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회사 넘기자 흑자 전환…쿼드운용, TVL 재인수 요구
60억에 판 대구 빌딩 587억에 되사…YMSA는 315억 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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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왼쪽)과 차녀 성래은 부회장. 두 사람은 영원무역 지분을 사실상 갖고 있지 않지만, 지분 100%를 나눠 가진 비상장사 와이엠에스에이(YMSA)를 통해 지주사 영원무역홀딩스와 영원무역을 차례로 지배한다. 쿼드자산운용은 이런 '옥상옥' 구조에서 오너 일가와의 내부거래가 오랜 기간 이어져 왔다며, 이것이 영원무역 저평가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영원무역그룹·한국패션협회 |
행동주의 펀드 쿼드자산운용이 지난 6월 영원무역 지분 1.7%(75만5935주)를 보유한 주주 자격으로 57쪽 분량의 공개 주주서한을 이사회에 발송했다. 탄탄한 실적에도 주가가 장기간 저평가돼 온 원인을 따져 묻는 취지다. 쿼드자산운용은 ①총주주환원율 70% 확대 ②불합리한 내부거래 정리 ③합리적인 경영진 보상체계 마련을 요구하며 7월 31일까지 답을 달라고 했다.
쌓아둔 현금, 오너 일가와의 내부거래, 실적과 무관한 보수. 낮은 주주환원과 취약한 지배구조로 요약되는 이 문제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돼 밸류업 정책과 상법 개정이 손대려 한 지점이다. 그 세 가지가 영원무역 한 곳에 모여 있다. 이번 서한을 한 기업의 문제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더팩트>는 쿼드자산운용이 던진 요구를 차례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유연석 기자] 영원무역이 자본잠식 상태의 자회사를 오너 일가와 지주사에 1억2000만원에 팔았다. 그 회사는 이듬해 흑자로 돌아섰다. 매출의 99%가 영원무역과의 거래에서 나왔다. 쿼드자산운용이 문제 삼는 내부거래의 전형이다. 손실은 상장사가 떠안고 이익은 오너 일가 쪽으로 넘어간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대목이다.
쿼드자산운용이 영원무역의 저평가 원인으로 △과도한 사내유보에 따른 주주환원 미흡 △최대주주 일가와 오랜 기간 이어진 내부거래 △실적과 따로 노는 경영진 보수 체계를 지목했다. 그중 두 번째가 '내부거래'다. 회사가 번 돈이 일반주주가 아닌 특정 주주에게 흘러가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시장이 영원무역의 자산 가치를 액면 그대로 인정하지 않게 됐다는 지적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원무역그룹 최상단에는 와이엠에스에이(YMSA)라는 비상장사가 있다. 창업주 성기학 회장과 차녀 성래은 부회장이 각각 49.90%, 50.10%씩 지분을 나눠 가진 사실상 개인회사다. YMSA가 지주사 영원무역홀딩스 지분 29.39%를 쥐고, 영원무역홀딩스가 영원무역 지분 50.52%를 보유한다. 영원무역은 YMSA의 손자회사인 셈이다. 상장사 위에 비상장 개인회사가 올라앉은 이른바 '옥상옥(屋上屋)'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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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무역그룹 최상단에는 YMSA라는 비상장사가 있다. 창업주 성기학 회장과 차녀 성래은 부회장이 각각 49.90%, 50.10%씩 지분을 나눠 가진 사실상의 개인회사다. /쿼드자산운용 |
쿼드자산운용이 공개서한에서 내부거래 대표 사례로 꼽은 것은 방글라데시 시스템통합(SI) 법인 TVL이다. 영원무역은 지난 2025년 1분기 TVL 지분을 영원무역홀딩스(51%)와 성 부회장(49%)에게 넘겼다. 매각가는 1억2000만원이었다. 매각 전까지 TVL은 2019년 설립 이래 매출이 전혀 없었고,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28억원인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영원무역이 보유한 기간 누적 순손실은 약 30억원이다.
그런데 주인이 바뀌자 상황이 달라졌다. TVL은 지난해 2분기부터 영원무역과의 거래로 매출을 내기 시작해 연간 매출 96억원, 당기순이익 38억원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첫 흑자이자 1년 만의 자본잠식 해소였다. 매출 96억원 가운데 95억원, 99%가 영원무역과의 거래에서 나왔다. 독자적인 외부 매출 기반 없이 영원무역 일감만으로 실적을 만든 셈이다. 자기자본도 2024년 말 마이너스 28억원에서 지난해 말 10억원, 올해 1분기 25억원으로 빠르게 회복됐다.
