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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 코앞까지 밀린 SK하이닉스 ADR…'나스닥 축포' 하루 만에 꺼졌다
입력: 2026.07.14 11:19 / 수정: 2026.07.14 11:19

13일 9.32% 급락한 152.35달러 마감
수요예측 7배 흥행 무색…상장 첫날 상승분 대부분 반납


SK하이닉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가 나스닥 데뷔 후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더팩트 DB
SK하이닉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가 나스닥 데뷔 후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윤정원 기자] SK하이닉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가 나스닥 데뷔 후 한 거래일 만에 공모가 부근까지 밀렸다. 상장 첫날 급등 이후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하면서 초기 주가 상승이 기업가치 재평가보다 제한된 유통 물량과 신규 투자 수요에 따른 단기 수급 효과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 168달러→152달러…첫날 상승분도 반납

13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에서 SK하이닉스 ADR은 전 거래일 대비 9.32% 하락한 152.3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51.30달러까지 떨어지며 공모가인 149달러와의 격차를 2.30달러까지 좁혔다. 종가 기준 공모가 대비 상승 폭도 3.35달러에 그쳤다.

SK하이닉스 ADR은 지난 10일 공모가보다 14.09% 높은 170달러에 첫 거래를 시작했다. 장중 한때 177달러까지 오르며 강한 매수세를 보였고, 최종적으로 168.01달러에 마감해 첫날 12.76%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다음 거래일 15.66달러가 빠지면서 첫날 상승분의 약 82%를 반납했다. 공모가 대비 수익률도 2.25%까지 낮아졌다. 나스닥 입성 직후 형성됐던 프리미엄이 하루 만에 대부분 사라진 셈이다.

공모 단계에서 나타난 투자 열기와는 다른 흐름이다. SK하이닉스는 ADR 1억7790만주를 주당 149달러에 발행해 약 265억달러를 조달했다. ADR 10주가 국내 보통주 1주를 나타내는 구조로, 신규 발행된 보통주는 1779만주다.

공모 과정에서는 모집 물량의 7배가 넘는 주문이 몰렸다. 공모가도 당시 국내 본주의 직전 3거래일 평균가격보다 2.7% 높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국내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보다 높은 수준에서도 미국 기관투자자의 수요가 확인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거래 시작 이틀 만에 공모가 방어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상장 흥행이 실제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다시 확인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시장에서는 상장 첫날 급등 배경으로 제한된 ADR 유통 물량을 꼽는다. 이번 공모로 미국 시장에 공급된 ADR이 나타내는 보통주는 SK하이닉스 전체 발행주식의 3%에도 미치지 않는다. 적은 물량에 미국 투자자의 신규 수요가 몰리면서 초기 가격이 기업가치보다 빠르게 형성됐을 가능성이 있다. 상장 직후 희소성에 따른 수급 효과가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 미국 재평가 기대 컸지만…결국 실적이 관건

SK하이닉스가 나스닥 상장을 추진한 배경에는 미국 시장에서 투자자 기반을 넓히고 밸류에이션을 높이겠다는 기대가 있었다. 미국 투자자가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면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특히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을 적용받고 있다는 점이 ADR 상장의 주요 배경으로 꼽혔다.

하지만 ADR 가격이 상장 직후 공모가 부근까지 밀리면서 미국 시장 진입만으로 기업가치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에는 제동이 걸렸다. 투자 접근성이 개선되더라도 결국 실적과 성장성이 주가를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라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는 평가다.

이번 공모가 전량 신주 발행으로 진행됐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기존 국내 주식을 미국 시장으로 옮겨 거래하는 방식이 아니라 신규 주식을 발행해 전체 주식 수가 늘어나는 구조다.

신규 발행 주식 규모는 전체 발행주식 대비 제한적인 수준이지만, 기존 주주의 지분율 희석과 신규 물량 출회 가능성에 대한 부담은 남아 있다. 특히 상장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된 상황에서는 실제 희석 규모보다 차익실현 요인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

국내 본주 조정도 ADR 약세에 영향을 줬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15.37% 하락한 18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주가가 세 배 이상 오른 상황에서 나스닥 상장이라는 대형 이벤트가 마무리되자 차익실현 매물이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미국 반도체 업종 전반도 조정을 받았다. 13일 미국 시장에서 마이크론은 6.4%, 샌디스크는 8.4%, 웨스턴디지털은 6.8% 하락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3.6% 내렸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를 기반으로 상승해온 반도체주가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과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경계감을 동시에 반영한 분위기다.

◆ 상장 재료 사라지자 '실적 검증'…149달러 지킬까

상장 효과가 약해진 이후 시장의 관심은 다시 실적으로 이동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AI 기업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미국 투자자들이 ADR 공모에 관심을 보인 배경 역시 AI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이라는 점이었다.

다만 HBM 경쟁력이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향후 HBM4 출하 확대 속도와 고객사별 공급 물량, 판매가격이 실적과 밸류에이션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상장 완료에 따른 차익실현과 2분기 실적에 대한 경계감이 투자심리를 누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이 올해 2분기부터 HBM4 출하 증가를 기대했지만 아직 의미 있는 규모의 확대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HBM 사업 비중이 높아 최근 범용 D램 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가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HBM4 출하가 예상보다 늦어지거나 판매가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높아진 실적 눈높이가 다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도 향후 변수다. SK하이닉스는 ADR 공모로 확보한 자금을 신규 생산시설과 반도체 장비 투자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다만 AI 메모리 수요 증가 속도가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경우 공격적인 생산능력 확대가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모닝스타 연구원은 오는 2027년과 2028년 신규 생산능력이 본격 가동되면 공급 여건이 개선되면서 메모리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의 공급 부족을 전제로 진행한 투자가 향후 업황 하락기에는 가격과 수익성을 압박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SK하이닉스 측은 공급 과잉 우려에 선을 긋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메모리 업계가 오는 2027년 심각한 공급 부족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며, 수요가 장기간 회사의 생산능력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고성능 메모리 탑재량 증가가 구조적인 수요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설명이다.

회사는 ADR 상장을 통해 글로벌 투자자 기반을 확대하고 대규모 투자 재원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265억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이 실제 생산 확대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는 향후 실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149달러의 공모가 방어 여부가 나스닥 상장 성과를 판단하는 첫 기준이 될 전망이다. 공모가 아래로 내려설 경우 상장 첫날 급등은 기업가치 재평가보다 제한된 유통 물량과 초기 수급 효과가 만든 일시적 현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커진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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