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신민아의 '눈동자'가 예상 밖의 장기 흥행세를 보여주고 있다.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기대작이 아니었음에도 인기 IP들과의 경쟁 속에서 꾸준히 관객들을 사로잡으면서 말이다. 이렇게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가운데, 상승세를 타고 손익분기점도 돌파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 6월 24일 스크린에 걸린 영화 '눈동자'(감독 염지호)는 유전병으로 시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서진(신민아 분)이 쌍둥이 동생 서인(신민아 분)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치다 그 실체와 마주하게 되는 서스펜스 스릴러를 그린 작품으로, '옆집사람'(2022)으로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NH농협 배급지원상을 받은 염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눈동자'는 개봉 첫날 3만 4938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토이 스토리 5'(감독 앤드류 스탠튼·맥케나 해리스)와 '슈퍼걸'(감독 크레이그 질레스피)의 뒤를 이어 박스오피스 3위로 출발했다.
그리고 다음날 '슈퍼걸'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선 '눈동자'는 줄곧 해당 자리를 지키다가 지난 1일 '토이 스토리 5'를 꺾고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며 예상 밖의 흥행세를 보여줬다. 당시 '눈동자'의 스크린 수(827개)와 상영 횟수(2804회)가 '토이 스토리 5'의 스크린 수(1030개)와 상영 횟수(3444회)보다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관객을 동원하는 힘을 보여줬다.

물론 이후 주말 극장가에서 다시 '토이 스토리 5'에 1위 자리를 내준데 이어 '모아나'(감독 토마스 케일)의 등장으로 2위와 3위를 오갔지만, 누적 관객 수 138만 명(18일 기준)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약 180만 명) 돌파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눈동자'다.
특히 '눈동자'에 더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는 이유는 개봉 첫 주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관객 수가 늘어나거나 유지되는 개싸라기 흥행을 펼친 덕분이다. 3주 연속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작품은 개봉 3주 차 주말(7월 10~12일)에만 25만 7814명을 동원하며 개봉 첫 주 주말(23만 2945명)보다 2만 4869명 더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눈동자'는 지난해 여름 장르 영화의 흥행을 이끌었던 '노이즈'(170만 명)보다 이틀이나 빠른 개봉 16일째 100만 고지를 밟았고, '와일드 씽'(133만 명)을 약 3만 명 차이로 뒤쫓으며 올해 개봉 영화 흥행 순위 6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앞으로 써 내려갈 새로운 흥행 기록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다.
그렇다면 '눈동자'가 관객들을 꾸준히 불러 모으며 예상 밖의 흥행을 이어갈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작품은 신민아가 러블리함을 잠시 내려놓고 1인 2역을 소화했다는 신선한 도전과 정통 스릴러의 긴장감을 내세우며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해당 장르 영화 팬들의 선택을 받으며 개봉 초반부터 어느 정도의 관객들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원작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자신만의 시선을 더한 염지호 감독의 연출도 힘을 보탰다. 그는 원작처럼 동생이 언니의 죽음을 조사하는 게 아니라 언니가 동생의 죽음과 얽힌 진실을 파헤치는, 국내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도록 주요 설정을 바꿨다. 여기에 알프레드 히치콕과 스탠리 큐브릭 등 거장들의 스릴러 명작을 오마주하며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물론 보는 이에 따라 충분히 예상 가능한 전개와 반전 장치는 호불호가 나뉘는 지점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신민아와 김남희를 필두로 연기 구멍이 없는 배우들의 열연이 호평을 이끌어냈고, 이는 곧 입소문과 꾸준한 관객 유입으로 이어지며 장기 흥행의 원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신민아는 동생을 보호해야 된다는 책임감을 가지면서도 같은 예술작가로서 자괴감을 느끼는 서진, 유망 받는 신인 작가이자 언니에게 민폐를 끼쳐서 미안함을 갖고 있는 서인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같지만 다른 두 개의 얼굴을 성공적으로 꺼낸 그는 눈동자의 위치까지 조절하는 동공 연기로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다소 받아들이기 어려운 설정을 오롯이 연기력으로 설득시킨 김남희의 열연도 돋보였다.
이와 함께 염 감독은 서진의 시선을 스크린에도 흐릿하게 펼쳐내며 관객들도 인물이 느끼는 긴장감과 공포감의 한가운데에 서 있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시각을 대신해 청각이 더욱 예민해지는 설정을 섬세한 사운드로 디자인하며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했다.
이처럼 '눈동자'는 신민아의 성공적인 연기 변신과 정통 스릴러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국내 정서에 맞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연출, 호불호에도 꾸준히 이어진 관객들의 입소문이 시너지를 이루며 의미 있는 흥행 성과를 거뒀다. 특히 '살목지'와 '백룸'에 이어 공포·스릴러 장르의 흥행 기세를 이어가며 장르 영화의 저력도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더한다.
다만 좋은 흐름과는 별개로 손익분기점 달성 여부는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할 과제다. 지난 15일 스크린에 걸린 나홍진 감독의 '호프'가 개봉 첫날 관객 수 33만 3899명으로 올해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달성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고, 3일째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적수 없는 흥행 질주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족 단위의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는 '미니언즈 & 몬스터즈'(감독 피에르 꼬팽)가 개봉했고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등 기대작들이 출격을 앞두고 있는 만큼, 향후 극장가의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일에 박스오피스 순위를 회복하던 '눈동자'가 지금의 기세를 지키며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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