자금도 영원무역이 댔다. 지난해 말 기준 영원무역이 TVL에 지급하지 않은 대금이 89억원, 별도로 빌려준 돈이 81억원이다. 대여금은 2024년 말까지 한 푼도 없다가 지난해 새로 생겼다. 쿼드자산운용은 영원무역이 자금과 비용을 부담해 온 회사가 오너 일가 측으로 넘어간 직후 흑자로 돌아섰다며, 매각 시기와 가격에 합리적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팔지 않았다면 그 이익은 지분 100%를 보유했던 영원무역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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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영원무역 건물의 개발 전후. 왼쪽이 2013년, 오른쪽이 2026년 모습이다. 영원무역이 2012년 60억원에 판 부동산을 YMSA가 20층 빌딩으로 개발했고, 2023년 영원무역이 587억원에 되사들였다. /쿼드자산운용 |
부동산 거래도 도마에 올랐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영원무역은 2010년 대구 수성구 만촌동 부동산을 57억원에 사들였다가 2012년 YMSA에 60억원에 팔았다. YMSA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이 부지에 20층 규모 빌딩을 신축했고, 2023년 5월 영원무역이 587억원을 주고 다시 사들였다. 60억원에 판 자산을 11년 만에 9배 넘는 값에 되산 것이다. 이 과정에서 YMSA가 거둔 개발·처분이익은 약 315억원이다.
자금의 행선지도 논란거리다. YMSA는 같은 해 매각대금과 보유 현금을 바탕으로 성 부회장에게 815억원을 대여했다. 성 부회장이 2023년 성 회장으로부터 YMSA 지분 50.01%를 증여받으며 발생한 증여세 재원으로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상장사 영원무역의 현금이 모회사를 거쳐 오너 개인의 승계 비용으로 흘러간 모양새다. 정작 본업인 의류 OEM과 무관한 이 건물을 떠안은 곳은 영원무역이고, 해당 건물에서 브랜드 사업을 영위하는 곳은 모회사다.
일상적인 거래도 YMSA를 통한다. 영원무역은 원부자재를 YMSA에서 조달하는데, 최근 10년간 YMSA 매출의 89%가 영원무역과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사실상 영원무역이 YMSA를 먹여 살리는 구조다.
자회사 지분 거래도 있었다. 영원무역은 1993년 설립한 방글라데시 제조법인 YHT 지분을 46% 보유하고 있었고, 나머지 54%는 YMSA가 갖고 있었다. 영원무역은 2014년 27%를 사들이며 513억원을, 2016년 나머지 27%를 인수하며 678억원을 YMSA에 지급했다. 합쳐서 1191억원이다. YMSA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투자부동산과 유형자산을 취득했다. 사용권자산 취득까지 더하면 최근 10년간 영원무역이 YMSA와 벌인 매입 거래는 1882억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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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무역은 2014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방글라데시 제조법인 YHT 지분 54%를 YMSA로부터 사들이며 1191억원을 지급했다. YMSA는 이 자금으로 투자부동산과 유형자산을 취득했다. 그림은 영원무역과 YMSA의 YHT 지분 거래 도식. /쿼드자산운용 |
이런 거래는 왜 주가를 끌어내릴까. 투자자 입장에서 회사가 번 돈의 행방을 예측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언제 또 본업과 무관한 자산을 비싸게 떠안을지 모르는 회사에 후한 값을 매기기는 어렵다. 영원무역이 1조원 넘는 현금을 쌓아두고도 순자산에 못 미치는 값에 거래되는 배경이다. 쿼드자산운용이 옥상옥 구조와 내부거래를 '자산가치 할인 요인'으로 규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쿼드자산운용이 근거로 든 것은 지난해 개정된 상법이다. 종전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가 '회사를 위하여'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도록 규정했다. 개정 상법은 여기에 '주주를 위하여'를 추가하고, 이사가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며 전체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특수관계인과의 거래가 이사 개인의 법적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쿼드자산운용은 지난해에도 영원무역에 주주가치 제고 서한을 보내고 경영진과 비공개 대화를 진행했다. 이번 공개서한은 그 연장선이다. 2019년부터 하이록코리아, 한국단자, 대양전기공업, 한국토지신탁 등을 상대로 주주활동을 벌여왔고, 상당수는 내부거래와 본업과 무관한 자산 보유를 문제 삼은 사례였다.
이에 따라 쿼드자산운용은 영원무역이 TVL을 다시 인수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본업과 무관한 부동산 인수를 제한해 해당 자금을 주주환원과 성장 투자에 쓸 것을 요구했다.
한편 영원무역은 쿼드자산운용이 요구한 기한(7월 31일)에 맞춰 답변서를 회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어떠한 내용으로 회신했는지를 질의했으나 영원무역 관계자는 "회사는 관련 사항을 신중하게 검토하여 필요한 절차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주주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ccbb@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