정석기업은 2014년 8월 고(故) 조양호 당시 한진그룹 회장의 세 자녀가 보유한 지분을 장외에서 직접 취득했다.

조현아·조원태·조현민 씨는 각각 정석기업 주식 2만3960주를 회사에 넘기고 59억3700만원씩을 받았다. 세 사람이 확보한 금액은 총 178억1100만원이었다. 정석기업은 한진정보통신이 보유한 주식 1만1324주도 28억600만원에 사들였다. 이를 포함해 회사가 취득한 자기주식은 총 8만3204주였다.

정석기업은 당시 자기주식 취득 목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제시했다. 현행 세법에서는 회사가 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거나 추후 처분할 목적으로 취득했다면 해당 거래를 일반적인 주식 양도로 볼 수 있다.

오너 일가 입장에서도 회사에 주식을 직접 넘기면 외부 투자자를 별도로 찾지 않고 대규모 물량을 한꺼번에 현금화할 수 있다. 거래 가격과 물량을 사전에 확정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러나 정부안 시행 이후 같은 장외거래가 이뤄지면 회사의 취득 목적과 관계없이 매각대금 중 각 주주의 취득가액 초과분이 의제배당으로 분류된다. 거래 자체가 제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에 주식을 넘겼을 때 실제로 손에 쥐는 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

의제배당은 다른 이자·배당소득과 합산돼 금융소득 종합과세 여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개인 주주 입장에서는 매각대금뿐 아니라 다른 금융소득과 거래 시점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회사 직접 매각의 세후 실익이 줄면 기관투자자 등 제3자에게 넘기거나 정규 장내시장에서 나눠 파는 방안이 대안으로 부각될 수 있다. 다만 회사가 매수자로 참여한다면 거래 형식만 시간외 대량매매로 바꾸더라도 의제배당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다른 매각 방식에도 비용은 따른다. 제3자 블록딜은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체결될 수 있고, 대규모 지분 매각이 알려지면 잠재 매물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장내에서 나눠 팔 경우에는 처분 기간이 길어지고 주가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비상장사 주주는 선택지가 더 제한적이다. 거래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아 외부 매수자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리고, 매수자의 성격에 따라 지배력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결국 회사 직접 매각에 따른 세 부담과 제3자 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격 할인 등을 비교해 거래 방식을 정해야 하는 셈이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직접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은 대규모 물량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배당 과세가 적용되면 세후 실익이 낮아질 수 있다"며 "앞으로는 제3자 블록딜의 할인율과 자사주 거래의 세 부담을 비교해 매각 방식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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