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86년 무학여고 공학 초읽기…"전통 지켜야" 동문 반발
  • 김태연 기자
  • 입력: 2026.07.25 00:00 / 수정: 2026.07.25 00:00
교육청 이달 말 공학 전환 승인 심사
"학생 감소에 불가피" vs "절차 하자"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논란 격화
서울 성동구 무학여자고등학교가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하면서 학교 측과 동문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최종 공학 전환 승인 심사가 이달 말 예정된 가운데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논의가 거세지고 있다. /뉴시스
서울 성동구 무학여자고등학교가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하면서 학교 측과 동문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최종 공학 전환 승인 심사가 이달 말 예정된 가운데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논의가 거세지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김태연 기자] 1940년 개교한 서울 성동구 무학여자고등학교가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하면서 학교 측과 동문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최종 공학 전환 승인 심사가 이달 말 예정된 가운데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거세다.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4월8일 학령인구 감소와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등에 대응하기 위한 '2027~2028학년도 남녀공학 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무학여고는 이후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난 5월 시교육청에 남녀공학 전환 신청서를 제출했다. 공학 전환을 신청한 중·고교 11곳 가운데 무학여고는 유일한 공립학교다.

무학여고가 공학 전환을 신청한 이유는 학생 수 감소 때문이다. 학교알리미 자료에 따르면 무학여고 학생은 지난 2023년 521명에서 올해 406명으로 22.1% 줄었다. 특수학급을 포함한 총 학급은 지난 2024년 27개에서 올해 22개로 감소했다.

학교 측은 "학생 수가 서울 여자 공립고 중 가장 적은 수준이며 최근 3년간 감소율도 관내 최고"라며 "학급 감축에 따라 교사가 줄고 교무부서도 12개에서 9개로 통폐합돼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학생도 많아 이대로면 향후 학교 통폐합 논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공학 전환은 학교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무학여고 총동문회는 거세게 반발했다. 총동문회는 지난달 26일부터 총 7차례에 걸쳐 시교육청과 무학여고 앞 등에서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총동문회는 "무학여고는 86년에 걸쳐 수많은 여성 인재를 배출해 대한민국 여성교육 발전에 기여한 명문 여고"라며 "오랜 세월 축적해 온 전통과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동문회는 지난달 26일부터 총 7차례에 걸쳐 시교육청과 무학여고 앞 등에서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총동문회는 무학여고는 86년에 걸쳐 수많은 여성 인재를 배출해 대한민국 여성교육 발전에 기여한 명문 여고라며 오랜 세월 축적해 온 전통과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학여고 총동문회
총동문회는 지난달 26일부터 총 7차례에 걸쳐 시교육청과 무학여고 앞 등에서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총동문회는 "무학여고는 86년에 걸쳐 수많은 여성 인재를 배출해 대한민국 여성교육 발전에 기여한 명문 여고"라며 "오랜 세월 축적해 온 전통과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학여고 총동문회

총동문회는 공학 전환 신청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무학여고는 지난 4월9일 전·현 총동문회장단 등 6명을 교장실로 초청해 공학 전환의 배경과 필요성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총동문회는 이 자리에서 의견 수렴이 아닌 일방적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총동문회 관계자는 "당시 동문회 간부가 교장을 방문한 것은 인사 차원이었을 뿐인데 학교 측은 의견 수렴 절차로 포장하고 있다"며 "이미 그 자리에서 공학 전환은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일방적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이어 "공식적인 공청회나 총회 없이 공학 전환 신청을 강행한 것은 절차상 문제"라며 "학교 측은 책임을 통감하고 공학 전환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교장을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무학여고 측은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무학여고 관계자는 "동문 전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요구가 있었지만 수만명에 달하는 동문 명부를 학교가 직접 관리하지 않아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며 "설문조사 결과 학부모와 교직원의 높은 찬성 의견이 있었고, 학교운영위 심의·통과를 거쳐 정식으로 전환 신청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학생 설문에서는 여고 특유의 면학 분위기 유지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이 과반을 넘었다"고 했다.

총동문회는 지난 20일 정근식 서울시교육감과 약 1시간10분간 면담도 진행했다. 하지만 사실상 공학 전환이 결정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총동문회 관계자는 "교육감에게 구체적 전환 절차 안내는 받지 못했고 오히려 '앞으로 모든 학교가 공학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냐'는 취지의 발언을 들었다"고 전했다. 총동문회는 공학 전환 추진이 철회되지 않으면 천막 농성이나 삭발, 단식 등은 물론,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예고했다.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4월8일 학령인구 감소와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등에 대응하기 위한 2027~2028학년도 남녀공학 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무학여고는 이후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난 5월 시교육청에 남녀공학 전환 신청서를 제출했다. 공학 전환을 신청한 중·고교 11곳 가운데 무학여고는 유일한 공립학교다. /뉴시스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4월8일 학령인구 감소와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등에 대응하기 위한 '2027~2028학년도 남녀공학 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무학여고는 이후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난 5월 시교육청에 남녀공학 전환 신청서를 제출했다. 공학 전환을 신청한 중·고교 11곳 가운데 무학여고는 유일한 공립학교다. /뉴시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네이버 카페 '성동구중구엄마들의모임'의 한 이용자는 "주변 딸 엄마들은 무학여고를 배제하기도 한다"며 "학생 수가 이렇게 줄어드는 판국에 몇년 뒤 성동구 내 제대로 된 학교가 있겠냐"는 글을 적었다. 이어 "내신 5등급제 개편과 고교학점제 상황에서 학생 수 감소는 치명적일 것"이라며 "여고 전통을 주장하는 시위를 볼 때마다 너무 답답한데, 서로 타협해서 성동구를 위한 길이 열렸으면 한다"고 했다.

이에 반해 다른 이용자는 "무학여고가 공학이 돼 남학생을 받으면 관내 다른 학교는 남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며 "학교 통폐합 없이 현 시점 단독 공학 전환은 무학여고만 살겠다는 것"고 지적했다.

시교육청은 이달 말까지 서류 검토를 마무리하고 전환 여부를 확정할 방침이다. 승인되면 무학여고는 교명 변경을 위한 조례 개정 절차를 거쳐 내년 3월부터 남녀 학생을 함께 받게 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공학 전환은 학교 측의 자체 신청에 따라 진행되는 것으로 교육청이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무학여고가 이미 학교운영위 심의 등 의무적 절차를 거친 만큼 내부 의견 수렴은 이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남녀 공학 전환 학교에 성별 교육격차 해소 등을 위해 3년간 총 2억4000만원을 지원한다. 생활지도·상담 인력 인건비로 매년 2000만원씩 총 6000만원도 추가 지급된다. 화장실·보건실 등 시설 개선비도 별도 지원된다.

pad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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